쪽빛 파도와 몽돌의 이중주 거/제/도

2013. 8. 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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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좋은 건 대한민국 사람 다 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한 예능 프로그램 덕에 잠시 '열풍'도 불었더랬다.

4시간 넘게 걸리는 남쪽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것도 잠시. 숙박 등 기반시설이 취약해 부산이나 통영을 찾은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지나쳐가는 여행지로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옛일이다. 지난 6월 대규모 워터파크를 갖춘 리조트가 지세포에 들어서면서

올여름 거제도는 제2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거제도는 생각보다 넓다. (다리가 놓여 육지나 다름없지만) 국내 두 번째로 큰 섬인 데다가

제법 복잡한 해안선을 구불구불하게 품고 있다. 여행에 앞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려한 바다를 감상하고,

싱그러운 숲을 체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한적해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여차 해변'과 국내 유일의 '맹종죽 초록빛 숲'으로 간다.

거제는 크게 북쪽은 유적지, 남쪽은 비경을 품은 관광지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거제는 60여개 섬과 900리 해안선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비경이 곳곳에 자리한다. 학동에서 해금강 입구까지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곳으로 길 양 옆엔 동백나무 군락지가 넓게 분포돼 있다. 또한 빼어난 경관에 비해 최남단에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적은' 여차 해수욕장'(위)은 거울같이 매끄러운 몽돌이 잘 깔려 있어 학동 해수욕장(아래 작은사진)과 함께 단연 국내 최고의 히든비치로 꼽힌다. [거제=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 거제 최남단 '여차' 해수욕장… 비포장도로 드라이브도 즐겁네=남쪽에서도 끝으로 가자. 거제 초입이나 중심부에 발만 디디고 가는 부산~통영 여행객들은 모를 게다. 얼마나 아름다운 비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거제 최남단 봉우리 망산(397m)을 오른편에 두고, 망산 자락을 따라 해안도로를 계속 달린다. 바닷가 절벽 아래 그림 같은 몽돌 해변의 절경과 만난다. 약 15㎞ 이어지는 '거제 무지갯길'의 입구다. 여차에서 시작해 쌍근에서 끝나는 이 해안도로는 일부 구간이 비포장도로다. 새 차를 막 뽑아 끌고 온 운전자라면 가슴이 철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도로는 주의 사항이 아니라 '핵심'이다. 단순히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편한' 이 길을 지나는 기분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4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도 천천히 가면 괜찮다.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면 내려서 걷는 것도 운치 있다. 자박자박 몽돌을 밟고 지나, 나무 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이르면 멀리까지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 터.

'몽돌'은 거제도 바다의 상징과도 같다. 표면이 거울같이 매끄럽고 칠흑 같다. 대표적인 몽돌 해변은 학동과 여차 두 곳이다.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빼어난 경관에 비해 아는 사람도, 찾는 이도 적어서 매우 한적하다. 북적대는 해변을 피하고 싶다면 단연 여차다.

전망대에서 홍포 쪽으로 내려서면 잠간 다시 포장도로가 시작된다. 홍포를 지나 대포ㆍ근포ㆍ명사 해수욕장을 거치는 해안길도 여차 해수욕장만큼 아름답다. 다만, 거제는 해안선이 복잡하고 산자락이 제법 험해 운전이 꽤 까다롭다. 홍포ㆍ여차 전망대에서 다시 거제 중심부로 돌아오려면 족히 1시간은 걸린다는 걸 유념하자.

# 쭉쭉 뻗은 초록빛 대나무숲… 맹종죽 테마파크는 어때?=거제도 하면 바다부터 떠오르지만 숲도 멋지다. 특히 하청면의 '맹종죽 테마파크'는 국내 유일의 맹종죽 공원으로,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대나무가 시원한 그늘과 장막을 만들어낸다. 삼림욕이 아니라 죽림욕이다. 바깥세상과 분리된 또 하나의 '거제'를 만나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대나무 맹종죽은 1920년대에 유입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름이 20㎝, 높이는 20m 이상 자라는 게 특징이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한 죽순은 식용으로도 쓰이는데, 거제시에는 이 맹종죽 죽순을 사용하는 식당이 꽤 많다.

맹종죽의 이름은 중국 삼국시대 '맹종'이란 인물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맹종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모친을 위해 한겨울에 대나무숲을 찾아갔다. 하지만 죽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이 눈물을 흘렸는데, 그 자리에 죽순이 마법처럼 돋아났다는 이야기. 이 전설은 효를 뜻하는 사자성어 '맹종설순(孟宗雪筍)'이 됐고, 중국 남부 지방에서 이른봄에 맛있는 죽순을 내는 대나무 종류가 '맹종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밖에 거제시 한복판에 있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온천도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꼭 들러보자.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수용소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수용소의 생활상과 이념 갈등, 수용소장 납치 사건, 300명의 여자 포로 이야기 등을 재현해놨다. 또 거제에는 온천도 있다. 양정동 해수온천은 지하 800m 암반에서 용출되는 국내 유일의 약알칼리성 약염천이고, 상동동의 계룡산온천은 피부 질환에 효험이 있는 탄산 유황천이다.

거제=글ㆍ사진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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