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엉덩이 자국'에 앉아 땀 식히니 여기가 무릉도원

2013. 6. 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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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여행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과 삼화사 참선·명상 체험, 묵호항 논골담길 탐방

계곡 트레킹, 용추폭포 앞 참선촛대바위 해돋이 명상 등은다른 템플스테이에서만나기 쉽지 않은 일정이다

짙푸르러지는 신록, 걷잡을 수 없는 때다. 전국의 높은 산 깊은 골 울창한 숲들이 앞다퉈 어두컴컴해지는 이때, 숲길 사랑하고 걷기 좋아하는 분들 또한 신선한 숲터널 걷고 싶은 마음 걷잡을 수 없을 터이다. 물소리 짙은 계곡길과 바람소리 세찬 능선길 두루 돌며, 몸과 마음을 신록에 푸욱 담갔다 건져올 수 있는 숲길로 가보자. 강원도 동해시 경치 좋기로 이름난 두타산(1352.7m)과 청옥산(1403.7m) 사이에 내뻗친 수려한 바위골짜기 무릉계곡이다. 선선한 오전에 신선이 살 듯한 숲길을 걷고, 오후엔 전망 좋고 그림 좋은 묵호항 비탈마을, 논골의 비좁은 골목길을 걸어볼 만하다.

소와 폭포 즐비한 명승, 선인 발자취도 촘촘

'국민관광지 1호' '명승 37호' '아름다운 하천 100선'. 무릉계곡을 꾸며주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표현은 골짜기 이름 자체다. '신선이 살 만한 계곡'이란 뜻의 무릉계곡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향 무릉도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골짜기 들머리 금란정 앞 물길의 널찍한 암반에 새겨진 대형 글씨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도 신선들이 사는 이상향을 드러낸 글이다. 이 웅장한 글씨는 강릉부사를 지낸 봉래 양사언이 썼다(1571년)고도 하고 삼척부사를 지낸 옥호자 정하언 글씨(1751년)라는 얘기도 있다.

숲길 명상 템플스테이로 이름난 삼화사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물길 따라 용추폭포로 가는 완만한 길과, 관음암으로 오르는 계단길이다. 무릉계곡 숲길 탐방 코스는 대체로 셋으로 나뉜다. 물길 따라 쌍폭포·용추폭포까지만 다녀오는 왕복 1시간30분 코스와 용추폭포 보고 내려와 문간재 들른 뒤 하늘문·신선바위·관음암 거쳐 내려오는 코스, 반대로 관음암으로 올라 하늘문·문간재·용추폭포 거쳐 물길 따라 내려오는 2시간30분~3시간짜리 코스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탐방길이지만, 내려다보고 올려다볼 경치가 많아 소요시간 가늠은 매번 어렵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아저씨는 "어디로 가든 한 바퀴 돌아오면 2시간30분"이라 했고, 관음암 주변에서 만난 어르신은 "발 빠른 사람은 2시간도 안 걸린다"고 했지만, 사진 찍고 구경하다 보니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관음암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오솔길 걸어 신선바위에 오르니 실낱같은 무릉계곡 물줄기가 산그늘에 잠겨 까마득하다. 거대한 바위 끝에 걸린, 물살에 파인 듯한 작은 웅덩이가 신선이 계곡 경치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는 자리다. '신선 엉덩이 자국'이란다. 절벽의 거대한 바위 틈새엔 대개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뿌리의 힘으로, 쪼개지고 있거나 언젠가는 쪼개질 바위들이다.

탐방길에서 가장 아찔한 지점은 피마름골의 하늘문 계단이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절벽 중간에 뚫린 바위구멍을 통해 이어진다. 비 올 땐 하늘문 쪽 코스는 피하는 게 좋다.

3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는 아래쪽 하단 폭포보다 물길 위로 올라 만나는 중간 폭포의 자태가 더 웅장하다. 용추폭포(하단) 바위 밑엔 '용추'라는 글씨가, 소 앞 널찍한 암반엔 '별유천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별유천지(비인간)'는 이태백의 이상향이요, '무릉도원'은 도연명의 이상향이니, 선인들은 이 골짜기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 셈이다.

숲길·폭포 참선, 일출 명상 진행하는 삼화사

흐르고 또 고이기를 되풀이하는 해맑은 물과,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폭포 소리를 화두로 삼아 심신의 때를 벗겨내고 싶다면, 고찰 삼화사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상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여느 절과 비슷하다. 하지만 경관 수려한 계곡과 동해 바다를 곁에 둔 사찰답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계곡 숲길 트레킹, 용추폭포 앞 참선, 무릉반석 참선, 촛대바위 해돋이 명상 등은 다른 절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일정이다. 삼화사 템플스테이 운영자는 "매달 새로운 테마의 일정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며 "도시민들이 대자연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화사는 연원이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지만, 상처가 많은 절집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왜병이 불태웠고, 영조 때는 산사태로 무너졌으며, 을사늑약 때 분연히 일어선 삼척 의병들을 공격하기 위해 왜병이 다시 불태웠다. 1977년엔 계곡 들머리에 쌍용양회가 들어서며 절을 통째로 옮기는 시련을 겪었다.

골목골목 벽화 이어진 묵호항 논골마을

포구로 내려와 사람살이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쐴 차례다. 묵호항 부근에 낡고 빛바랜 산비탈 마을이 기다린다. 계단식 집도 밭도, 굽이쳐오른 길도 좁디좁은 산동네지만, 오르내리며 만나고 헤어지는 골목들과 담벼락은 아주 환하고 아름답다. 3년 전부터 작업해 화사한 벽화마을로 거듭난 논골마을이다.

동해문화원의 생활문화 전승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골목마다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든 벽화를 그리고 '논골 담(談)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논골1·3길, 그리고 등대오름길 등 3곳 골목길에 주민들 일상생활이 엿보이는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어느 골목길로 올라도 길은 꼭대기에서 묵호등대와 만난다. 10여년 전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던 작은 집들은 허물어져 밭이 되거나, 일부는 빈 채 방치돼 있다.

주민들은 뱃일을 하거나, 오징어와 명태 말리기 작업으로 살아온 분들이다. 논골이란 지명은, 골목길이 시멘트로 포장되기 전까지, 덕장에서 말릴 오징어·명태를 이고 져나르느라 늘 논바닥처럼 질퍽거렸던 데서 나왔다.

50여가구 10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남아 사시는 이 마을 골목길은, 이제 젊은 남녀들이 손잡고 팔짱끼고 누비는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남자친구와 벽화 보고 등대 구경하러 들렀다"는 성지영(21·동해 한중대 4년)씨는 "낡은 골목길도 보존하고 가꾸면 멋진 볼거리가 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은 "올해부턴 주민들 참여로, 작은 집터 40여곳을 갖가지 야채밭·꽃밭으로 가꾸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논골2길 골목엔 트릭아트(입체벽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묵호항서 시원한 물회 한그릇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강릉분기점~동해고속도로~동해나들목~7번국도~효가사거리 우회전, 무릉계곡 표지판 따라간다.

먹을 곳

무릉계곡 들머리 주변에 무릉회관(033-534-8194) 등 산나물정식·비빔밥을 내는 식당이 20여곳 있다. 묵호항 도로변에는 물회를 내는 횟집들이 많다. 묵호수협 건너편 골목 묵호경로당 앞의 묵호식당(033-532-1526)은 최근 문 연, 푸짐한 양의 쟁반물회(사진)를 내는 곳. 횟집운영 7년 경력의 주인이 방어·청어·부실이 등 제철 활어를 직접 사서 회를 뜨고, 동치미국물 육수도 직접 만든다. 회와 야채, 육수, 소면을 따로 담아낸다. 1인 1만원. 조미료 안 쓰고, 음식 재활용도 안 한다는 집이다.

묵을 곳

천곡동과 망상동 일대에 호텔·모텔들이 많다. 천곡동 뉴동해관광호텔은 7월 중순 성수기 전까지 일반실 6만원.

문의

동해시청 관광진흥과 (033)530-2232, 동해문화원 (033)531-3298. 논골마을에서 묵호등대 앞 종점매점의 토박이 주민 손만택(75)씨를 찾거나, 잠수함 모양의 버스정류장(겸 미니도서관)에 교대로 근무하는 도우미 어르신을 찾으면 논골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사진으로 보는 '강원 동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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