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갯골길① 염전의 흔적 남은 방죽을 걷다

2013. 7. 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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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갯골'은 갯가의 고랑을 뜻한다. 바닷물이 육지로 파고들어 형성된 자그마한 개울이다. 경기도 시흥에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내만 갯골이 있다.

소래 포구에서 가까운 시흥 갯골 뒤에는 본래 넓은 염전이 있었다. 1930년대 중반 염전을 조성한 일제는 소금을 일본으로 수탈해 갔다.

해방 후에는 한때 최고의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지만, 점차 채산성이 악화돼 1996년 폐쇄됐다. 그리고 소래염전이 있던 자리는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갯골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갯골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형이다. 대개는 강물이 하구까지 흘러가다 바다에 합류하는데, 갯골은 거꾸로 바닷물이 육지까지 밀려 들어온 형국이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모습을 보면 민물 같지만 실제로는 짠물이고, 조수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 게다가 시흥 갯골은 계곡처럼 사행(蛇行)하는 보기 드문 형태를 띠고 있다.

갯골을 따라 난 갯골길은 '늠내길'의 일부이다.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의 '늠내'는 시흥의 옛 명칭이다. 시흥시는 2009년부터 걷기 좋은 길 4개를 만든 뒤 '늠내길'이라고 명명했고, 갯골길은 늠내길의 두 번째 코스이다.

갯골길은 시흥시청을 출발해 갯골을 경유하고 방산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16㎞ 경로로 구성되며, 여유 있게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기점은 갯골생태공원이다. 시청에서 생태공원까지는 드넓은 논 사이로 뻗은 오솔길, 생태공원에서 방산대교까지는 갈대밭과 갯벌 사이의 흙길로 경치가 사뭇 대조적이다.

◇ 염전이 사라진 갯벌 생태계의 보고

갯골생태공원은 갯골과 연합 습지가 자연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공간이다.

멸종위기등급 2급인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살고, 기러기와 왜가리가 날아들 만큼 환경이 깨끗하다. 또 왕벚나무가 우거져 그늘이 드리워진 산책로에는 개망초, 쑥부쟁이, 애기기린초 같은 들꽃이 피어 있다.

갯골길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은 생태공원 염전 체험장이다. 허름한 목재 소금 창고 앞에 위치한 체험장에서는 소금의 역사와 쓰임새를 알아보고 직접 채취할 수 있다.

주위에 별다른 지도와 표지판이 없어서 헷갈리는데, 탐방을 계속하려면 철조망이 있는 문을 통과한다.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늠내길 리본이 묶여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갯골길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다. 갯고랑과 나란히 평탄한 방죽이 이어진다. 자동차는 다니지 못하고, 오직 도보와 자전거로만 오갈 수 있어 한적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과 몸을 수그린 채 열심히 참게를 잡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시에서는 조우하기 힘든 평화롭고 고즈넉한 정경이다.

생태공원에서 방산대교까지 가는 도중에는 갈림길이 한 번 나타난다. 농경지 가운데 외로이 솟아 있는 섬산으로 향하는 샛길이다.

아까시나무가 무성한 좁은 길을 나아가 섬산을 지나친 뒤 갈대밭길을 걸으면 다시 방죽과 합쳐진다. 이곳에서 약 2㎞를 더 가면 방산대교인데, 왼쪽으로 창고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반환점인 방산대교에서 갯골을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닻이 놓여 있다. 아직도 작은 고깃배들이 갯골을 통해 이동한다는 증거다.

이제는 다리를 건너 반대편 둑을 통해 돌아간다. 다리 아래 방산펌프장에서 2㎞ 떨어진 포동펌프장까지는 나무에 둘러싸인 길로 갯골의 정취는 느낄 수 없다.

포동펌프장부터는 갯골길에서 갯벌 생태계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구간이다. 오른쪽으로는 짙푸른 갈대와 산소풀이 군락을 이루고, 과거에 염전이었던 왼쪽으로는 염생식물이 뿌리내리고 있다.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도 생장하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는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특히 함초로도 일컬어지는 퉁퉁마디는 대지 위의 산호를 연상시킨다.

갯골길 유일의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부흥교에 다다르면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건너편은 생태공원이고, 직진하면 배수갑문과 군자갑문이 있다.

갑문은 해수와 담수의 흐름을 막는 시설로 갯골이 끝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시청까지는 다소 지루하므로, 군자갑문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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