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동상이 웬말?..곳곳 철거 갈등

권지윤 기자 입력 2013. 6. 6. 21:12 수정 2013. 6. 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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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에 공을 세운 인물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건립했는데 알고 보니 과거에 친일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동상을 철거해야 된다, 안 된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권지윤 기자가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기자>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한 쪽에 자리 잡은 동상.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을 지휘해 10만 민간인을 구한 김백일 장군을 기리는 겁니다.

[(동상 보니까 어떤 분인 거 같나요?) 6.25 전쟁 때 훌륭한 일을 하신 분 같아요. 대단한 분 같아요.]

하지만, 그는 일제 강점 당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간도특설대 창설에 관여했던 인물.

이런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웬 동상이냐며 철거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제시도 철거를 명령했지만, 동상을 세운 단체가 소송으로 맞서 3년째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동상으로 세워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대학이나 공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안에 동상이 설치된 김활란 초대 총장.

그러나 학도병 지원 등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로 밝혀져, 학생들이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설립자로 서울대공원에 동상이 세워진 김성수, 근대 문학 선구자로 어린이대공원에 흉상이 세워진 김동인.

공덕을 기리는 동상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 모두 친일파로 밝혀졌습니다.

[박찬승/한양대 역사학과 교수 : (일본 강점기엔) 일제에 협력하고, 해방 이후엔 공을 세운 사람들이 논란의 핵심인데요. 그 경우 역사(공적과 잘못)를 있는 그대로 기술해주는 게 어떨까….]

일제 때 강원도지사이자, 친일파인 이범익의 칭송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강원도 정선 아라리 촌.

이범익의 업적을 기린 칭송비 바로 옆에 이렇게 이범익의 친일 행각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영세 불망비 단죄문을 함께 세워뒀습니다.

공적과 잘못을 함께 남겨 역사의 교훈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강기희/정선문화연대 대표 : 깨부순다고 친일의 역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 친일행각을 낱낱이 저은 단죄문을 세워서 차라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거나.]

칭송과 단죄를 공존시키는 게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동상 철거를 둘러싼 소모적 갈등보단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박정삼)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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