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갈등' 국면전환될지 주목.. 실제 대화까진 미지수
중국을 특사로 방문한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3일간의 방중 기간에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잇따라 표명하면서 북한의 속내와 향후 행보에 관련국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주문해 온 6자회담 형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힐 만큼 북한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중국 안에서는 북·중관계 복원에 의미를 두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에 복귀할지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대화를 희망하는 상대국인 미국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반면 러시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 총정치국장의 대화 의지 표명은 중국의 요구에 화답한 측면이 짙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까지 북한의 계속되는 긴장고조 행위에 중국은 상당한 불만과 좌절을 토로해 왔다. 유엔의 대북 제재안에 전례없이 적극 호응하면서 북·중관계가 사상 최악의 국면이란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때 중국의 특사 파견을 거부하던 북한이 거물급 특사를 보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이제 복원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스융밍(時永明)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신문에 "양국 고위층 교류가 중단되고 대사들을 통해 의사 소통을 하다보니 문제가 있었고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특사 방문으로 고위층 교류가 복원된 것에 의미를 뒀다. 다음달 하순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도 체면을 살린 셈이 됐다.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 박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주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 중, 비핵화 전제한 6자 복귀엔 의구심미 "대화 자체보다 성격 중요" 시큰둥러 "북한 협상 테이블 복귀, 긍정 평가"
하지만 최 총정치국장이 방중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희망한다면서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핵무기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중국의 핵심 원칙인 비핵화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양국 간 물밑 견해차가 만만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최 총정치국장이 중국의 실망과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중국의 핵불가 입장에 동조하면서까지 머리를 숙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 당 중앙당교 교수는 최 총정치국장의 대화 의사에 "분명히 진전된 것이지만 북한이 핵 정책을 바꿀 것이란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특사의 발언을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지 아닌지 성격을 규정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먼저 중국과 접촉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어떤 성격의 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말하는 대화가 비핵화 논의를 포함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사는 24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오관철·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okc@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 최룡해, 시진핑 만나 "6자회담 등 대화 원한다"
- "북 고립되지 않겠다는 뜻" 고무적 평가".. 비핵화 언급 안 해, 시간벌기" 시각도
- 박 대통령, 내달 하순 중국 국빈 방문
- N번방보다 피해자 더 많다…‘목사, 집사, 전도사’ 계급 정해 피라미드형 성착취
- [NBS]국민의힘 38%, 민주당 36%···이재명 28% 김문수 14%
- [속보] 이재명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차기 대권 밑그림 공개
- [속보]‘내란 혐의’ 조지호 경찰청장 보석 석방···김용현은 기각
- “냉동탑차 아이스박스에 숨고, 신분증 위조하고”…제주 무비자 입국 악용 극성
- 현대차, 작년 매출액 사상 최대…영업익은 5.9% 감소
- 경호처 본부장급 간부들, 집단 사직서 제출 …김성훈 체제에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