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분천역서 느끼는 '알프스 체르마트의 숨결'

2013. 5. 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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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 '역'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시발점인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분천역이 그런 곳이다. 낙동강 상류 첩첩산중 산골짜기에 보석같이 박혀 있는 아름다운 분천역에 다녀왔다.

▲ 산골짜기 외딴 역, '대한민국 관광 중심역'이 되다

분천역은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하루에 두 차례 무궁화호만 정차하던 작은 시골역에 불과했던 이 역은 지난 봄 낙동강 상류 험준한 협곡을 따라 달리는 관광열차 V-트레인의 출발역이 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V-트레인은 분천을 출발해∼양원∼승부∼철암 구간(27.7㎞)을 왕복 하는데 본격적인 관광용 전망열차답게 내부의 시원한 전망창과 아기자기한 복고풍 인테리어가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을 다듬어 만들어진 분천역사는 지난 23일에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하며 모습을 한 차례 더 바꿨다.

알프스의 거봉 마테호른으로 향하는 관문 스위스 체르마트 지역은 V-트레인이 지나는 백두대간 협곡지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열차로만 여행이 가능한 청정지역. 스위스정부관광청 김지인 소장은 "체르마트는 전기차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진입을 통제할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집스럽게 지켜내는 지역이다. 자매결연이 양국 관광자원과 인프라 구축, 관리에 대한 상호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보였다. 요르그 알로이스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 역시 자매결연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분천역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 '체르마트길', 백두대간의 속살을 걷다

분천역과 양원역 사이에는 간이 승강장이 들어섰다. '비동 승강장'이라 이름 붙은 이 곳에서 철교를 건너면 2.2km '가호 가는길'이 시작된다. '가호'는 비동과 분천 사이에 있는 지명이다. 산골 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는 아름다운 이 트레일 코스는 최근 '체르마트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철교를 건너자마자 가파른 언덕을 오르게 되는데 중간 지점마다 흰색과 붉은색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리본이 달려 있어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언덕을 넘으면 굽이치는 강물 위로 다시 철교가 나타나고 그 위로 열차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를 계속 걸으면 드문드문 '기차길옆 오막살이'가 나타난다. '잘도 자는 아기' 대신 주름살 가득한 어르신들만 보이지만 낯선 손님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양원역에 도착하면 V-트레인을 이용해 승부역과 철암역쪽으로 가거나 다시 분천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 오지역에서 즐기는 캠핑의 즐거움

분천-체르마트 자매결연 행사 주최측은 역 앞마당에 준비된 텐트와 모닥불을 마련했다. 날이 저물어 오며 백두대간 한복판 분천역 밤 하늘에는 별이 쏟아져 내렸다. 멀리서 산새 소리가 들려오고 가끔 지나가는 화물열차가 '덜컹덜컹' 지나가는 소리는 낭만을 더해줬다. 보름달이 떠오르자 주변 산 능선들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드러났다. 모닥불이 타오르는 시간은 영원 같았다.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아무도 서둘러 텐트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밤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다시 이곳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분천역에 공식적으로 캠핑장은 없다. 가끔 찾아오는 캠핑족들이 이부균 분천역장을 졸라 텐트를 칠 기회를 얻은것이 전부다. 자동차를 타고 찾아온 캠핑족들은 역 앞마당 텐트를 베이스 캠프 삼아 V-트레인을 타고 기차여행을 즐겼다. 인근에 샤워시설도 마련되어 있고 바로 앞에 슈퍼마켓도 있으니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은 코레일 관계자들이 시설을 보완해 캠핑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기차에 모든 짐을 싣고 오거나 택배로 캠핑장비를 역까지 보내는 방법도 있으니 장거리 운전에 부담이 컸던 캠핑족들은 기대해 볼만 하다.

▲ 체르마트 역장은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요?

첩첩산중 오지역을 책임지는 역장. 언뜻 생각하면 참 낭만적인 직함 같다. 그런데 분천역 역장은 그렇게 한가한 보직이 아니다. 이부균 분천 역장은 봉화역장을 하다가 올해 봄 분천역으로 발령 받았다. 한가해 보이는 시골역에 부임했지만 V-트레인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이역장의 하루하루는 전쟁 같았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도 수시로 이 외딴역을 방문했다. V-트레인 프로젝트에 코레일이 걸고 있는 기대가 그 만큼 컸기 때문이다. 코레일 직원들과 지역 사회가 똘똘 뭉쳐 만들어낸 V-트레인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대박을 쳤다.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중 하나인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까지 맺는 경사를 맛봤다.

자매결연 행사에서 만난 이 역장의 까맣게 탄 얼굴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 역장은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 분천역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매 결연을 한 체르마트 역장은 누구며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자매결연을 준비한 레일유럽의 신복주 소장은 "체르마트 역장도 오늘 열리는 이벤트를 알고 있으며 분천역과 자매결연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답해줬다.

분천(봉화)=글·사진 전경우 기자

◆분천역 인근 여행정보

분천역 까지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O-트레인을 타는 것. 서울역 출발 노선에 이어 최근 수원역-오송역을 거치는 노선이 생겨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 분천역 주변은 '낙동정맥 트레일', '수채화길' 등 잘 가꿔진 트래킹 코스들이 즐비하다. 분천역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조금 멀리 가고 싶다면 시간별로 차를 빌려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보자. 분천역이나 철암역에서 차량을 빌려 지척에 있는 봉화, 태백은 물론 울진 동해바다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문의/분천역 054-672-7711 낙동정맥 트레일 안내센터 054-672-4956 코레일 1544-7788 http://www.kor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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