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재 영국 기자 튜더 "한국, 변화에 유연해 번영 가능성 높다"

박주연 기자 2013. 7. 3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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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 성형왕국 등 몇 가지 키워드로 한국을 비극적이거나 극단적인 나라로만 편향되게 인식하는 대다수 서양 독자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또 한국 독자들에겐 한국이 얼마나 굉장한 나라인지 알려줌으로써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한국사랑에 빠져 한국생활 6년차인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31·사진)가 한국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친 책 <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문학동네)를 펴냈다. 지난해 11월 영어판으로 먼저 나온 이 책에는 푸른 눈의 이방인이 본 한국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을 넘나들며 촘촘하게 분석돼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을 공부한 저자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에 매혹됐고,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4년부터 3년간도 한국에서 살았다.

31일 서울 신문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튜더는 "영국과 미국에 한국을 소개하는 책이 지난 15년간 없어 내가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 책을 위해 박원순 시장, 첫 한국인 우주비행사 이소연씨, 홍명보 감독, 뮤지션 신중현씨 등 60여명의 한국인을 인터뷰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은 항상 최고라는 편견을 갖고 있고, 무한 경쟁과 좁은 의미의 성공에 대한 강박증으로 행복과 거리가 먼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체면 중시, 새 물건 애호증, 성형수술 열풍, 결혼상대를 고를 때조차 서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엄친아 신화 등이 결국 한국사회를 끝없는 스트레스에 몰아넣고 있는 경쟁 강박증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극심한 분열과 한국 사회의 부패,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한국 정치인들은 소모적 정쟁을 하고 유권자들은 그것에 휘둘리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정치인들에게 끼칠 수 있음을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 면을 넘어 그가 방점을 찍는 것은 한국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는 "영국의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한국은 여전히 번영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그가 꼽은 한국의 저력은 "언제든 변화가 필요하면 과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다. 그는 "한국의 남아선호 사상, 여성의 사회 참여 제한 등이 짧은 기간 동안 급변했고, 문화적 저력도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기사로 국내 맥주업계와 소비자들을 발칵 뒤집어놓은 그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 5월 서울 녹사평에 크래프트 맥주를 제공하는 하우스맥줏집 '더 부쓰'를 오픈하기도 했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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