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95m 아래..핵폐기물 묻힐 저장고가 거기 있었다

2013. 7. 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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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주 방폐장 공사현장을 가다

천장·벽에 콘크리트 타설 한창지름 23m '분화구 모양' 저장고6개 완공되면 10만개 드럼 저장월성·한울 원전 저장고 포화로2536개 드럼 이미 옮겨와 보관

차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1.5㎞ 들어가자 도로 양옆으로 6개의 동굴이 보였다. 푸른색 조명이 새어나오는 동굴로 들어가니 지름 23m, 깊이 35m 규모의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들어왔다. 돔 모양의 천장과 벽에는 철근을 촘촘히 세우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이상훈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방폐공단) 월성 센터장은 "현재 위치는 근처 동해의 해수면보다 95m 아래다. 물(지하수)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보강 공사를 진행중인데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1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현장에선 마무리 공사(공정률 95%)가 한창이었다. 방폐장 건설은 1986년 정부가 검토를 시작한 뒤 30년 이상 부지 선정으로 몸살을 앓고, 2008년 착공 뒤에도 시설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줄기차게 이어져 온 사업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저장될 곳으로 사회적 합의와 안전성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탓에 갈등도 컸다. 완공 1년을 앞둔 방폐장 건설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동굴 속 분화구는 사일로(저장고)라고 불리는 시설로 중저준위 폐기물이 보관될 곳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된 장갑, 작업복, 기기부품 등 방사능의 세기가 약한 폐기물을 말한다. 사일로 1곳에는 1만6700개의 드럼이 저장되고, 6개의 사일로가 완공되면 현재 전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보관중인 폐기물 10만드럼이 특수 선박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져 저장될 예정이다.

사일로 공사는 진행중이지만 이미 월성과 한울(울진) 원전에서 옮겨온 폐기물 2536개 드럼(1개 드럼 200ℓ)은 별도의 인수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인수저장시설은 폐기물을 사일로로 옮기기 전 안전 검사를 하는 시설이지만 월성과 한울 원전의 임시저장고 포화를 이유로 2010년 12월24일 이후 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하게 됐다. 2011년 11월 방사능이 검출돼 충격을 줬던 서울 노원구의 폐아스팔트의 폐아스콘 707드럼도 지난해 12월 인수저장시설로 반입됐다.

주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방폐장 건설부터 폐기물 반입과 임시저장 등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2009년과 올해 각각 30개월, 18개월씩 준공 시기가 연기된 것도 안전성 논란을 부채질했다.

안전성 논란은 방폐장 부지 선정과 처분방식 결정부터 시작됐다. 210여만㎡ 부지에 조성중인 방폐장은 주변 바다의 해수면보다 100여m 아래 깊이로 땅을 파고 암반을 깎아 폐기물 저장공간을 마련하는 동굴 처분 방식으로 건설됐다. 폐기물이 갖고 있는 방사성 물질을 땅속에 묻고 콘크리트·철근 방벽, 방수시트(두께 1~3m)와 자연 암반 등 '인공 방벽'으로 막겠다는 방식이다. 10만개의 드럼이 다 찰 경우 이후 암석(쇄석)으로 빈 공간을 채운 뒤 폐쇄하고 주변 환경과 격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암반이 애초 부지 선정 때와 달리 강도가 균질하지 않고 무른 암반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지하수 유입 가능성이 불거지며 방사능 유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준공 기간이 두차례 연장된 것도 연약한 암반을 보강하는 공사 때문이었다.

방폐공단은 안전성 문제를 공사 연기와 함께 기술적으로 대부분 해결했다고 밝힌다. 정명섭 방폐장 건설본부장은 "결과적으로 공사 기간이 연장된 것은 잘된 일로 평가한다. 무리한 공사 대신 안전성과 관련한 부분을 다 짚어보고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적용하는 등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경주/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완공 1년 앞둔 경주 방폐장, 안전성 논란은 여전환경단체 "연약한 암반 다수 발견"공단 "인공방벽 제기능 문제없다"전문가 "물에 잠길땐 균열 장담못해"

2008년 8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설을 시작한 이래 방폐장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방폐장 건설 초반에 불거진 논란은 동굴 처분 방식의 특성상 폐기물 저장고의 1차 방벽이 될 자연 암반의 강도를 둘러싼 논란이다. 애초 부지 선정 당시 발표와 달리 4~5등급(암석 등급은 1~5등급으로 분류)의 연약한 암반이 절반 이상 발견된 것이다. 특히 6개의 사일로(저장고) 가운데 1·2번 사일로는 4~5등급인 걸로 드러났다.

환경단체 쪽은 4~5등급 암반에 대형 사일로를 건설한 사례가 없고, 안전성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1·2번 사일로의 암반이 특히 안 좋은 편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2011년 6월 경주 인근에 활성단층(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층)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방폐공단)은 암반 등급이 낮아도 콘크리트와 방수시트 등의 인공방벽이 제 기능을 해 1400년 이상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폐기물의 방사능이 없어지는 300년의 시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두행 방폐공단 토목건설팀장은 "시간과 공사비가 늘어난 대신 기술적으로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해왔기 때문에 안전성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방폐장의 이후 운영과 방사능 유출 가능성 등 '미래'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사일로가 지하수에 잠기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주변의 지하수가 들어와 배수시설로 하루 300~500t을 뽑아내고 있다. 김익중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동국대 의대 교수)은 "완공되더라도 이후 지하수에 침수될 가능성이 있고, 사일로 균열이 진행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예상보다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토목전문가들도 "콘크리트 등이 물에 잠길 경우 부실이나 균열 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일로 폐쇄 뒤 이를 확인할 절차가 없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사일로에 쇄석을 채우고 폐쇄할 경우 이후 하자가 있어도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하는 시스템도 없다. 독일 아세방폐장이 지반 균열과 지하수 침수로 2011년 폐기물을 이전한 사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00년 쓸 시설인데 급하게 준공만 할 게 아니라 안전성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폐공단은 방수 보강 설비를 충분히 했고, 외부 지하수에 의한 침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도 연간 방사성 물질 유출량도 안전 기준치를 밑돌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9월 사이 국외 안전성점검(핀란드 S&R사)과 대한지질공학회 조사를 통해 안전성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대한지질공학회는 지난해 10월 "추가 보강 대책 등으로 2014년 6월 준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방폐장 부지선정 갈등 20년…백지화만 9차례

1986년부터 시작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부지 선정과 건설은 원자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동반했다. 2005년 경북 경주로 방폐장 터가 선정되기까지 20년 동안 9차례 부지가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백지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처음 시작된 곳은 1990년 충남 안면도였다. 정부가 안면도를 방폐장 터로 선정하자 지역 주민들 1만명은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고, 정근모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이 경질되며 백지화됐다. 이후 1994년 인천 굴업도가 방폐장 터로 선정됐지만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은 물론, 해저에서 활성단층(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층)이 발견돼 부지 적절성 문제로 철회됐다. 이후 정부는 지자체에 지원금과 지역개발을 제시하는 정책을 펴며 부지 선정을 추진했고, 경북 울진·영덕, 전남 영광, 전북 고창 등 4곳이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갈등의 불씨는 2003년 전북 부안으로 옮겨붙었다. 김종규 당시 부안군수가 주민들의 반발에도 방폐장 유치를 신청하고 정부가 밀어붙이며 '부안사태'가 발생했다. 반년 넘게 대규모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결국 2004년 2월 주민투표에서 91.83%의 반대로 일단락됐다. 부안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갈등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주민들의 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방폐장 사업을 추진하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외면할 수 없기에, 방폐장보다 더욱 갈등이 예상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방안을 두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려 하는 것이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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