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위조성적서' 뻔히 보이는데..한수원은 몰랐다

입력 2013. 7. 16. 08:30 수정 2013. 7.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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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발급번호 연도'-'발급일 연도' 달라도 무사통과

"발급기관에 문의했다면 바로 조작확인 가능"

부품계약업체 아닌 하도급업체 제출본도 인정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부품을 납품받으면서 국책 연구기관과 국가기관의 시험성적서가 조작됐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납품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계약을 맺은 납품업체가 아니라 그 하도급업체로부터도 시험성적서 조작 부품을 납품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경남 창원의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는 고리 원전 4호기의 전동기 관련 어셈블리를 납품한 ㅅ사가 연구원의 시험성적서 3건을 위조해 한수원에 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ㅅ사는 비상디젤발전기 부품의 성능시험을 맡기지도 않았으면서, ㅎ사가 2008년 10월 재료연구소로부터 발급받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그 다음달에 한수원에 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9년 4월에도 ㅆ사가 발급받은 재료연구소의 시험성적서를 자신의 회사가 받은 것처럼 꾸며 한수원에 냈다.

부품 납품업체의 하도급업체가 작성한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채로 한수원에 제출됐으나 한수원은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한빛원전 3호기에 필터 부품을 납품한 업체의 하도급업체인 ㄷ사는 2007년 12월 고무 인장강도 등의 검사를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에 맡겨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은 뒤, 일부 항목의 수치를 고쳐 한수원에 냈다.

이 회사는 2011년 4월 발급받은 부산울산중소기업청 시험성적서의 발급일을 '2012년 5월'로 바꿔 한수원에 냈다. 조작된 시험성적서는 발급번호의 연도와 발급일의 연도가 다른데도 한수원은 '문제가 없다'며 부품을 납품받았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뒤늦게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들을 밝혀내고 차례로 부품을 교체했다.

부산울산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위조 서류의 연도가 다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시험성적서 발급기관에 문의했다면 조작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한수원이 부품 업체와 계약했는데, 하도급업체의 시험성적서를 인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시험성적서 검증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와 부산울산중소기업청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누가 위조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이들 두 기관이 아니라 계약업체(납품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원전 안전성 최고 등급인 '큐(Q)등급'의 부품은 안전성 전문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 대한전기협회가 인증한 새한티이피 등 성능검사업체 7곳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이 인증한다. 나머지 일반 부품의 성능은 한수원이 직접 검사하거나, 한국전력기술 퇴직자들이 설립한 ㅋ사 등에 검사를 위탁한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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