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그리고 흙냄새도 맡고..숲에서 놀면 몸도 마음도 쑥쑥

송현숙 기자 2013. 6. 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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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5살 남매를 키우는 정진영씨(37·서울 중구 정동)는 거의 날마다 아이들과 배낭을 싸 동네 공원이나 가까운 숲을 찾는다. 초등학교 1학년 큰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크레파스, 물통, 도시락 등을 챙겨 둘째와 주먹밥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하고, 하교한 큰아이와 같이 가까운 공원에서 저녁 늦게까지 나뭇잎 탁본도 뜨고 소꿉놀이, 역할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비가 오면 함께 비옷을 입고 나가 빗소리도 듣고, 비오는 날의 운치도 느낀다. 아이들은 서울의 크고 작은 숲들을 놀이터 삼아 부모의 기대대로 '몸과 영혼'이 쑥쑥 성장했다.

정씨도 여느 엄마들처럼 임신 7주 때부터 아이가 태어나 3살이 될 무렵까지 도서관에서 수백권의 육아서적을 탐독하며 아이에게 들려줄 음악, 똑똑하게 키우는 법 등을 공부하던 열혈 엄마였다. 정씨가 달라진 것은 남편이 내민 한 칼럼을 읽은 다음부터다. 어린이잡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몸이 아이 시절에 성장하듯 영혼의 크기와 깊이도 아이 시절에 성장한다"는 말에 "1등 아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마음껏 꿈꾸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근처의 숲과 공원을 찾아 나섰고, 주변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이것저것 질문에 답하다 책까지 내게 됐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어요. 하루하루 놀다보니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고, 스스로 재미를 찾는 힘도 커지는 것 같아요. 요즘 몇 년 사이에 숲 유치원이나 숲속 놀이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숲에 갈 때 부모가 교육적으로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소만 바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한걸음 발을 내딛는 순간, 깨끗한 공기와 생동하는 자연으로 가득한 숲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치유의 공간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숲 놀이학교'의 저자 정진영씨의 딸이 숲에서 놀며 나뭇잎을 가위로 잘라 '나뭇잎 퍼즐'을 만들고 있다. |정진영씨 제공

숲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6월, <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숲 놀이학교 > (멘토르) 저자인 정씨의 도움말과 < 깜짝 아이디어로 신나는 숲놀이 > (피피엔)를 참고해 숲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모았다.

▶나뭇잎 그리기

나뭇잎을 스케치북에 붙이고 나뭇잎을 그대로 그려본다. 물과 그림물감을 준비해 나뭇잎의 색깔을 흉내내다 보면 같은 초록색이라도 정말 다양하다는 것과 자연에서 만들어진 색은 사람이 흉내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가지 흙냄새 맡기

아이에게 흙에도 저마다 고유한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냄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게 하는 놀이다. 위생 비닐봉지 몇 장과 모래놀이 세트에 들어 있는 삽을 준비해 계곡 근처 축축하게 젖은 흙, 양달에서 바삭하게 마른 모래, 오래된 나무 밑동의 흙 등 공간에 따라 다른 흙을 한 줌씩 떠 비닐봉지에 각각 담고, 비닐봉지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게 한다. 직접 흙의 질감도 느껴볼 수 있고, 어디서 퍼온 흙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어떤 흙에서 식물이 잘 자랄 것 같은지 등을 얘기할 수 있다.

▶나뭇잎 가면 만들기

얼굴이 반 이상 가려지는 커다란 나뭇잎에 구멍을 뚫어 눈, 코, 입을 만들고 고무줄이나 리본테이프로 묶어 가면을 만든다. 가면을 여러 장 만들어 동물 울음소리를 내거나 가족 가면을 만들어 엄마와 아빠, 동생 흉내를 내며 노는 것도 좋다.

▶나뭇잎 퍼즐 만들기

모양이 다른 나뭇잎을 여러 장 모은 다음 가위로 다양한 조각이 되도록 잘라 퍼즐을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양으로 두세 조각, 두 번째는 예닐곱 조각, 단계가 높아질수록 복잡한 모양으로 조각 수를 늘린다. 아이들은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나뭇잎이 새로운 모양이 되어 나오는 것을 신기해한다.

▶나뭇잎 탁본 뜨기

나뭇잎 탁본은 숲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미술활동이다. 나뭇잎을 종이 아래에 넣어두고 돌멩이로 두드리는 방법과 크레파스로 문지르는 방법이 있다. 종이를 나뭇잎 위에 덮고 돌멩이로 두드리면 나뭇잎이 짓이겨지면서 녹색 즙이 종이에 묻어나온다. 나뭇잎을 천연 물감으로 사용해 잎맥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이다. 크레파스를 이용한 방법은 나뭇잎 위에 종이를 덮고 크레파스로 쓱쓱 문지르는 것이다.

▶온몸으로 비 만나기

비 오는 날은 아이들이 전혀 새로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선 밖에 나가면'지렁이 찾기'나'달팽이 찾기' 등의 미션을 주어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손바닥과 머리, 어깨 등 빗방울이 몸에 닿을 때 어떤 느낌인지, 빗방울의 세기, 온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솔방울 놀이

숲속에서 솔방울로 과녁을 맞추는 놀이다. 나무 그루터기, 열려 있는 배낭, 나무의 벌어진 틈 등 과녁을 정하고 솔방울을 던진다. 한번 던질 때마다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점점 멀어지면서 과녁 맞히기를 한다. 짝을 맞춰 솔방울을 테니스 치듯 손바닥으로 치는 놀이도 솔방울로 할 수 있는 놀이다.

▶숲 비빔밥

단체로 숲을 방문했다면 숲 비빔밥 놀이를 해도 좋다. 교사는 아이들 수만큼 나무 열매나 자연물들을 다양하게 수집한다. 어느 것이든지 두 개 이상을 준비한다. 참가자는 모두 이 자연물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 원으로 둘러서고 술래는 가운데 서서 자연물 이름을 부른다. 가령 '솔방울'이라고 외치면 솔방울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떠나 비어 있는 다른 자리로 들어가야 한다. 가운데 서 있던 술래도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자리를 찾지 못하면 다음 술래가 된다. 간혹 '숲 비빔밥'이라고 외치면 모두 자리를 바꿔야 한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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