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A형으로 갈아타야 하나.." '로또 수능'에 高3 교실 대혼란

입력 2013. 6. 28. 04:31 수정 2013. 6. 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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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훨씬 높은 점수 격차에 중위권-지방고교 학생들 동요
교사들 수시 진학지도 엄두못내

[동아일보]

"막연히 걱정했던 사태가 이제 현실이 된 거죠. 애들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니까요."

진학지도 교사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 꼽히는 서울의 한 여고 3학년 교사는 27일 일선 고교 3학년 교실마다 영어 선택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중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채점을 공개한 결과 영어 A형의 표준점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A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B형보다 무려 11점 높았다. 이러다 보니 진학지도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로또 수능'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다.

모의평가 결과 공표 전까지만 해도 '지원 대학 범위와 가산점을 고려하면 중위권 수험생도 B형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런데 A형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자 '중위권은 무조건 A형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 수시모집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대학 입학 담당자나 학원의 입시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표준점수는 응시자의 규모와 성적분포 같은 집단 특성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실제 수능에서 어떤 수험생이 얼마나 A형에 응시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는 수도권보다 지방의 고교들에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대부분 B형을 의무화해 사실상 고민의 여지가 크지 않다. 그 반면에 지방대들은 A형을 허용하면서도 B형에 가산점을 최대 30%까지 주는 곳들이 적지 않다. 광주의 한 여고 영어교사는 "반에서 영어 성적이 중간쯤 되는 학생들에게 A형을 권했더니 '서울에 있는 대학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거냐'면서 우는 통에 난감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수능에서도 A형 표준점수가 잘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A형을 권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진학지도에 혼란이 커지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영어만이라도 선택형을 폐지하는 것이 차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어는 문과 B형-이과 A형, 수학은 문과 A형-이과 B형으로 계열에 따라 정리돼 혼란이 덜하다. 하지만 영어는 선택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영어 A형과 B형의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진학지도까지 종잡을 수 없으니 이중고"라며 "일반고 무력화를 막으려면 영어 선택형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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