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빈티지 대구를 거닐다..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2013. 6. 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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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가씨는 새침하다. 야무진 옷매무새며 톡톡 쏘아대는 말투가 쉬이 마음을 내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진심 어린 대화 몇 마디면 금세 "언니야~" 헤벌쭉 웃어주니 내 마음을 먼저 뺏기고 만다. 대구도 그렇다. 화려하게 북적이는 동성로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1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낡고 헤진 근대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한 카페도 소탈하기 그지없다. 도시 한가운데 이처럼 꾸밈없이 수수한 모습들을 소중하게 품고 있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심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중구

서울도 그러하듯 대구의 중구 역시 도시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다. 그런 번잡한 도심에서 이토록 다양한 근대건축물을, 그것도 걸어서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대구만이 가진 굉장한 장점 중 하나다. 19세기 선교사들의 흔적부터 독립운동가와 민족시인의 고택, 부자동네의 위엄이 느껴지는 골목길까지…발을 내딛는 순간 근대로의 시간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100년의 전통과 위엄이 서린 진골목

경상도에선 '길다'를 '질다'로 발음하는데 진골목도 '긴 골목'이란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형태가 남아있는 건 겨우 100미터 남짓으로, 현재는 좁고 구불구불한 낡은 골목길이다. 이곳은 근대 초기 서병국 등 대구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전통과 위엄이 서린 동네다. 골목길 중간쯤 자리한 정소아과 건물은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옥으로, 담벼락엔 옛 영화를 기억하듯 고풍스런 소나무가 골목길을 내려다보고 섰다.

골목 입구에 자리한 미도다방은 과거 경북 지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예술가들이 드나들던 곳으로 지금도 옛 추억을 더듬으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 중 하나였던 고 전상열 시인은 '미도다방'이란 시를 남겨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놓고 차 한 잔 값의 추억을 판다'고 다방 풍경을 묘사하기도 했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중구 종로2가 66-1, 053-252-9999(미도다방) 기품 있는 아름다움, 계산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계산성당은 1902년에 완성된 건물로 대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1900년대 초기 건축물이다. 전체적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을 띠고 있지만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에 고딕 요소를 가미해 기품과 화려함을 더했다. 시인 이상화가 그 아름다움에 매료돼 낭만주의 시로 대표되는 '나의 침실로'의 영감을 얻었다고도 전해지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혼식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중구 계산동2가 71-1, 053-254-2300

꼿꼿한 민족정신이 살아 숨쉬는 뽕나무골목

과거 뽕나무가 많았다 하여 뽕나무골목으로 이름지어졌건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을 이 좁은 골목길로 끌어들이는 것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민족시인 이상화와 독립운동가 서상돈의 고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더욱 유명한 시인 이상화의 고택은 암울한 시대를 온몸으로 저항하며 살아냈던 꼿꼿한 정신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와 마주보고 있는 서상돈 고택 역시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간부로 활동하면서 러시아의 내정간섭을 규탄하고 민권보장 및 참정권획득 운동을 전개했던 선생의 대찬 기상이 느껴진다.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허물어질뻔한 것을 시민들이 직접 모금운동을 통해 지켜낸 곳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중구 계산동2가 84, 053-256-3762 관람시간10:00~17:30 입장료무료 웨딩 촬영 장소로 인기만점! 동산 선교사 주택대구에서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이뤄졌던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선교사 주택들로 서양과 조선의 건축양식이 조화롭게 어울린 것이 특징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조경과 외관 때문에 사진 동호인들은 물론 젊은 연인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지난 1999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챔니스주택과 스윗즈주택을 각각 의료박물관과 선교박물관으로 설립, 대구 근대역사의 한 페이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어 블레어주택 또한 교육역사박물관으로 활용돼 조선시대부터 6차 교육과정까지 각 시대별 교육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중구 동산동 424, 053-250-7100 관람시간월~금 10:00~17:00 입장료무료 이중섭이 그림 그리고 유치환이 시를 쓰던 녹향음악실

우리나라 최초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자 1950년대 대구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녹향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전쟁통에도 문화에의 뜨거운 갈증을 풀어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가난한 화가 이중섭은 이 곳에서 담뱃갑 은박지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렸고 한쪽에선 청마 유치환이 시를 썼다. 시인 양명문은 녹향에서 대표적인 한국가곡 중 하나로 꼽히는 '명태'의 가사를 썼고 변훈은 거기에 곡을 붙였다. 이처럼 한국예술사의 한 획을 그었던 젊은 예술가들이 매일같이 모여 토론을 벌이던 녹향에서 갈 곳 없는 청춘들은 풋내기 연애를 걸고 머리 희끗한 아버지들은 팍팍한 일상의 고단함을 클래식 한 소절에 위로았다. 헤진 소파 귀퉁이 사이로 60년 세월이 흘렀건만 녹향의 시계는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중구 화전동 2-8, 053-424-1981 입장료5000원(음료값 포함) 김광석을 닮은 방천시장

수성교 옆 방천(냇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둑)을 따라 들어선 시장이라 하여 이름 붙은 방천시장은 광복 직후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돌아온 이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좌판을 벌였던 곳이다. 한때 대구의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번성한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변에 대형마트와 상가가 들어서면서 조금은 썰렁한 모습이다. 다행히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가수 고 김광석을 테마로 꾸민 벽화길 덕분에 최근엔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한 삶의 순간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했던 그처럼 방천시장도 세월의 변화를 그저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주소

대구시 중구 대봉동 한적한 주택가의 조용한 변신 앞산 카페거리이름이 재미있다. 왜 하필 앞산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는 성불산인데 대구의 앞쪽에 위치해 그리 부른 것이 공식명칭이 되었단다. 주변 풍광이 좋아 한때 대구 최고의 부촌을 형성했던 이곳이 요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가정집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아늑하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거리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어반가든

잘 가꿔진 앞마당과 내추럴한 인테리어, 통유리를 활용한 밝고 탁 트인 시야가 매력적인 카페&비스트로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앞산 카페거리의 매력을 대변하는 건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신선한 샐러드를 함께 내오는 브런치 메뉴가 훌륭해 이른 시간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단품메뉴로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올린 치즈피자가 유명하다. 주소 및 전화번호대구시 남구 대명9동 526-32, 053-621-3784 도도맨숀

전형적인 스타일의 2층 양옥집을 개조한 빈티지 카페. 낡은 담장을 허물고 40년 된 앞마당을 멋스럽게 꾸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구지역 온라인쇼핑몰들의 단골 촬영지로 더욱 유명한 이곳은 빈티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몇 시간이고 머물고 싶을 만큼 아늑함을 선사한다. 카페 곳곳에 숨어있는 앙증맞은 소품들도 큰 볼거리다. 다양한 퓨전요리와 파스타류가 인기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남구 대명9동 486-19, 053-657-6112 튜즈데이모닝

마치 동남아의 어느 고급 빌라에 온 듯 감각적인 외관과 조경이 눈길을 끄는 튜즈데이모닝은 건물뿐 아니라 입구를 지키고 선 백일홍마저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한다. 앞산 카페거리의 유명세를 이끈 레스토랑 중 하나로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주로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데 커피와 잘 어울리는 진한 치즈향의 수제 치즈케이크가 인기 메뉴다.

주소 및 전화번호

대구시 남구 대명9동 493-38, 053-656-7000 [글·사진 권다현('여자들의도시여행' 저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82호(13.06.1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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