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우체국·일본 철도' 민영화 봐라

유병철 기자 2013. 7. 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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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세일' 나선 대한민국/ '공공 민영화' 해외에선..

세상일이란 게 다 그렇듯이 공공부문 민영화 이슈가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때 신문지상을 연일 장식했던 그리스 역시 국고문제로 철도와 상수도 등 공기업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민영화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만큼 실패사례와 성공사례가 공존한다. 국내에서는 KT와 포스텍 등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해외의 민영화 사례는 어떨까. 그들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실패했을까.  ◆ 도이치포스트, 민영화로 세계 최대기업 도약민영화로 성공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독일의 도이치포스트(Deutsche Post AG)다. 독일정부는 1990~1995년 국가가 소유한 업체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러한 가운데 도이치포스트는 1995년 독일 국영우체국이었던 독일연방우체국(Deutche Bundespost)이 민영화되면서 탄생됐다.

민영화 이후 디지털화로 인해 고객의 니즈가 변화하고 유로존 등을 통한 시장개방 등의 위험에 시달리던 도이치 포스트는 디지털 우편서비스와 온라인 광고서비스,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여기에 미국의 국제특송회사인 DHL을 인수한데 이어 해운운송회사인 단자스(Danzas), 영국의 세계적인 물류업체 엑셀(Excel)을 인수했다.

현재 도이치포스트의 물류분야기업인 도이치포스트 DHL(DP-DHL)은 2010년 기준 305억달러의 매출액과 854개의 해외법인을 확보한 세계 1위의 전문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세계에 흩어진 직원은 50만명에 달하며 고객은 220여개국에 퍼져 있다. UN가입국가(193개국, 2012년 기준)보다 더 많은 나라에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 '절반의 성공' 일본 철도 민영화

최근 국내 철도 민영화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각종 민영화 중 철도 민영화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국유철도는 특정지방교통선(로컬선)을 지정해 적자노선을 폐선하거나 제3섹터(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회사)로 넘기고, 10만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1987년 4월1일 경영합리화를 위해 JR(Japan Railways) 7개사와 철도연구소, 철도정보시스템으로 분할했으며 특정지방교통선 중 30개 노선을 사철(민간이 운영하는 철도)이나 제3섹터로 넘겼다.

통칭 JR그룹이라 칭하지만 JR홋카이도,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 JR시코쿠, JR큐슈, JR화물 등 7개사는 재정적으로 별개회사다. JR이 성공한 민영화 사례로 꼽히는 것은 사철과의 경쟁을 통해 업무개선, 노선변화, 시간단축 등 여러 서비스를 도입하고 기술적 측면에서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JR의 성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엄밀히 말하면 JR이 완벽히 민영화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벽히 민영화된 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뿐이다. 나머지 JR큐슈, JR시코쿠, JR홋카이도는 공공기금이 소유한 상태로 사실상 공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JR화물의 경우 민영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 수도 민영화 후 폭동 일어난 볼리비아

볼리비아를 배경으로 한 2008년작 영화 < 007 퀀텀 오브 솔라스 > 에서는 물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민영회사와의 싸움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지난 1999년 볼리비아가 수도 민영화에 나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는 1999년 3대 도시 중 하나인 코차밤바시의 상수도시스템을 미국기업인 벡텔에 팔아버렸다. 볼리비아가 갑작스레 상수도시스템을 팔게 된 것은 IMF에 돈을 빌릴 때 공기업을 민영화하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코차밤바의 지역수자원공사인 SEMAPA는 정확히는 6개기업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물의 생산과 배급, 하수 처리를 40년간 맡기게 된다. 그러나 지분이나 이후 대응 등을 보면 사실상 벡텔에 독점적으로 팔아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벡텔은 코차밤바의 상수도시스템을 매입한지 몇주도 지나지 않아 수도요금을 2배 이상 올렸다.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볼리비아 서민층의 평균소득은 약 60~70달러선이었는데 물값이 20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벡텔은 돈을 내지 않으면 수도공급을 끊어버렸고 사람들은 빗물을 받아먹는 등 대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벡텔은 수자원이 줄어든다며 볼리비아정부에 항의했다. 이에 볼리비아정부는 빗물 사용을 단속하는 법안을 상정하게 되고, 아이들이 물을 뜨러 나갔다가 악어에게 습격당해 죽는 사건까지 일어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결국 폭발한 볼리비아 국민들은 2000년 1~2월에 걸쳐 파업과 운송거부에 나섰다. 하지만 볼리비아 대통령은 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했다. 이 때문에 175명 이상이 부상을 입고 2명의 청년이 시력을 잃었다.

4월에 더 많은 파업이 일어나자 볼리비아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한밤중에 시위 지도자들을 체포했으며 라디오방송국을 점거했다.

이와 같은 난리를 겪은 후 볼리비아정부는 수도사업을 국유화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벡텔이 5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국제적인 비난에 시달린 벡텔은 결국 2006년 보상금으로 2볼리비아노, 한국돈으로 400원을 받고 물러났다.

◆ 최악의 실패사례, 미국 의료보험 민영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민영화의 사례를 꼽으라면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사회보장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고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에 의해 노인의료보험(medicare)과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부조(medicaid)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보험을 폐지해버렸다. 이에 따른 폐혜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07년작 영화 < 식코 > (Sicko)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영화에는 보험회사가 병원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환자를 내다버리고, 보험사의 지급금액이 부족하자 손가락 2개가 잘린 환자의 손가락을 한개만 붙이는 내용이 등장한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실이라는 평이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치과치료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약국에서 가정용 치료기구와 치과용 진통제를 판매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두 대통령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았던 공약이 '의료보험의 공영화, 당연지정제 부활'이었던 점만 봐도 닉슨의 공보험 폐지가 얼마나 실패였는지를 알 수 있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제2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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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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