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tory] 손흥민, 아버지가 달아준 여섯 개의 날개

윤진만 2013. 7. 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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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식 센세이셔널 교육법 대공개

[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아버지가 없었다면 제가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손흥민(21, 레버쿠젠)의 아버지 손웅정 AFA(아시아풋볼아카데미) 청소년재단 총감독은 지난 달 우연한 자리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아들을 21년째 키워오면서 한 번도 전해 듣지 못한, 진심이 담긴 존경의 표현이었다. 아들의 절친인 김신욱(25, 울산)이 "(손)흥민이가 평소에 아버님 자랑을 굉장히 많이 한다. 아버님 덕분에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주 말한다"는 얘기를 했다. 남이 들으면 다소 낯뜨거운 얘기였지만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뿌듯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헌신을 기억해준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으랴.

손웅정씨는 "흥민이를 아주 어렸을 적부터 엄격하게 키웠다. 부모에게 한창 반항하는 사춘기도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이 훈련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해주는 것을 느낀다. (김)신욱이가 한 얘기는 처음 들었다. 나가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지 몰랐다"며 문자 그대로 '아빠미소'를 짓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7월 중순, 손흥민도 자주 찾는다는 강원도 춘천시의 한 커피숍에서 손웅정씨와 마주 앉았다. 손흥민의 입에서 '존경'이 나오게 한 교육법을 듣기 위해서다. 어떻게 키웠길래 손흥민은 만 21세에 몸값 150억 원에 육박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시련을 겪었으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손웅정씨는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가감없이 꺼내보였다. '사커대디'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여섯가지 교육법을 공개한다.

#1. 새벽형 인간이 되라

손웅정씨는 늘 손흥민에게 "하루 일과 중 70%를 오전에 끝마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의 철학이다. 그 역시 1년 365일을 오전 중심의 생활을 해왔다. 손흥민은 잠이 많은 편이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바로 곯아 떨어진다. 누가 깨우지 않으면 한나절도 더 잔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제 어느정도 적응을 했다. 지난 5일 휴가를 마치고 독일로 출국하던 날, 손흥민은 서울 이모집에서 새벽 훈련을 하고서 공항으로 이동했다. 독일에서도 손웅정씨 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고 한다. 손웅정씨는 "늘 새벽형 인간의 유리한 점을 이야기했는데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 땀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손흥민이 축구선수로 남다른 기량을 갖게 된 건 지독한 훈련의 결과다. 유소년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손웅정씨의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프로 선수를 꿈꾼 그 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뛰고, 또 뛰었다. 한겨울에는 아버지가 눈을 치워놓은 학교 운동장에서 뛰었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볼 컨트롤 훈련을 했다. 훌라후프를 벗어나지 않은 채 10분 이상 리프팅을 하며 공과 친숙해졌고, 원하는 지점에 공을 꽂아넣는 슈팅 훈련으로 정확도를 높였다. 90분 내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위를 살피는 훈련에 집중한 덕에 빠른 판단력이 생겼다. 이제는 아버지가 시키지 않아도 분데스리가의 공식 휴일인 월요일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뒤 휴식할 정도로 '연습벌레'가 됐다. 손웅정씨는 "내 아들이지만 기본기, 테크닉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라고 했다.

#3. 책 속에 길이 있다

손웅정씨는 인터뷰 전날 서점에 들러 도서를 구입했다고 했다. 유심히 살펴 손흥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랐다. 그는 손흥민이 글을 읽기 시작한 이래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대신 방법이 독특하다. 본인이 직접 여러 번 읽고서 핵심적인 부분을 밑줄 치고, 직접 펜으로 토를 단다. 그 페이지의 모서리 부분을 접어 손흥민이 찾아보기 쉽게 한다. 자연스럽게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만들려는 생각이다. 손웅정씨는 1년에 근 100권을 읽는다. 그 중 엄선된 30권 정도를 아들에게 권한다. 그는 "책 속에는 겸손, 예의, 배려, 성실 등 알아두면 이로운 것들이 다 들었다"고 했다.

#4. 배부름은 사치다

"흥민아 겸손하게 살아라. 상대방을 높이고, 나를 낮춰라". 손웅정식 교육법 중 가장 핵심 덕목은 겸손이다. 그는 아들의 방송, CF 출연 등을 최대한 막는다. 은퇴할 때까지만이라도 축구선수로서의 길만 걷길 바라서다. 손웅정씨는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달도 차면 진다. 축구 선수로 뛸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언제 떨어질 지 모른다. 재능을 미처 꽃 피우지도 못하고 잊혀진 축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고 아들에게 늘 얘기해주고 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연봉 44억 원을 받는다. 같은 나이대 청년들이 엄두도 못낼 액수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손웅정씨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

#5. SNS도 사치다

2010년 10월 31일은 손흥민이 쾰른을 상대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뜨린 날이다. 축구계는 '제2의 차붐'이 등장했다며 들썩거렸다. 당시 만 18세이던 손흥민도 한껏 들떴을 그날 밤, 손웅정씨는 아들의 숙소로 찾아가 노트북을 가져왔다. 기사를 확인하거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불필요한 글을 남기지 말라는 의미였다. 2011년에는 매니저를 시켜 아들의 SNS를 차단했다. 말 한 마디가 기사화되고, 불필요한 일들도 관심을 받는 건 축구선수답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선견지명이었다. 최근 한국 축구는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방한 기성용의 SNS사태로 시끌벅쩍했다. 손웅정씨는 당시 아들에게 "지금은 날 원망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거다"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6.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 삼아라

손웅정씨는 현대(현 울산)에서 뛰던 1988년 김호 감독과의 마찰로 짐을 싸서 나왔다. 임의 탈퇴 신분이 됐다. 1989년 일화(현 성남)에서 한 시즌을 뛰고 스물넷의 젊은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 길로 춘천으로 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소년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정말 후회를 많이 한다. 그러니까 흥민이한테 축구 선수는 선수 생활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한테는 쓰디쓴 경험이 흥민이한테는 좋은 교훈이 된 것 같다." 손웅정씨는 집안에 있는 자신의 현역 시절 사진을 모두 버렸다. 그는 "흥민이가 우리 집안의 유일한 축구 선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흥민이가 행복하게 축구하는 것만을 바란다"고 했다. 손흥민은 김신욱에게 늘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사진=윤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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