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왔어요, 철모 눌러쓴 섬 백령도

김용운 2013. 6. 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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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의 섬' 서해 최북단 백령도 1박2일 여행
분단의 현실과 자연의 비경을 동시에 맛 볼 수 있어

두무진포구에서 바다를 보고 왼쪽으로 난 약 500m의 오솔길을 걸으면 두무진의 비경을 육지에서 더 가깝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본 서해의 일몰은 두무진 여행의 화룡점정이기도 하다(사진=한국관광공사)

[백령도=글·사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서해의 다른 이름은 누런 바다. 황해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나 투명한 에메랄드 빛을 자랑하는 남해에 비해 물이 맑지 못해 그리 불린다. 서해는 갯벌이 넓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큰데다가 동해와 남해 보다 수심이 깊지 않아 상대적으로 물빛이 탁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서해 5도의 가장 큰 섬이자 대한민국의 서북단 영토가 시작되는 백령도 인근 서해의 물빛은 달랐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출발 할 때 보았던 황해는 4시간30분 뒤 도착한 백령도 해안에서 사라지고 동해와 남해 못지않은 푸른 바다가 섬을 감싸고 있었다. 백령이란 섬 이름은 그 바다 위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흰 새의 모양과 같다 해서 붙여졌다.

분단의 비감과 때묻지 않은 절경이 교차하는 섬.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북녘으로 222Km 떨어진 북위 37도52분 해상에 걸쳐있다. 면적은 46.28㎦였지만 1990년대 간척사업을 통해 50.99㎦ 늘어나 전국에서 8번째로 큰 섬이 됐다. 인구는 5000여명.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백령면 사무소에 따르면 농업 비중이 다른 섬에 비해 높고 곡물의 자급자족 비율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간척지에는 벼농사가 한창이었고 어촌의 왁자한 분위기보다는 농촌의 정적인 풍경이 섬 전체에 녹아있었다.

주민 외에 해병 흑룡부대를 비롯해 육·해·공 3군이 주둔하고 있어 주말에는 면회객들로 섬이 붐빈다. 덕분에 주말 백령도행 배에서는 군에 보낸 아들을 보러가는 부모들의 상기된 표정과 애인을 만나러 가는 처자들의 설렘을 슬쩍 슬쩍 엿볼 수 있다. 또한 배가 섬에 닿았을 때 이들을 마중 나온 건장한 군인들의 살짝 젖은 눈시울들을 보는 것도 백령도 여행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인간적인 풍경'들이다.

백령도의 현재 행정구역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이지만 일제 말까지만 해도 황해도 장연군 백령면이었다. 해방과 동시에 38선이 그어지면서 경기도 옹진군으로 편입됐다. 지금도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불과 10Km 떨어져있다. 남과 북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다 위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60년을 대치해 온 것이다.

백령도 흑룡부대 OP에서 바라본 북한의 장산곶. 수평선 너머 해무에 가린 장산곳이 어렴풋이 보인다.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들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지만 오직 사람만이 60여년째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백령도로 떠나기 전 사뭇 긴장감이 들었던 이유는 최전방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약간의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워서다. 일상에서는 무감각한 분단국가의 대치상황이 절로 떠올랐다. 백령도 여행은 그래서 섬으로 떠나는 휴식의 여행이고 섬 둘레 비경들에 감탄하는 선상유람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한반도가 갈라져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안보여행이기도 하다.

흑룡부대에서는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초소를 개방하고 부대 현황을 알려주는 안보관광코스를 제공한다. 섬 북쪽의 흑룡부대 OP에서 보면 장산곶매의 전설이 서려있는 옹진군 장산곶이 바로 지척에 보인다. 흑룡부대 관계자는 "저 너머 장산곶에 북한의 화기들이 남한을 향해 항시 발포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빤히 보이는 바다를 사이에 놓고 팽팽한 긴장감이 60여년 이어져왔다. 그 사이에 북한은 여려 도발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했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고 그 이전 천안함 피격이 있었다. 백령도 두무진 끝트머리 해안 절벽에는 천안함 46용사 들을 위한 위령탑이 있어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두무진과 사곳 ·콩돌해변 자연의 신비가 가득

백령도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두무진. 규암으로 이뤄진 두무진 일대의 절벽과 바위는 저마다 이름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노을의 물드는 두무진 일대의 절경은 사뭇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백령도 여행의 백미는 두무진(명승 8호) 관광을 꼽는다. 두무진은 백령도 북서쪽 4㎞ 해안선을 일컫는다. 투구를 쓴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두무진이란 이름이 붙었다. 두무진 포구에서 배를 타고 나서면 바로 두무진 일대를 볼 수 있다. 사암과 규암으로 구성된 절벽과 바위기둥을 보기에 앞서 두무진 일대 바다색에 우선 놀란다. '누런 바다'에도 예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유람선은 대부분 20여명 남짓 탈 수 있는 작은 배들이다. 유람선 선장이 관광안내원을 겸한다. 백령도는 황해도 사투리가 아직 남아 있어 독특한 억양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선대암,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등 곳곳에 얽힌 사연들을 듣다보면 감탄사와 함께 아무생각 없이 스마트폰이나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기에 바빠진다. 마냥 찍어도 절경이다.

두무진 중간 쯤 물개바위 일대는 물범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4월부터 10월 사이는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 천국이라고 한다. 네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고개를 빼어놓고 석양에 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위로 가마우지가 날아가며 하루 양식의 배설물을 뿌린다. 그 흰 배설물이 두무진의 절벽과 바위에 묻어 자연의 색을 더했다.

한 시간 남짓 해상유람을 마치고 다시 두무진항에 들어오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두무진항 옆으로 조성된 산길을 500여 미터 남짓 올라가면 바다에서 보지 못한 두무진의 속 비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같은 습곡에서 찍은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있다.

백령도 천안함 위령탑에서 본 해안 일대. 서해 바닷빛이 누렇다는 것은 적어도 백령도 연안에서만큼은 사실이 아니다.

두무진과 더불어 백령도에서 빼놓지 말고 가야할 명승지는 사곳해변(천연기념물 391호)과 콩돌해변(천연기념물 제392호)이다. 3.7km에 달하는 사곳해변은 지금도 공군의 작전용 활주로로 쓰인다.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천연비행장이다. 백령도의 렌트카에는 사곳해안 출입을 금지한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를 몰고 바닷가 백사장을 달리는 쾌감을 막기란 쉽지 않다. 수시로 차들이 해변을 달렸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해변질주가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사곳해변과 멀지 않은 콩돌해변에 가면 섬 하나에 이렇게 극과 극인 해변이 존재할 수 있는지 놀란다. 사곳해변은 규조토가 층층히 쌓이면서 그 사이에 뻘이 뒤섞이면서 형성됐다. 돌은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콩돌해변은 규암이 파도에 부서지고 깎여 콩만큼 작은 자갈이 되어 형성됐다. 형형색색의 자갈들은 하나같이 동글동글하고 어여쁘다. 콩돌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물수제비를 뜨며 동심에 젖었다. 인천항에서 백령도로 가는 배에 타며 느꼈던 일말의 불안함은 사라진 뒤 오래였다. 하룻밤 더 묵고 갈 수 없어 안타깝기만 했다.

백령도 사곳해변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 3.7km에 달하는사곳해변은 전세계에서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유일무이한 천연비행장이다.

찾아가는 길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8시, 8시50분, 오후1시 세 차례 백령도로 배가 뜬다. 백령도에서는 오전 8시, 오후1시, 오후2시에 각각 인천항으로 가는 배가 있다. 기상여건에 따라 결항되는 경우가 있으니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1544-1114)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안에서는 공용버스가 있지만 자주 다니지 않는다. 섬 내 콜택시나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먹을 곳

여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냉면이 먹고싶어진다. 백령도에는 황해도식 냉면집이 있다. 백령도에서 재배하는 메밀로 만들어 평양, 함흥 냉면과는 또 다른 맛이 난다. 특히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하는 게 특이하다. 사곳냉면(032-836-0559)과 신화냉면(032-836-0679)이 유명하다.

머물 곳

백령면 읍내에 아일랜드 캐슬(032-836-6700)을 비롯해 모텔이 열 곳 정도 있다. 주말에는 면회객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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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백령도 닷컴(www.baengnyeongdo.com)과 웅진군 홈페이지(www.ongjin.go.kr/tour)에서 자세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백령도 관광안내지도(사진=옹진군청 제공)

김용운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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