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의 인생, 기러기 아빠 혹은 호랑이 선생

윤진만 2013. 7. 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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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아시아축구아카데미(AFA) 청소년재단 총감독의 헌신은 눈물겹다.

그는 1년 중 3분의2 가량을 아들의 거주지인 독일에 머문다. 같이 지내는 동안 매일 함께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체크한다. 팀 훈련을 마치고 슈팅, 패스 등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 유럽 구단은 개인 훈련을 허용하지 않지만, 손흥민의 전 소속팀인 함부르크SV는 이례적으로 이를 용인했다. 손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손 감독의 지휘를 받은 손흥민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나날이 기량이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난 시즌 팀 내 최다인 12골은 토어스텐 핑크 감독과 구단의 믿음, 아버지의 개인 특훈, 선수의 의지의 3박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손웅정씨는 아들을 돌보면서 틈 날 때 마다 AFA 유소년 선수들도 챙긴다. 유선상으로 코치들에게 훈련 프로그램을 지시한다. 수차례 직접 춘천을 찾기도 한다. 총감독 직책으로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안되는 탓이다. 시차로 고생을 하면서도 춘천에 도착하면 곧바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어린 선수들의 교육을 실시한다. 허투루 하는 경우가 없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교육생에겐 윽박을 지르면서까지 가르친다. 2시간 가량 교육생만큼 땀을 흘린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치의 효율을 내기 위함이다. 손흥민도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같은 방식으로 키웠다.

1년에 쉬는 날이 없다. 설날도 떡국을 먹는 것 외에는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똑같이 새벽같이 일어나 개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독서를 하며 오후에는 손흥민 또는 AFA 유소년들을 가르친다. 본인이 직접 작성 중인 훈련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뒤, 손흥민과 통화하고, TV에서 드라마가 시작하기도 전에 잠이 든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명사다.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체력과 체격은 20대 못지 않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손흥민은 올 여름 한국인 선수 역대 최다인 천만 유로의 이적료로 명문 바이엘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국가대표에서도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더불어 AFA 청소년 재단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황승용 AFA 청소년재단 이사장은 "최근 손흥민 선수에 대한 해외 여러 구단들의 관심과 그를 키워낸 손웅정 총감독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손웅정씨의 고독이 숨겨져있다. 손흥민이 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머물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홀로 밥을 먹는 경우가 잦다. 측근은 "어떤 때는 쓸쓸해 보인다"고 말한다. 독일에 있으면 가족과 함께 해 행복하지만, AFA 생각에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한국과 춘천을 오가면서 10~11시간씩 비행기 안에서 보내기 일쑤다. 시차 때문에 늘 고생하지만 어디에다가 티를 내는 성격도 아니다.

황승용 이사장은 "AFA에서 손웅정 감독님께 월급을 드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비를 들여가며 직접 어린 아이들을 가르친다. 손흥민 챙기랴, 아이들 챙기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해 보이는데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으신다. 우리 입장에선 더 좋은 대우를 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손웅정씨는 "젊었을 적 도움을 주신 춘천 어르신들이 요새 '네가 기어코 일을 내는구나'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하지만 나는 돋보이고 싶어서 현역 생활을 일찍 마치고 춘천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다.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으니까 계속 한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진다고 믿는다"며 기러기 아빠, 호랑이 선생으로서의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AFA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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