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달리다 절경속에 앉으니 시간도 쉬어가네

박경일기자 2013. 6. 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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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해안도로 드라이브

언젠가부터 이른바 '걷기여행'이 대세입니다. 느린 걸음의 도보여행. 그 미덕 중의 하나가 바쁘게 지나치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찬찬히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풍경을, 또 세상을 자세히 보는 것이 꼭 걸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차를 타고 마음 가는 대로 달리다 때때로 멈춰 서서 풍경 앞에서 시간을 넉넉히 내주는 것만으로, 걷기 못잖은 여행이 가능하니까요. 두 발로 땅을 딛고 길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도보여행은 또 요즘처럼 뙤약볕 쏟아지는 한여름이거나 습한 장마철에는 적당하지 않은 듯합니다.

여름의 한복판으로 드는 이즈음에 '해안도로 드라이브 여행'을 권합니다. 차를 타고 닿을 수 있는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는 경남 거제도에 있습니다. 거제 해안도로의 정취는 감히 비교할 만한 곳이 드뭅니다. 딱 한 곳, 바다 건너 제주만 빼놓는다면 말입니다. 제주의 해안도로야 가장 압도적이지요.

하지만 거제의 해안도로도 제주 못지않습니다. 제주 해안이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간추려진다면, 거제 해안의 아름다움은 거기에 여러 풍경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푸근한 고향바다도 있고, 손대지 않은 비포장의 해안도 있고, 기암괴석이 그려내는 절경도 있으며, 부드러운 백사장의 해변도,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갯벌도 있습니다. 해안 쪽으로 흘러내려 산줄기가 만든 언덕을 타고 넘을 때마다 그 너머로 펼쳐질 풍경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건 그 때문입니다.

거제의 드라이브 여행에 꼭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있으니, 바로 '캠핑용 의자'입니다. 빼어난 해안도로의 경관을 차장 밖으로 무심히 스쳐 지내 보낼 수는 없는 일. 잠깐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것으로도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해안도로를 달리다 최고의 경관이 펼쳐지는 자리에마다 캠핑용 의자를 펴놓는다면 어떻겠습니까.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의자를 놓고 앉아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굽어보거나, 해변의 나무 그늘 아래서 부드러운 물살이 밀려드는 백사장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 그건 거제의 바다가 보여주는 풍경을 가장 여유있게 누리는 방법입니다.

거제에 머문 사흘 동안 이렇게 의자를 놓기에 맞춤한 자리를 찾아 아스팔트와 비포장, 시멘트 도로를 갈아타며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세 바퀴쯤 돌았습니다. 그렇게 발품으로 찾아낸 자리를 골라서 여기 소개합니다. 동행이 있어 거기에 나란히 의자를 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무슨 일이든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듯이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제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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