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20년 뒤 스위스·독일급 된다"..영국기자 다니엘 튜더

김태은 2013. 8. 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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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한국인들이 굉장히 반가워할 책이 나왔다. 외국인에게 '코리아' 하면 주로 연상되는 북핵, 북한의 정치상황을 벗어났다. 단순 인상비평이나 6·25동란, 한강의 기적을 넘어섰다. 좀 더 심도가 있으면서도 생생한 체험시각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 다니엘 튜더(31)가 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는 마이클 브린이 1998년 펴낸 '한국인을 말한다' 이후 한국을 전체적으로 다룬 첫 영어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터틀 출판사에서 'Korea: The Impossible Country'(한국: 불가능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불가능한 기적을 이룬 나라, 아직도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하는 나라'라는 함의다. 현재까지 2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다니엘 튜더는 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경제·철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친구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한·일 월드컵 경기와 응원 현장을 경험하며 한국에 매료됐다. 한국의 다이내믹함과 한국인의 정에 빠지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대학졸업 후인 2004년 서울에 와 영어강사로,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 증권회사 미래에셋에서 트레이더와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7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고향 맨체스터 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스위스 취리히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2010년 이코노미스트의 제의를 받아들여 한국특파원이 됐다.

튜더는 "'한국인을 말한다'가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는데, 한국에서 15년은 다른 나라의 1세기나 마찬가지 아니냐. 한국의 역사나 삼성의 발전 등을 다룬 책들이 출판되기는 했다. 이제는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다룬 책이 나와야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낮잡아 보려는 다른 외신기자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한국에 대해 비평하면서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는 서평을 해준 것이 최고의 찬사였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먼저 털어놓았다.

이 책을 위해 70명에 가까운 한국인을 인터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우주인 이소연,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 음악인 신중현, 영화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무당, 택시기사, 직장인, 주부, 대학생 등도 포함돼있다. 선입견 없는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으려 노력했다. 인터뷰와 독서, 체험을 통해 그는 남남갈등, 한국재벌의 부패, 한국정치의 독재와 문제점, 무한경쟁에서 나오는 피로, 일터에서의 성차별 등을 꼼꼼히 짚어냈다.

"한국에서는 성공의 의미가 너무 좁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 서초동 아파트처럼 넘어야할 잣대가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루저'라고 폄하한다. 다양성, 창의력이 존중받지 못하면서 주변 또래 한국인들과 얘기해보면 행복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인은 만족하는 법을 모르고, 행복을 누리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더 나은 지위를 향한 경쟁이 빨리빨리 문화를 형성하게 했고, 이것이 한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준 이소연의 말이 책의 방향을 잡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들은 자부심이 부족하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성취를 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었으나, 이 문제들 또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철학, 종교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남아선호사상이 짧은 시간내 급격하게 사라진 것 같은 것들이 그렇다"며 "한국은 더 많은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10~20년 후에는 스위스, 독일처럼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번역가 노정태(30)씨는 "이 책은 외국에 한국에 대한 소개를 위해 먼저 쓰여졌지만, 한국인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외국인의 불편한 얘기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니엘 튜더의 통찰력은 현 시점 한국사회를 비춰볼 수 있는 딱 맞는 거울"이라고 평가했다.

튜더는 다음달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을 그만 둘 예정이다. 이 책을 기회로 작가로서의 삶을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와는 한국 진보정치의 방향과 경제합리화(경제민주화)를 다룬 다음 책을 계약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손이자 '비둘기집'의 가수인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다. 중국·한국학을 전공하고 한국·북한 관련 사이트를 운영중인 친구 제임스 피어슨과 함께 북한의 노동자, 대학생, 교환학생, 탈북자 등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룬 책을 터틀 출판사를 통해 펴낼 계획이기도 하다.

'한국맥주가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로 '일베충'에게 '빨갱이'라는 욕을 먹기도 한 그는 최근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경리단길에 맥주집을 차렸다. 강남에 2호점도 냈다. 소규모 자가 양조맥주 창업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앞으로 한국에 맥주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te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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