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살 탐방]항동 푸른수목원

윤대헌 기자 2013. 7. 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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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기다림..저수지, 도심속 낙원이 되다

살포시 꽃망울을 터뜨린 수련이 탐스럽다. 어미를 쫓아가는 새끼 오리들은 자맥질이 한창이다. 풀향기 꽃향기 숲향기 가득한 초록세상,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잿빛에 물든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서울 구로구 항동에 자리한 푸른수목원은 도심 속 녹색 공간이다. 항동저수지를 중심으로 주변 논과 밭을 수목원으로 탈바꿈시켜 지난달 5일 일반에 공개했다. 수목원 조성사업이 추진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또 하나의 시민 안식처가 생긴 셈이다.

수목원의 총면적은 10만3354㎡. 서울광장의 8배 규모다. 25개의 테마정원과 숲교육센터, 북카페를 갖춘 수목원은 1700여 종의 다양한 수목과 초화류가 터를 잡고 산다.

입구를 지나자 왼쪽으로 잔디광장이 펼쳐진다. 뒤편으로 수초에 둘러싸인 항동저수지가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목원은 크게 산림식물원과 습지·계류식물원, 테마가든으로 나뉜다. 산림식물원에는 침엽수원, 활엽수원, 식용식물원 등이 조성돼 있다. 거리는 짧지만 메타세쿼이아길이 제법 운치 있다. 습지·계류식물원은 습지원, 계류원, 수변 전망대 등 저수지와 각종 수생식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꽃망울을 터뜨린 수련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습지원을 지나면 테마가든이 길게 이어진다. 향기원, 암석원, 프랑스 정원 등 다양한 주제의 정원이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돌다리와 나무데크를 지날 때마다 마주하는 풍광도 이색적이다.

구로구에 사는 주부 임정희씨(42)는 "집 근처에 수목원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도심 복판에 아이들이 맘 놓고 자연을 대할 수 있어 무척 좋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싶다"고 말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산책로는 오밀조밀하게 다듬어져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잔디밭 곳곳에 들어선 벤치와 정자는 '여유의 공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주부,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화롭다. 곳곳에서 만나는 세계 각지의 식물도 볼거리다. 둘시스박카우레아, 마호가니스위테니아, 상귀네움 제라늄, 오블리쿠아 케로네 등 이름도 낯선 식물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푸른수목원의 백미는 산책로 끝에 자리한 장미원이다.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70여 종의 장미들이 한데 모여 장관을 이룬다. 장미원에는 하얀색 정자와 분수대가 설치돼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사랑을 고백하기에 알맞은 장소다. 장미원과 이웃한 어린이정원은 아이들 세상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이진형·박정미 커플은 "도심에서 거대한 자연을 접하는 맛이 이색적"이라며 "특히 장미원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러포즈하기에 딱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수목원은 장애인이 찾기에도 좋다. 모든 건축물에는 턱이 없고 산책로의 경사는 8% 이하로 조성됐다. 전시와 체험,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도시형 수목원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온실 식물원인 KB숲교육센터에서는 식물이야기, 자연 순환 유기농업 등 63개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도시농업정원(한울터), 원예체험장(이랑텃밭), 체험학습장(두레마을), 야외학습장(배움터) 등에서는 작물과 꽃을 가꾸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봄의 왈츠(사진전), 여름향기(곤충전), 가을동화(국화전), 겨울연가(종자전) 등 계절별 기후와 특성을 살린 전시와 축제도 다양하게 열린다.

푸른수목원은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 1·7호선 환승역인 온수역에서 마을버스나 시내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애완견 출입이 허용되고, 연중무휴로 오전 5시~오후 10시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수목·생태 전문가, 도시 정원사,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목원 운영 모임인 '보짱마당'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수목원의 발전 및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목원 테마정원과 나란히 놓인 항동철길도 볼거리다. 철길은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부천자연생태공원까지 연결하는 7㎞짜리 단선 철도다. 현재 화물열차만 뜸하게 다닌다.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나' 싶을 정도로 시골 정취를 물씬 풍긴다. (02)2686-3200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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