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특집 새 섬 새 섬산 | 여수 초도 상산봉 르포] 남해 청정바다의 '풀 산'에 망대가 솟아 있네

글·한필석 부국장 2013. 5. 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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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록섬 잇는 '신비의 바닷길' 갯것 체험 & 상산봉 종주 산행

↑ [월간산]그림 같은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오르는 상산봉 산행 길. 정상 아래 둔덕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일행.

여수 삼산면 초도는 여행깨나 했다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섬이다. 풀이 잘 자라 풀 초(草) 자를 이름 삼게 되었다는 이 섬은 바다 풍광 좋기로 이름난 거문도와 백도를 여행할 때면 으레 경유하게 되지만 출항 이후 지루해질 즈음 모습을 드러내기에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해 왔다.

그 초도에 때 묻지 않은 섬산 상산봉(上山峰·339m)이 솟아 있다. 남해 일원의 여러 산 중 최상급에 속한다 하여 상산봉이라 이름 지어진 이 산 정상은 같은 삼산면(三山面)에 속한 손죽도와 거문도, 백도는 물론 완도 청산도와 생일도, 뭍과 다리로 연결된 고흥 거금도와 외나로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명소다.

여기에 본섬에서 200m쯤 떨어진 안목섬을 잇는 '신비의 바닷길'이 한 달에 아홉 차례나 열려 색다른 볼거리와 갯것 체험(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나오는 것들)의 기회를 주고,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해녀들이 바다 깊숙이에서 건져온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와~, 낙지다. 어라, 전복도 있네요"

초도로 가는 길은 뜻밖에 순했다. 여수항 출발 이후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잔잔한 바다는 배를 탈 때마다 뱃멀미에 여지없이 무너지곤 했던 기자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 [월간산]갯돌을 들치며 어패류를 잡고 있는 사람들. 자루에 소라와 미역이 잔뜩 담겨 있다.

고흥 외나로도에 이어 여수 삼산면 손죽도에서 또 한 차례 승객을 내려놓은 쾌속선은 초도 의성포에 닿는 사이 상산봉이 암팡진 바위봉으로 정상을 드러내고, 포구는 비릿한 바닷내음으로 바다 건너 뭍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을 맞아 주었다.

"운이 참 좋으시네요. 지금이 딱 바다가 열려 있을 때예요. 서두르세요."

포구에서 만난 초도 주민 박우진(51·초도진막리 자율공동관리 공동체위원장)씨는 일행을 태운 트럭을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로 쏜살같이 몰고 상산봉 남서릉을 가로질러 진막 갯마을에 일행을 내려놓는다.

중부권은 아직도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이건만 남녘의 섬마을은 이미 봄의 한가운데 들어서 있었다. 진막 마을 돌담에 축 걸쳐진 돌미역은 따스한 봄 햇살에 검은 빛깔을 띠며 바싹 바싹 말라가고 있고, 바닷가 묵밭에는 잡초가 파릇파릇 올라오며 봄을 맞고 있었다.

↑ [월간산]진막 해안에서 안록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 바다가 열릴 때마다 각종 해조류와 해산물이 유혹한다. 한 달에 아홉 차례씩 갯돌이 드러난다.

"요건 생달나무예요, 저건 후박나무고요. 아열대식물이 300여 종은 자랄 거예요."

박우진씨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아열대식물을 소개하느라 열변을 토하지만 뭍에서 온 이들에게는 돌미역에 돌김이 달라붙은 갯돌이 널려 있는 바닷가와 안록섬 사이의 바닷길 풍광이 관심거리였다. 더욱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풍광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었으나 그보다는 갯돌이 꽉 들어찬 바닷길에서 허리 숙인 채 무엇인가 계속 채워 넣는 주민들의 바구니 속사정이 관심거리였다.

"와~, 낙지다. 어라, 전복도 있네."

갯돌 주변의 웅덩이에는 성게가 널려 있고 굴과 따개비 혹은 참소라나 미역이 매달린 채 유혹했다. 코레일 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양혜순씨와 김윤정씨는 조심스럽게 갯돌 주변을 살피다가 야트막한 웅덩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낙지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으나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동네 주민은 낙지를 잡아 머리통을 훌렁 뒤집어 꼼짝 못 하게 하곤 두 사람에게 건네준다.

↑ [월간산]제주에서 시집온 해녀들이 살고 있는 진막마을. 해녀펜션, 먹거리센터가 들어서 있다.

"돌김이 지천에 널렸는데, 여기다 밥 얹으면 김밥이 되겠네요."

거문도 토박이 박춘길씨는 갯돌에 달라붙은 채 반짝이는 새카만 김을 손가락으로 벗겨내더니 입에 쏙 집어넣는다. 양식김에 비해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돌김은 예전에는 흔한 먹거리였으나 이제는 제 철에도 맛보기 쉽지 않은 귀한 음식이 되었다.

물이 빠지는 시간대를 이용해 갯것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박우진씨의 얘기를 들으며 진막 마을 해녀펜션의 먹거리센터도 둘러보고 소나무숲길 따라 전망대에 올라 조망을 즐긴 다음 제주에서 초도로 시집온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로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상으로 하루해를 마무리한다.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묵은 일행은 이튿날 새벽, 박우진씨의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상산봉 산행에 나섰다. 섬 일주도로 상의 바람재에서 산정으로 향할 때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댔다. 그래도 능선 길은 휘파람이 나올 정도로 널찍하고 양옆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 [월간산](왼쪽부터) 상산봉 북동릉 상의 쉼터. 초도군도와 손죽도(맨 뒤에 섬)가 바라보인다. / 진막에서 안록섬(앞에 섬)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한 달에 아홉 차례씩 바닥을 드러내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산딸기와 동백 우거진 능선과 일망무제의 조망

"저게 거문도예요, 왼쪽 섬은 백도고요…."

초도 주민 박우진씨는 옅은 이내가 조망을 방해하고 있는데도 초도 주변 섬에 대해 설명하느라 열을 올린다. 초도군도를 이룬 섬들은 이름 하나 하나 정겹다. 둥글섬은 둥글게 생겼다 하여, 진대섬은 길다 해서, 또 구멍섬은 섬에 구멍이 나 있다 하여 이름지어진 섬들이라고 한다.

"맑은 날엔 한라산에 눈 내리는 모습도 보인다"는 말에 허풍이다 싶으면서도 일망무제의 조망에 그럴 수 있겠다 싶어진다.

↑ [월간산](위) 상산봉 남서릉에 군락을 이룬 동백숲에서 동백꽃 물을 받아먹고 있는 양혜순씨와 김민혜씨(오른쪽). / (아래) 진막 마을 일대를 갯것 체험장으로 가꾸고 있는 박우진씨.

"여기 좀 보세요. 이게 다 산딸기예요, 5월 중순이면 열매가 열려요. 산이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요. 4월 중순까지는 동백이 피고지면서 산을 화사하게 꾸며줘요. 6월엔 정금나무에 까만 열매가 열기고…. 정금 열매가 바로 토종 블루베리예요."

산은 조망만 지닌 게 아니었다. 상산봉 서쪽 능선 사면이 동백숲을 이루고 있다면 북동 능선은 산딸기나무와 정금나무로 무성히 우거져 있었다. 바위틈에는 진달래나무가 '나도 여기 있다' 말하려는 듯 분홍빛 꽃을 활짝 피워 놓고 있었다.

"예전에 소를 풀어놓으면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대요. 이 놈들이 풀이 워낙 좋고 많으니까. 아예 눌러앉는 거죠."

초도는 풀 초 자를 이름삼고 있지만 조도(鳥島)라 표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일제 때 우리말을 어거지로 한자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초'를 '조'로 발음하면서 생긴 오류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아무튼 초도에서 자라난 풀들은 워낙 질이 좋아 가까이 거금도 세공목장에서 말 먹이로 사용되었다 전하고 있다.

↑ [월간산]제법 험난한 바위로 이루어진 상산봉 남서릉.

"어! 길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바람재 출발 이후 내내 널찍하던 산길은 정상 바위 아래서 희미해진다. 김윤정(30·대전시 서구 갈마동)씨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윗길을 엉금엉금 기어오르다가 벼랑에 군락을 이룬 부처손을 보곤 신기한 듯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벼랑에 늘어져 있는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턱을 올라서자 상산봉 정상. 청산도를 비롯한 완도 일원의 섬들과 고흥, 여수 앞바다의 섬들이 파노라마를 이루며 펼쳐진다.

"여기가 어떻게 길이라는 거예요?"

↑ [월간산]일망무제의 조망을 선사하는 상산봉 정상.

정상 너머 능선은 잠시 험한 바윗길이 나타나 긴장케 했으나 곧 유순한 숲길로 바뀐다.

"어머, 이러다 동박새 되는 거 아니에요?"

초도 상산봉은 새벽녘 모질게 불어대는 바람에 몸을 얼얼하게 얼렸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는 사이 이내가 걷히면서 빨간 동백꽃으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풀어 준다.

동백꽃잎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사이 이내가 사라지고 바다 멀리까지 보였다.

↑ [월간산]진막 마을 조망대. 안록섬을 비롯해 섬 남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저기 제주도가 보이는데요. 저쪽을 보세요. 백록담 눈이 싹 녹았나?"

박우진씨가 가리키는 수평선 끝으로 뭔가 보이는 듯하면서도 아닌 듯하다. 그러다 박씨를 바라보자 빙긋 웃는다.

"그 정도로 잘 보인다는 거예요. 하하."

산행길잡이2시간짜리 탐승 산행 코스…갯것 체험 겸해야

↑ [월간산]초도 개념도

섬 최정상인 상산봉 산행은 단순하다. 남서 방향으로 뻗은 능선 북동단의 바람재에서 출발해 능선 남서단의 정강재로 내려선다. 바람재에서 두 번째 쉼터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좋다.

정상 바위지대는 잘 살피면 산길이 보이고, 정상 직전 짤막한 바위홈 구간에는 동아줄이 매달려 있다. 정상 너머 바위지대는 오른쪽(서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 정상을 넘어선 이후 동백나무 우거진 능선 길을 따르다가 동물 이동 방지용 문을 빠져나면 산길은 산사면을 가로지르다가 정강고개 부근 콘크리트길로 내려선다.

바람재~정상 능선길보다 정강재~정상 능선길이 자연미가 넘치므로 역방향으로 잡는 것이 낫다.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넉넉하다.

초도 산행은 진막리 갯것 체험이 필수다. 진도 '신비의 바다'처럼 물이 갈라지면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초류가 갯바위 곳곳에 널려 있고, 바위틈에서 소라는 물론 운이 좋으면 전복, 낙지, 문어와 같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 [월간산]여수 초도 위치도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와 여수시,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협력단, 거문도관광여행사( www.geomundo.co.kr)는 오는 5월부터 열차 패키지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초도 진막리 갯마을 바다가 열리는 음력날짜에 맞추어 매월 9회(음력 1, 2, 3, 4, 15, 16, 17, 18, 19일) 출발한다. 해녀펜션 규모에 맞추고 서비스 질 유지를 위해 매회 최소 출발 4명 이상 20명 이내로 제한해 모객할 계획이다.

스케줄은 용산역 출발(08:20 KTX703)→여수엑스포역 도착(11:42)→게장 중식→여수항 출발(13:40 쾌속여객선)→초도 도착(15:30)→진막리 해변 갯것 체험→채취한 갯것과 해녀들이 제공하는 해산물로 석식→숙박, 둘째날 상산봉 산행(2시간)→조식 후 초도 출발(09:30 쾌속여객선)→ 거문도항 도착(10:00)→숙소 배정→백도관광→거문도 불탄봉~보로봉 산행→거문도 숙박, 셋쨋날 녹산곶 인어공원 관광→ 조식 후 거문도항 출발(10:30 쾌속여객선)→여수항 도착(12:50)→ 중식 겸 여수 수산풍물시장 관광→오동도→여수엑스포역 출발(19:10 KTX)→ 용산역(22:35)으로 이어진다.

요금은 인원과 메뉴에 따라 30만 원부터. 문의 용산역 여행센터 02-3780-5555, 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4477, 철도고객센터 1544-7788.

대중교통

↑ [월간산]진막에서 안록섬(앞에 섬)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한 달에 아홉 차례씩 바닥을 드러내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여수→초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07:40, 13:40 출발하는 거문도행 오가고호 이용. 1시간40분, 편도 3만500원(어린이 50%). 초도에서 여수행은 11:00, 15:30 출발. 여객선 및 숙식 문의 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4477.

여수까지는 용산발 호남선 KTX(1일 6회), 새마을호(2회), 무궁화호(9회) 이용.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02-2088-2635), 광주유스퀘어터미널(062-360-8114), 부산고속버스터미널(1577-9956), 대구서부정류장(1688-2824) 등지에서 여수행 고속버스가 다닌다. 여수종합버스터미널 061-652-6977.

숙식

초도 진막리 해녀펜션과 먹거리센터가 5월 개장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7개의 방 모두 취사도구와 화장실 겸 샤워장을 갖추고 있다. 아랫건물 1층 식당에서는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을 내놓는다. 문의 자율공동관리 공동체위원회 박우건 위원장 010-3625-8632.

여수여객선터미널 부근의 원앙식당(061-664-5567)은 게장백반(8,000원)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 [월간산](왼쪽부터) 진막마을 해녀들이 잡아온 어패류와 해삼 등으로 차려진 민박집 밥상. / 전복 내장, 성게, 참소라 등으로 만들어낸 '진막 진미죽'.

여수 엑스포역 가까이 위치한 와이오션관광호텔(061-666-3600)은 조망과 시설이 뛰어난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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