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정갈한 '옥상달빛' 매력에 빠져보자

2013. 5. 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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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뮤직 코드] 예쁘고 깊은 음악, 옥상달빛 2집 [where]

[미디어오늘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옥상달빛의 음악은 예쁘다. 그들의 매력은 장엄하고 숭고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종종 앙증맞은, 그래서 아름답다기보다는 예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음악이다. 그렇지만 인디 신에 넘쳐나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이나 도회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는 음악과 달리 이들의 음악은 과하지 않고, 수수함이 살아 있으면서도 결코 마이너하거나 허술하지 않다.

음악 전반에 흐르는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따뜻한 정조와 깔끔한 편곡, 그리고 산뜻한 리듬감이 친숙하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실적인 균형을 잃지 않는 노랫말도 이들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라이브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만담 수준의 개그 감각은 열외로 치자. 2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음반을 내놓는 동안 옥상달빛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이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정갈하고 밝은 정서와 음악 덕분일 것이다.

옥상달빛

지난 해 EP [서로] 발매 이후 1년만에 내놓은 정규 2집 [Where]에서도 이 같은 특징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옥상달빛 특유의 소소한 해프닝으로 시작하는 음반의 전반부는 어쿠스틱 팝의 기조 아래 건반과 경쾌한 비트가 주도하고 있다. 말하듯 재잘대는 어법도 여전하고 진솔한 가사로 형성되는 공감의 힘도 전작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많은 청춘들에게 옥상달빛을 기억하게 만든 위로의 언어는 '괜찮습니다'에서 좀 더 냉정해졌다. "힘내요 잘될거에요"라는 말이 괜찮다는 완곡한 거절은 막연하고 부질없는 힐링의 언어들이 넘쳐나는 현실에 대한 은근한 거부처럼 느껴진다.

지금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뻔한 위로의 언어가 아니라 믿음이라는 조언의 가사말은 옥상달빛의 위로가 더 냉정해졌고 더 속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곳이면 어디든 괜찮습니다'라는 표제의 전반부 수록곡 6곡은 이렇게 옥상달빛이 전작에서 선보였던 밝음의 정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유서'에서조차 귀여운 정서를 유지하는 이들의 음악에 더해진 트롬본 연주는 어쿠스틱 사운드에 산뜻한 파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히어로'라는 표제의 후반부 수록곡 다섯 곡은 전반부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를 제시한다. '공중(空中)'부터 노래의 리듬감과 연주는 최소화되고, 연주가 차지했던 부피를 보컬이 대신하면서 음악의 정서는 훨씬 내밀해진다. '하드코어 인생아'와 유사한 미디엄 템포의 '히어로'가 구현해낸 따뜻하고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격려는 어떠한 격렬한 토로보다 더 뭉클한 울림을 선사한다. 쉽게 만나기 힘든, 일상적이고 아름다운 노랫말은 한국어 가사로 이루어낸 진정성을 오랜만에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그리고 옥상달빛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노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Help'와 '하얀'에 도달한다. 'Help'의 결 고운 서정은 옥상달빛의 음악이 유재하로부터 이어진 클래시컬한 한국 팝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아울러 '하얀'은 섬세한 정서와 구성으로 겨울 날 외로움의 풍경을 눈에 보일 것처럼 아련하게 그려내고 있다.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후반부의 곡들은 옥상달빛이 지금까지 이뤄냈던 음악적 성취보다 한 발 더 나아갔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지만 옥상달빛은 소포모어 증후군을 털어내고 예쁘면서도 깊은 음악에 도달했다. 마지막 곡 '숲'의 정갈한 마무리까지 2집의 후반부는 옥상달빛의 음악적 본령이 결코 단일하지 않음을 훌륭하게 증거하고 있다. 좋은 음악이다. 작품에 대한 평론은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결국은 이 음악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에 대한 평가로 귀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옥상달빛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은 에둘러 말할 필요 없는 좋은 음악이다. 후반부의 곡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짠하게 흔들렸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날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음반이 쏟아져 나오지만 잠시라도 이런 감동을 선사하는 음악은 결코 흔하지 않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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