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찍고 또 찍고.. 한국인들, 의료 방사선 被曝(피폭) 심각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3. 7. 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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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몸 통과해 지나가지만 강도 크고 횟수 잦으면 위험

자영업자 권모(54)씨는 지난달 말 200만원가량 하는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전신 암(癌)을 찾아 준다는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을 하고, 그날 협심증 검진을 위해 심장 관상동맥 CT를 촬영했다. 그는 지난 3월 자동차 접촉 사고로 척추 CT도 찍은 바 있다. 그가 올해 받은 방사선 피폭량은 어림잡아 40밀리시버트(mSv)다. mSv는 방사선 피폭이 사람 몸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방사선량 수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한 해 방사선 피폭량으로 1mSv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권씨는 벌써 그 40배를 넘긴 것이다.

의료 방사선 과다한 피폭에 둔감

CT와 엑스레이와 같은 의료 방사선 장비에 의한 피폭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누출돼 사람 몸에 오랜 기간 남아 있으면서 암을 일으키는 현상과는 다르다. 방사선은 몸을 통과해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피폭 강도가 크고, 횟수가 잦으면 유전자가 손상되거나 변이를 일으켜 나중에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흡연을 많이, 그리고 오래 할수록 폐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이치와 같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 과다한 의료 방사선 피폭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T는 방사선 피폭이 높은 대표적인 의료 장비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411만명이 CT를 찍었는데, 그중 8만8000명이 한 달 안에 같은 부위를 재촬영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또 한 사람이 평균 1.4건의 CT를 촬영해, 한 번에 여러 부위를 찍기도 했다. CT 검사는 해마다 증가해 한 해 600만건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병원들이 수입 증대를 위해 CT 검사를 남발하거나, 새로 옮겨간 병원에서 재촬영을 권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방에 방사선을 쪼여 유방암을 찾는 유방촬영술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 40세 이후부터 암 조기 발견 목적으로 권장된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여성에게 유방촬영술이 흔히 이뤄져, 오히려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국립암센터 이은숙 유방암센터장은 "엄마나 자매 중에 유방암이 있으면 방사선 피폭에 더 취약한데, 의료진이 별생각 없이 증상이 없는 여성에게도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배기가스·담배 규제하듯 관리해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은 배기가스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발암 물질 1급으로 분류된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과다한 의료 방사선 피폭을 법으로 규제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병원의 모든 방사선 장비 피폭량을 측정해 권고 기준을 넘는 장비를 제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에서는 환자가 CT를 찍으면 병원 측이 환자가 받은 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해 환자 차트에 의무적으로 기록해 놓는다. 환자 개인별로 연간 얼마의 방사선 피폭이 이뤄지는지를 파악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다.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성동욱 교수는 "우리가 매일 자동차를 타지만 배기가스를 규제하듯, 의료 방사선도 질병 진단을 위해 적극 활용하면서도 과다한 피폭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환자가 방사선 검사를 받을 때마다 피폭량을 환자 차트에 기록해두는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병원 영상의학과 김명준 교수는 "한 번에 여러 부위를 CT로 찍거나, 짧은 기간에 동일 부위를 반복 촬영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며 "병원이 환자의 건강 수치를 관리하듯,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도 파악하고 조절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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