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와타나베 미나와 일본의 힘

2013. 7. 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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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젊은 세대들에 역사적 사실 전달우익 노골적 비판에도 굴하지 않아

지난 5월21일 오후 8시25분쯤, 그에게서 그리 길지 않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의 일본에 대한 심의 내용이었다. CAT 위원 10명 중 4명이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대응과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의 망언을 지적했다는 것이었다.

와타나베 미나(渡邊美奈)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 사무국장. wam은 위안부를 중심으로 전시 성폭력 관련 증언과 자료를 모은 자료관으로, 2005년 8월1일 도쿄 와세다대학 부근의 작은 공간을 빌려 문을 열었다. 기자에서 여성운동가로 변신해 2000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민간 법정 '여성 국제전범 법정' 등을 주도하다 2002년 암으로 쓰러진 마쓰이 야요리(松井やより)의 유지를 잇기 위해 만들어졌다.

40대의 와타나베는 1990년대부터 위안부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여성자료센터'와 '바우넷(VAWW-NET) 재팬' 등 여성 인권과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했고, 2005년 wam 출범과 함께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의 주도 아래 wam은 연 1회 위안부 및 전시 성폭력 특별전과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다. 각국 위안부 관련 소송 문서와 연구자들이 모은 자료 등을 수집해 공개도 한다.

연구와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와타나베는 2005년 위안부 실태를 알기 쉽게 소개한 64쪽짜리 가이드책 '일본군 위안부'를 펴냈고, 올해에는 하야시 히로시(林博史) 등과 함께 아베 정권의 위안부 대응을 비판한 단행본 '무라야마·고노담화 재검토의 착오'를 펴내기도 했다.

도대체 와타나베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위안부 존재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본군의 가해 실태와 피해자들의 고통을 일본 내는 물론 세계에 널리 알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3월9일 미국 뉴저지주의 위안부 기림비를 찾은 뒤 한국 언론에도 이를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미국 시민사회를 통한 역사 알리기 노력이 필요하다. 미 시민사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역사를 인정하도록 압박하는 게 효과적이다."

실제 그는 5월 CAT에 아베 정부의 위안부 대응과 하시모토 시장의 망언을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CAT는 이에 5월21∼22일 일본 심의에서 아베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뒤 보고서를 통해 개선을 촉구했다. CAT의 권고 내용은 전 세계로 타전됐다. 한국 정신대대책협의회의 양노자 팀장은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활동 경험이 풍부하고, 국제 인맥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칭찬한다. 한 일본 시민활동가는 블로그에서 '밝으면서도 정력적'이라고 호평했다.

물론 그의 길이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다. CAT에서 위안부 문제가 다뤄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우익이나 네티즌들은 인터넷 등에서 "매국노", "또 와타나베냐", "한국의 스파이" 등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우경화 속에 비판도 거세지만 굴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본에는 수십만·수백만명의 '와타나베'가 있다.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인 헌법 9조를 지키는 '9조회'를 비롯해 '○○을 생각하는 회', '○○을 공부하는 모임' 등 수많은 시민단체를 이뤄 활동한다. 혼자 시민운동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을 흔히 'NGI(Non-Government Individual)'라 부른다. 더구나 공익 목적의 이들 단체나 시민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십년, 아니 평생에 걸쳐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와타나베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의 힘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단체), 일본식으로 말하면 '괴짜'라는 뜻의 '가와리모노'라는 생각이 든다. 이념과 표를 위해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이나 독일과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일본 경제가 아니라. '전후 체제 탈피'와 개헌 등을 통해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폭주는 그들에 대한 기대를 키울지도 모른다. 무엇을 예고하는지, 35도 넘는 폭염이 일본에선 한창이다.

김용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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