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합천으로 통한다

송세진 여행작가 2013. 6. 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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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합천 소리길·영상테마추억길·기적길

합천에는 다양한 '걷기 길'이 있다. 물소리·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계곡길, 옛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테마길, 땀 흘리고 '야호!'를 외치는 산행길…. 취향 따라 골라 걷는 재미, 합천으로 간다.

◆해인사와 소리길

6km 남짓,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좋은 길이다. 대장경테마파크를 시작으로 해인사를 지나 홍류동 계곡길을 4km 정도 포함하고 있으니 문화와 자연이 적당히 섞여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길은 크게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홍류동계곡으로 나눠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해인사는 이름만으로 위엄이 있다. 통도사·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며 통일신라시대 때는 화엄 10찰의 하나였다고 한다. 해인사는 불교경전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강화도 선원사에 보관됐다가 1398년 해인사로 옮겼고 이때부터 법보종찰로 역할을 하게 됐다.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힘으로 몽고군의 침략을 물리치고자 16년간 제작한 것으로 경판의 개수가 8만개라서 팔만대장경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해인사는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인사는 큰스님이 머문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각국사 의천, 사명당 유정, 퇴옹 성철 등 이곳에 주석하며 인재를 길러냈고 해인사 입구에는 성철스님사리탑이 있다.

해인사 입구 성보박물관에는 역사, 조각, 불화, 공예, 서화실 등 다섯 분야의 전시실과 고려대장경판, 목조희랑조사상 등 문화재급 유물을 전시하고 고려대장경 특별실에서는 백남준의 고려대장경 비디오아트가 상영된다. 대장경 제작과정, 대장경판 인행 체험실 등이 있으니 대장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둘러볼만 하다.

다음은 홍류동 계곡이다. 소리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류동에 들어서면, 여기가 왜 소리길인지 알게 될 것이다. 계곡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이 나무 사이를 흐르는 소리가 상쾌한 흥분을 일으킨다. 수백년 된 송림과 하얀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산수화에서 봤던 그 풍경이다.

홍류동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고운 최치원이다. 통일신라 말의 인물이었던 최치원은 세속을 피해 이곳에서 은거하다가 신선이 됐다고 한다. 홍류동을 대표하는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농산정은 그 이름이 최치원의 시에서 나왔고, 이곳이 바로 그가 수도하던 곳이다. 비록 시대를 잘못 만나 그리 됐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계곡에 정자 하나를 만들고, 시 읊고 명상하다 신선이 됐다니 참 팔자 좋은 어르신이다. 세속이 힘겨워도 그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는 이렇게 한두시간 걸으며 찌든 피로를 씻어낼 따름이다.

◆영상테마추억길

가호역을 지나면 1900년대 초로 타임슬립이다. 마치 헤리포터가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을 통과하는 것 같다. 역을 통과하면 전차 한대가 서 있고, 마차의 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이 바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만나는 영상테마길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골목마다 얼굴을 달리한다. 일제강점기의 1920년대, 적산가옥, 소공동, 종로의 옛모습, 1980년대 거리 등 지금은 달라졌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거리가 이곳에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 를 제작하며 만들었던 세트였는데 이후 이것을 철거하지 않고, 일반이 즐길 수 있는 체험 거리로 문을 열었다. 지속적인 관리와 새로운 영상작품 촬영으로 아직도 활발히 일이 진행되는 곳이다.

영화 < 전우치 > , < 써니 > , < 고지전 > , < 모던보이 > , < 도둑들 > , 드라마 < 각시탈 > , < 경성스캔들 > , < 사랑비 > , < 옥탑방왕세자 > , < tv설 삼생이="" >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 무한도전 > 의 달력만들기 편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그러니까 웬만한 옛 거리 장면은 이곳이 단골로 등장했다는 뜻이다.

'여긴 문구점인 셈이네?', '왕대포!', '하하, 옛날 댄스홀 포스터다!' 길을 걷다 보니 동행자와 자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따금 만나는 어르신들은 감회가 남다르신 듯 사진도 많이 찍으신다.

이곳엔 단순히 모형 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현된 반도호텔, 서울역, 대흥극장, 중앙우체국 등은 전시실과 공연장으로 꾸며져 있어 옛 시절의 물건이나 소품,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상설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촬영소품으로 쓰였던 F-4D 팬텀기와 기차도 볼 수 있다. 특히 < 포화속으로 > 촬영 현장에는 탱크와 장갑차가 폐허 속에 놓여있어 전쟁의 참혹함과 위험성이 관람 자체만으로도 실감나게 전해진다. 실제로 이 촬영장 입구엔 '안전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을 정도이다.

어느새 두세시간이 훌쩍.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리며 걷다 보면 하루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곳이다.

< tv설 삼생이="" > ◆황매산 기적길이번엔 산행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이유는 산 정상부근까지 자동차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원래 산마루에 펼쳐진 초원지대에 목장이 있었고 목장 때문에 도로가 있었다. 그러니까 여행자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다. 원한다면 도보로, 조금 편하게 가고자 하면 자동차를 이용하면 된다. 덕분에 어르신들의 나들이에도 좋은 곳이다.

기적길은 영암사지로 시작해 돛대바위, 조선천하의 명당자리라는 무지개터, 기운이 넘치는 곳이라는 모산재, 순결한 사람을 가려낸다는 순결바위, 그리고 국사당을 거쳐 다시 영암사지로 내려오는 코스로 도보 1시간30분~2시간 정도다. 사실 산행치고는 짧은 편에 속한다.

어쨌든 황매산의 백미는 정상의 초원지대다. 평화로운 기운이 넓으면서도 이국적으로 펼쳐져 봄의 철쭉, 여름의 초목, 가을의 억새, 겨울의 눈꽃이 장관이다. 이쯤 되니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이 영남의 소금강산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정상에서 합천호,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이 모두 보이니 산행에 취미가 없더라도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알짜 코스다.

걷기 여행의 매력은 한번씩 멈춤에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볼거리가 있어서, 숨이 차서, 사진을 찍으려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한 호흡을 끊어 감으로써 잠깐의 휴식에 큰 기쁨을 얻는다. 여행도 우리 생활의 '잠깐 멈춤'과 같다. 그러니까 걷기 여행은 우리 일상의 축소판인 셈이다. 계곡·테마·산, 어떤 길이든 상관 없다. 이번 주말엔 걷다 쉬며 휴식을 배우는 여행이면 어떨까.

[여행 정보]

● 합천 해인사 가는 방법

[승용차]경부고속도로 한남 IC -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분기점 - 성주 IC에서 '합천·고령' 방면 - 가야로 - '송계리' 방면 - 동강한강로 - 양정삼거리에서 '합천·고령' 방면 - 가야로 - 수륜삼거리에서 '거창·가야산·해인사' 방면 - 성주가야산로 - 야천삼거리에서 '가야산국립공원·해인사' 방면 - 가야산로 - 해인사길

[버스]서울남부터미널 - 합천시외버스정류장 - 택시 등 이용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해인사: 검색어 '해인사'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10번지대장경테마파크: 검색어 '대장경테마파크'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943합천영상테마파크: 검색어 '합천영상테마파크' / 경남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 418황매산: 검색어 '황매산' / 경남 합천군 가회면

< 여행지 주요정보 >

해인사http://www.haeinsa.or.kr관람요금 : 성인 3000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700원

해인사 성보박물관http://www.haeinsamuseum.com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매표마감 : 오후 5시30분)관람요금 : 어른 2000원 / 청소년·군인·어린이·노인 1000원해인사 내 위치 / 055-934-3150

대장경테마파크http://culture.hc.go.kr/sub/02_02_01_01.jsp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관람요금 : 성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군인·만65세 이상 500원

합천영상테마파크http://culture.hc.go.kr/sub/02_01_01_01.jsp관람시간 : 오전9시 ~ 오후6시관람요금 : 어른 3000원 / 학생·군인·어린이 2000원 / 65세 이상·유공자·4급 이상 장애인 1500원마차 타고 해설 듣기 : 대인 5000원 / 소인 3000원 / 단체(10명) 3만원

< 음식 >

고바우식당: 가야산 산나물로 만든 산채 음식이 별미이다.산채비빔밥 8000~1만원 / 산채한정식 1만2000원 / 도토리묵비빔밥 1만원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10 / 055-931-7311

황태촌: 맑고 개운한 전골 국물로 애주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황태아구버섯전골 2만~3만원 / 황태찜 2만~3만원 / 황태버섯콩나물해장국 7000원경남 합천군 대병면 호수로 166 / 055-931-0676

사누키우동: 합천영상테마파크 내에 있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 우동집이다.카케우동 4000원 / 히야시추카 6000원 / 쇼유라면 6000원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757 / 055-931-1019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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