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내뿜는 누드삼림욕장에 가봤더니..

2013. 7. 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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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장흥 억불산으로 가는 말레길. 나무데크 깔린 길에 나리꽃이 피어 있다.

ⓒ 이돈삼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이런 날은 바깥활동이 번거로운 게 사실. 그래도 집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하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곳이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다. 햇볕 내리쬐는 날도 좋지만 비가 내려도 덜 불편할 것 같아서다. 색다른 운치도 있을 것 같다.

우드랜드로 간다. 지난 3일이다. 편백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각선미를 뽐내고 있다. 눈이 먼저 호사를 누린다. 숲의 공기도 도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은은한 편백의 향도 코끝을 간질인다. 습기를 잔뜩 머금었던 바람결도 사라지고 없다. 편백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건강한 숲의 기운에 마음이 상쾌하다.

목재문화전시관이 보인다. 숲과 나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곳이다. 숲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산책로가 편백숲 사이로 정갈하게 나 있다. 편백톱밥을 깔아놓은 숲길도 있다. 발바닥이 푹신하다. 길섶에 비비추, 털머위, 산마늘 등 야생화와 산나물도 지천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편백소금집으로 연결된다.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편백나무가 쭉쭉 뻗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 이돈삼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에 설치돼 있는 나무데크 길. 이른바 무장애 데크로드를 따라 한 연인이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 이돈삼

숲의 격도 다르다. 어느 숲인들 아름답지 않고 사람에 이롭지 않을까만 이곳은 치유의 숲이다.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도 해준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에게 보약인 셈이다.

숲속 쉼터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피톤치드를 호흡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예 전세를 낸 것처럼 편히 누워 쉬는 사람도 있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녹색 샤워'를 하는 가족도 보인다. 한결같이 편안한 모습이다.

이 숲은 1960년대 산림녹화 정책으로 조성됐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주종이다. 면적이 자그마치 100㏊나 된다. 외경심까지 든다. 숲에서 피톤치드를 호흡하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통나무집과 한옥, 황토흙집도 많다. 이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아니 찾은 것만으로도 훌륭한 삼림욕이 된다.

편백숲 사이로 설치돼 있는 나무데크 길. 계단 같은 장애물 없이 마루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말레길'로 이름 붙였다.

ⓒ 이돈삼

편백숲 우드랜드의 말레길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황칠나무. 성인병 치료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편백소금집 앞에 다다르니 억불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518m로 그리 높지는 않다. 능선이 길고 부드러워 보인다. 숲길은 말레길(무장애 데크로드)로 이어진다. '말레'는 '마루'의 사투리. 한옥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대청(大廳)을 일컫는다. 숲 사이로 나무널판을 완만하게 깔아 길을 만들었다. 계단도 없다. 노약자나 장애인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맨발로 걸어도 괜찮다.

나무널판길 옆으로 황칠나무가 많이 보인다. 성인병 치료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무다. '동화 속 혹부리 영감의 혹이 끝내 없어지지 않았던 건 콜레스테롤 분해와 뱃살 제거에 효능이 있는 황칠을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어놓은 입간판이 웃음을 짓게 한다.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풍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한 연인이 편백숲의 바위에 앉아 풍림욕을 즐기고 있다.

ⓒ 이돈삼

비비에코토피아도 이 길에서 만난다. 이른바 누드 삼림욕장으로 알려진 풍욕장이다. 2만여㎡에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토굴과 움막, 원두막도 설치돼 있다. 대나무 가림막이 있어 안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겉옷을 걸치고 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머릿속은 물론 마음 속 갈증도 후련하게 풀릴 것 같다.

나의 질투 어린 부러움을 눈치라도 챈 걸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내 빗줄기가 거세진다. 삼림욕을 즐기던 연인도 원두막으로 급히 몸을 피한다. 우산을 펼쳐들고 편백숲 사이로 난 나무널판길을 계속 걸었다. 여느 산길과 달리 비가 내려도 미끄럽지 않다.

비 내리는 날 나무데크 깔린 길을 따라 억불산으로 오르는 길.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본 모습이다.

ⓒ 이돈삼

비 내리는 날 억불산으로 가는 말레길에서 내려다 본 장흥읍 시가지. 선계를 연상케 한다.

ⓒ 이돈삼

비비에코토피아에서 조금 더 걸었더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매표소로 내려가고, 다른 하나는 억불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나무널판길이 쭉 이어져 있다. 비가 계속 내려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억불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편백숲은 조금씩 멀어져 간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비구름이 자욱하다. 그 아래로 편백숲과 장흥읍내가 자리하고 있다. 한손에 우산을 받쳐 들고 또 한손엔 큰 카메라를 들고 싸목싸목 걸었다. 그런데도 억불산 정상(연대봉)까지 십리 길이 금방이다.

발밑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 사이에서 듬성듬성 드러난 산자락의 곡선이 부드럽다. 그 풍경이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닮았다. 청산도, 소록도를 품은 다도해 풍광도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내 마음결도 하얗게 표백된 것 같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거듭하며 계속 내리고 있다.

억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숲 가운데에 편백숲 우드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편백숲 우드랜드의 한 쉼터에서 여행객이 비를 피하고 있다. 그 앞으로 비비추가 활짝 피어 있다.

ⓒ 이돈삼

연대봉에서 나무널판길을 따라 내려와 편백소금집으로 간다. 편백과 소금을 활용한 자연치유를 체험하고 싶어서다. 편백소금집이 소금을 활용한 다채로운 힐링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천일염으로 동굴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소금동굴도 보인다. 소금의 살균, 탈취, 정화효과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금으로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소금마사지방도 있다. 몸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는 소금해독방도 눈길을 끈다. 비가 내려도 좋은 편백숲 우드랜드에서의 한나절이다.

소금찜질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편백숲 우드랜드에 자리한 편백소금집 풍경이다.

ⓒ 이돈삼

편백숲에서 소금찜질을 체험할 수 있는 편백소금집 전경. 장흥 억불산 우드랜드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 죽림분기점에서 순천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장흥나들목으로 나간다. 여기서 장흥군민회관 오거리에서 안양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우드랜드로 연결된다. 호남고속국도를 탈 경우 동광주나들목에서 제2순환도로를 타고 화순으로 가서 29번국도를 타고 보성까지 가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장흥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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