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옆에만 있어도 온몸이 서늘하다우

2013. 7. 30. 17: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미경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원한 물가가 있는 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바닷가에서의 해수욕도 좋지만 머리 위로 바로 내리쬐는 뜨거운 땡볕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숲으로 향한다.

울창한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숲속에 들어서면 한낮의 태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내비치는 햇살이 태양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울창한 숲은 산을 이루고 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계곡을 만들며 산 전체에 시원한 기운을 뿌린다. 그 계곡에 사방으로 물보라를 튀기며 우렁찬 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폭포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더위에 지치고 어디론가 멀리 훌쩍 떠나기가 머뭇거려질 때 우리 가족은 만연폭포를 찾는다. 이런저런 잡다한 준비 없이 각자 먹을 음료수 한두 개와 간식거리 몇 개 들고 폭포 옆에서 그 서늘함에 온 몸을 맡기다가 주변 물가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더위가 싹 사라진다.

삼나무 숲길 끝에서 만나는 만연폭포

화순읍을 포근히 안고 있는 화순읍의 진산인 만연산은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폭포를 품고 있다. 나한산이라고도 불리는 만연산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고, 동쪽 기슭 수만리로 넘어가는 고개 아래에는 무지개 빛 물보라를 튕기며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만연폭포가 있다.

만연산은 봄이면 수십 만 그루의 각양각색 철쭉과 진보라빛 꽃잔디, 봄꽃의 대명사격인 벚꽃이 한데 어루어지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화순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한 곳이다. 광주에서 너릿재를 넘어 만연산으로 방향을 잡고 봄꽃 만발한 길을 따라 가다가 수만리로 방향을 틀고 조금 더 가다보면 왼쪽에 만연폭포로 향하는 작은 숲길이 나온다.

숲길에 들어서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가장 먼저 반긴다. 물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걷다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삼나무 숲이 만연산 초입에 들어섰음을 알린다. 곧게 뻗은 삼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숲의 향기가 아찔하다. 이름 모를 온갖 풀벌레들이 인기척에 놀란 듯 일제히 목청 높여 합창하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삼나무 숲길을 따라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과 그 위에 드리워진 그늘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갈수록 시원함이 더해지는 숲길을 풀벌레의 합창을 들으며 걷다보면 아담한 돌담에 둘러싸인 만연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폭포 같지는 못해도 족히 10m는 될 법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옆에만 있어도 시원함을 넘어 서늘합니다.

ⓒ 박미경

10m 높이에서 떨어진 물줄기

흔히 폭포라고 하면 산을 한참이나 올라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만연폭포는 그렇지 않다. 잠시 산책하듯 걷다보면 어느새 폭포가 나온다. 하여 어린아이를 비롯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폭포 주변에 있는 돌담에 낀 이끼에서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 물을 맞으면 정신이 번쩍 난다. 옆에 서기만 해도 시원함이 온 몸을 감싼다. 신경통을 낫게 하는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면서 특히 여름이면 물맞이를 위해 폭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처음 만연폭포를 만나면 순간 당혹스럽고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폭포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다소 빈약한 물줄기와 물줄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작은 호스 때문에.

만연폭포는 자연폭포가 아니라 인공폭포다. 남탕과 여탕으로 나누어진 노천 폭포다. 자연폭포에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이 더해져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폭포의 물줄기는 오랜 세월동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바닥을 패 작지만 깊은 소(沼)를 만들었다.

멀리 보이는 나무데크를 지나면 만연산 오감길과 무등산 무돌길이 나온다. 조금 위쪽에는 수중지압로가 있는 쉼터도 있다.

ⓒ 박미경

국창 임방울 선생 그리고 만석이와 연순이

그 폭포에서 20세기초 국창(國唱)으로 불리던 임방울 선생이 득음을 위한 소리연습을 했다고 한다. 임방울 선생이 17세 무렵 화순의 만석꾼 남국일의 후원으로 명창 유성준 선생을 만나 만연사에 머물며 틈틈이 소리연습을 하러 다녔다는 곳이 만연폭포다. 만연사는 만연폭포에서 오감연결길을 따라 지근거리에 있다.

만연폭포에는 만석이와 연순이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도 전해진다. 사랑하는 사이였던 만석이와 연순이는 만석이가 전쟁터에 나가게 되면서 잠시 헤어지게 됐다. 그사이 연순이는 부모의 강압에 못이겨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게 됐고, 혼인식날 몰골이 상한 만석이가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연순이는 첫날밤에 신방을 뛰쳐나와 만석이를 만났고, 둘은 만연폭포에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 이룰 것을 약속하며 폭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연폭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이 몸을 던진 깊푸른 물속을 차마 들여다보기 가슴 아팠던 때문일까. 이후 누군가에 의해 만석이가 연순이가 몸을 던진 소(沼) 위에는 콘크리트가 덮였고, 젊은 연인의 사연은 전설이 됐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는 연리됐다고 볼 수 없겠지만 웬지 둘이 한몸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스러워 오갈때마다 눈을 마추지는 저만의 사랑나무입니다.

ⓒ 박미경

이루어진 사랑인가... 따로 또 같이

만석이와 연순이의 전설을 품고 있는 탓인지 만연산에는 둘이 한몸을 이룬 것과 같은 형태의 나무들이 유독 많다. 우리는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른다.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連理根)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랑나무'라고도 불린다.

만연폭포 인근에도 서로를 꼭 얼싸안고 있는 형태의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마치 사랑나무 같다. 하나가 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갈색과 회색 가까운 색을 가진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를 감싸며 안고 있는 모습은 볼수록 신기하면서도 만석이와 연순이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생각나 가련하고 슬프다.

만연폭포는 만연산 오감연결길과 무등산국립공원 무돌길과도 연결돼 있다. 오감연결길 주변에는 소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정자 등의 쉼터를 갖춘 삼림욕장이 있다.

삼림욕장 인근에는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수지를 빙 둘러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와 운동기구 등을 갖춘 동구리호수공원이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일보와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