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음악에 대한 공감은 현실 제대로 담는 것에서 나와"

2013. 6. 1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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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Healingㆍ치유)이 자기개발서만큼 흔해져 되레 힘 빠지는 세상, 여성 듀오 옥상달빛은 힐링 공해의 시대에서 제 몫을 하는 몇 안 되는 '힐링캠프'다.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질퍽대는 땅바닥 지렁이 같은 걸"이라던 '하드코어 인생아'부터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 게 없다네"라던 '없는 게 메리트'까지 옆집 언니 같은 이 듀오는 현실을 과장하지도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라던 '수고했어 오늘도'의 사소한 위로가 큰 울림을 줬나 보다. 2집 '웨어(Where)'로 돌아온 옥상달빛의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옥상달빛은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우리는 늘 음악에 현재를 담아왔다.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부담 없는 대화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앨범의 타이틀 '웨어(Where)'는 장소를 묻는 의문대명사다. 앨범 재킷의 콘셉트 역시 숨은 그림 찾기의 대명사인 '월리(Wally)'다. 박세진은 "이전 앨범엔 사랑 노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며 "'웨어'란 앨범 타이틀은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고 자연스럽게 찾기의 아이콘인 '월리'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 정규 2집 '웨어(Where)'를 발표한 여성 듀오 옥상달빛. 왼쪽부터 멤버 김윤주, 박세진.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테이프의 양면처럼 둘로 나눈 구성이다.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란 주제로 담긴 '새로와'ㆍ'괜찮습니다'ㆍ'티클(Tickle)'ㆍ'칠드런 송(Children Song)' 등 전반부 6곡은 밝고 경쾌한 톤으로, '세상의 모든 히어로'란 주제로 담긴 '히어로'ㆍ'헬프(Help)'ㆍ'하얀' 등 5곡은 미세한 숨결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읊는다. 전작에서 종종 눈에 띄던 키치(Kitsch)적인 요소들이 사라져 앨범의 전반적인 채도가 차분해졌지만 울림은 더욱 깊어졌다.

김윤주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자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히어로', 세진과 여행 중 문득 공감한 신(神)의 사랑을 같은 노랫말에 각자의 감성으로 풀어낸 '공중'과 '숲' 같은 곡들은 달라진 삶에 대한 자세로부터 비롯된 곡들"이라고 전했다.

수록곡 중 '유서'는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이다. "내가 참 재미는 있지. 내가 참 운동을 잘하지. 내가 참 집안일은 잘하지. 가끔은 요리도 괜찮았지"처럼 농담 같은 작별인사를 담은 가사는 비극을 비극으로 그려내지 않음으로써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소 심각한 제목과는 달리 장난스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사운드를 점증시켜 웅장한 관악기로 끝을 맺는 '유서'는 스케일 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김윤주는 "한 조문객이 생전에 고인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형광색 원피스를 입고 장례식장을 찾는 외국의 장례식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먼 훗날 내 죽음을 지인들이 너무 슬퍼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장난스럽게 시작한 곡이지만 만들다보니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옥상달빛의 밝고 수수한 사운드는 3박자 리듬과 겹쳐져 마치 동요와 비슷한 감흥을 주곤 한다. 이 같은 감흥은 옥상달빛의 음악을 다른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차별화를 두게 만드는 힘이다. 김윤주는 "예전엔 여성 팬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가족 단위로 심지어 아저씨 혼자 찾아오는 관객들도 많아졌다. 동심을 떠올리며 만든 곡들은 아니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전국의 시골 분교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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