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살인진드기 '풀숲·등산로'서 반려견 노린다

헬스경향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2013. 6. 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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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을 넘긴 월요일은 필자가 근무하는 동물병원이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이다. 이미 다른 동물병원에서 일차적으로 진료를 받고 좀 더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 내원하게 되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는 이렇게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환자 내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 주말에는 응급진료 이외에는 진료를 실시하지 않고 있기에 주말동안 응급실로 내원해 입원한 동물들을 각 진료과에서 본격적으로 진료를 실시하는 요일도 월요일이다.

어느 월요일 오후 폭풍처럼 밀려드는 동물 환자들의 진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 진료실로 급한 전화가 연결된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하긴 하지만 다급함이 여실히 묻어난다."우리 똘이(가명)가 지금 자리에 누워 꼼짝을 하지 않고 숨만 가쁘게 몰아쉬고 있습니다. 다시 그 병이 재발한 듯합니다."

반려동물이 진드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풀숲과 같이 진드기가 서식하기 쉬운 장소 출입을 자제하고 주기적으로 외부기생충주제제를 도포해 주는 것이 좋다.다급해 하시는 똘이 보호자님을 진정 시킨 후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내원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똘이가 병원으로 내원하기 위해 출발했다는 두 번째 전화를 받은 후 병원은 다시 응급환자인 똘이를 진료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똘이에게 수혈(輸血)할 수 있는 혈액이 구비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충분한 수혈용 혈액이 구비돼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똘이가 병원에 도착하였고 곧바로 혈액을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 창백한 잇몸과 피부색으로 보아 분명 심각한 수준의 빈혈이 있음이 분명해 보였지만 정확한 빈혈상태 확인과 아울러 구비된 수혈용 혈액 중 어떤 혈액이 수혈하기 적합한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일련의 검사가 마무리 된 직 후 적합성이 확인된 수혈용 혈액을 이용해 수혈이 실시됐다. 오후 늦게 시작된 수혈은 자정을 넘어 마무리 됐고 다음 날 오전 똘이는 전날과는 확연히 다르게 다시 핑크빛 잇몸과 피부색을 회복해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걷고 음식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똘이는 다시 이렇게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병원에 응급 내원해 수혈을 받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네 번째라는 것이다.

똘이는 바베시아증(바베시아 감염증)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은 요즈음 국내에서 한창 문제되고 있는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대표적인 원충성 질환이다. 사람에서는 일명 살인진드기 바이러스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과 유사하게 개들도 진드기에 물리게 되면 바베시아증에 이환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직까지 사람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 사람이외의 동물에서 발병되었다는 보고가 없기에 개들이 진드기에 물려 발생되는 질환 중 가장 무서운 질환은 분명 바베시아증이다.

바베시아 원충은 진드기를 통해 개에 감염이 이루어지면 혈액 내 적혈구에 기생하여 결국에는 적혈구를 파괴시켜버린다. 이로 인해 발열, 식욕부진, 원기 소실 등의 증상과 아울러 심각한 빈혈과 황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바베시아증은 한번 발생하면 완벽하게 원충을 구제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똘이와 같이 수혈을 요하는 빈혈상태가 반복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진드기가 몸에 붙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진드기는 사람의 몸에 붙어 흡혈하기 보다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쉬운 수북한 털을 가진 동물의 몸에 붙어 흡혈하길 더 좋아한다. 따라서 진드기가 반려동물의 털에 붙고 털뿌리 쪽으로 내려와 흡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드기가 상존할 가능성이 높은 풀숲이나 등산로 출입을 가능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 달에 한번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전용 외부기생충 구제제를 피부에 도포하게 되면 이미 몸에 달라붙어 있는 진드기를 구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드기가 반려동물의 몸에 붙지 못하는 예방적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사람과는 달리 온몸을 감쌀 수 있는 옷과 장갑을 착용할 수 없는 털복숭이 반려동물들이 진드기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드기가 서식하기 쉬운 장소의 출입을 자제하고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 외부기생충 구제제를 도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헬스경향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cyhwang@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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