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게 의회연설 팁 묻자 있는 그대로 하라더라"

강태화 2013. 5. 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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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2시간15분 만찬 대화록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그는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해 실망감을 여과 없이 나타냈다. [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에서 대화의 상당 부분을 한·미 정상회담 등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백악관 로즈가든 복도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10분간 통역 없이 산책하는 동안 나눈 대화의 일부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중을 감동시키고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연설을 잘하는 분이다. 내가 (정상회담) 다음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 가서 연설하게 돼 있는데 잘할 수 있는 팁이나 조언이 있으면 해달라고 웃으면서 부탁했다. 그분이 생각을 하더니 'Be natural'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하나 중요한 팁이 있다'면서 '연단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아무래도 불편하니까 그걸 자기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정말 Practical(실용적인) 팁이라고 웃으면서 걸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선 "정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분이고, 그래서 앞으로 4년을 같이 일해야 된다. 같이 협력해 이루어나갈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해 서로 신뢰를 쌓는 데 무척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 직권면직 조치

 방미 기간 내내 감기 치료를 받은 박 대통령은 "4박6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불미스러운 일(윤창중 스캔들)이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6월 중 법무부·여성가족부·경찰청이 힘을 합해 성범죄를 뿌리뽑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지난 10일 경질된 윤 전 대변인을 직권면직했다고 밝혔다. 직권면직은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윤 전 대변인은 공무원 신분을 잃었다.

 이날 만찬은 1시간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질의응답이 길어지는 바람에 45분을 훌쩍 넘긴 오후 7시45분에 끝났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메모해 가며 꼼꼼하게 대답했고, 행사가 끝난 후엔 "오늘, 궁금증이 많이 풀리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발언.

오바마에게 원자력협정 3가지 강조

 사실은 미 의회 연설 준비를 많이 못했다. 어떤 메시지로 미국 의회에 전달할 것인가 하는 내용에 시간을 많이 썼다. (영어 발음이 좋다는 세평에 대해) 영어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언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중앙일보 5월 9일자 3면]

그래서 제가 어머니 말씀을 순진하게 들어서 방학 때도 스페인어 공부를 하러 다니고, 노력했다. 외국어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잖나. 열심히 배웠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면서 외국 손님을 엄청나게 많이 만나게 됐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자꾸 지평을 세계로 넓혀가는 시대였기 때문에 많은 외빈, 외국 대사 부인, 국빈, 국가 원수 옆에서 대화할 기회가 많고, 제가 뜻하지 않게 (웃음) 그동안 갈고 닦은 언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영어를 해서 아주 잘 써먹었다. (웃음) 지금은 (영어 공부에) 몰두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준비를 잘 못했다. 계속 새로운 단어들이 나오니까 짬짬이 끈을 놓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때 '원전이 하나도 없던 시절에 맺었던 것인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원전국이 됐고, 상황이 많이 달라져 국민들도 이 부분에 대해 좀 바뀌어야 되지 않느냐,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정됨으로써 그게 또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길도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첫째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 또 원전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세 번째 수출 경쟁력 제고다. 이 세 가지 부분이 좀 잘 고려돼 협정이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개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공감이 된 상황이고, 오바마 대통령도 그런 말씀을 했다.

회담할 때 말미에 이런 얘기도 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440개 원전이 있다. 미국에 100기가 넘고, 우리도 20기가 넘고, 지금 만들고 있는 원전만 60기가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500기가 넘는 원전이 있게 된다. 기후변화협약도 있어 우리가 화석연료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핵폐기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물질이 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 건가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된다는 얘기도 했다.

개성공단, 엉성하게 정상화 안 해

 개성공단 문제는 이런 상태라면 (개성공단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한 달 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한다고 북한에 얘기하면서 스스로 거기(북한)에 맞춰간다면 또 한번의 불행이 조만간 생긴다. 기업인이나 우리 국민들이 볼 때 '확실하다 안심할 수 있겠다' 하기 전에는 할 수가 없다. 엉거주춤, 그냥 엉성하게 하여튼 '정상화했다' 이런 식은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길밖에 없다. 마지막 7명의 우리 국민이 (개성공단에서) 올 때 완성품과 원자재는 우리 기업에 돌려줬어야 했다. 북한이 물품을 쥐고 있으면서 못 주겠다고 한다면 점점 더 북한은 코너에 몰리게 된다. 우리는 그쪽에 요구하는 것을 지불했지만 (완성품 등은) 아직 못 받았고, 우리 기업들의 고통은 크기 때문에 빨리 보내야 했다. 이게 실현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대화 제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북한이 '감히 어떻게 침범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확고한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협박하면 또 가서 협상해서 지원하고 원조하고 이런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의지다. 이런 의지를 말대로 실천하는 것이 억지력이다. 북한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북한이 변하도록 노력과 힘을 써 나가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도 우리가 변하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하다. 소련이 핵무기가 모자라서 저렇게 해체된 것이 아니다. 북한도 그런 환상을 접어야 한다. 핵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다른 세계도 중국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가급적 방중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왔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중국을 방문하려고 한다.

각계와 얘기 나누도록 앞으로 노력

 대통령한테는 참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바빠서는 안 된다, 뭔가 큰 구상도 하고 다시 돌아보면서 나라의 방향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또 얘기도 각계와 나누는 것이 대통령한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그렇게 가려고 노력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쨌든 일과 이후에는 뭘 하느냐 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보내 왔다. '어떻게 일이 해도 해도 끝이 없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자꾸 생기고 이번에 방미까지 있어서 바쁘게 보냈다. 앞으로는 좀 그런 시간을 내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글=강태화·허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강태화.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최승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hoi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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