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떠난 서울 밖 풍경!

2013. 5. 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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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정신의 일탈인데도 감성은 새 살처럼 솔솔 돋아나기 시작한다. 다섯 명의 < 엘르 > 피처 에디터가 취향대로 스타일링한 서울 밖 24.5시간은 '여행도 습관이다'라는 해석을 안긴다. 떠나고 싶다면, 이렇게 훌쩍.

심경이 널을 뛸 때마다 속초에 갔다. 나에겐 축하할 일도, 서러운 일도 속초 앞 밤바다를 대면해야만 하는 수순 같은 게 있었다. 가는 길, 오는 길, 꼭 들르는 곳들이 모두 그대로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떠나는 마음은 충분히 든든했다. 강변북로 끝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인제까지 갔다. 여기까지는 그냥 고속도로다. 터널이 너무 많아서 구멍 난 산이 괜찮을까 잠깐 걱정하다가 금방 잊었다. 이제부터 태백산맥을 넘는 구간이니까. 미시령 터널로 편하게 질러 갈 수도 있지만 산이 생긴 모양 따라 좁게 난 미시령 옛길을 따라가다 보면 30분 사이에 운전 기술이 한 3년 어치 늘어서 내려오곤 한다. 미시령 정상에 폐쇄된 휴게소 주차장에서 차 지붕을 열어젖히면 별이 진짜로 후두둑 떨어져 내릴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빼꼼히 일출이 시작될 때쯤 속초 시내가 떡하니 내려다보인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7번 국도를 달릴 시간이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올 때마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나 혼자 날 잡아보라고 거대 갈매기에게 소리를 치면서 놀다 보면 또 금방 허기가 진다. 해가 지고 나면 속초로 돌아와 다시 바다 앞에 자릴 잡고 앉는다. 이제부턴 바다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파도가 내는 소리를 멍하니 들어야 한다. 낭만적이기엔 아직 춥고 검붉은 바다는 냉정하지만 진심으로 들어주는 벽 너머의 종교인처럼 감상에 빠지지 말고 생각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다시 어지럽도록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한계령 꼭대기 해발 900m를 넘으면 인제를 지나 가평을 거쳐 서울까지 강과 들판이 번갈아 나타난다. 보통 여행 갔다 돌아오는 길은 이것저것 사서 채운 가방이 터져 나가는 게 다반사다. 속초만은 예외, 먹다 지쳐 위장이 터져 나가거나 아니면 내내 눈에 담은 풍경과 코에 담은 냄새와 뭔지 모를 평온으로 가슴이 터져 나가거나. 서울에 돌아와 톨게이트 요금소 앞에 도로가 터져 나가라고 줄을 선 자동차들의 시뻘건 브레이크 등을 보면서 역시 집이 최고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건 집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불평이다.

남편과의 연애 시절, '외박 여행'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도도한 여친이었던 내가 이따금 데이트를 즐겼던 곳이 파주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푸른 자연과 어우러진 수려한 건축물과 한참 머물고 싶은 예쁜 카페들이 있는 곳. 찾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며, 굳이 하이힐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여자들의 여행지'다. 하지만 주말은 가족 여행객과 아웃렛 쇼핑족들에 치여 파주의 진짜 멋과 여유를 느끼기란 어렵다. 그리하여 3월의 첫째 수요일, 동갑내기 포토그래퍼 친구와 함께 찾은 파주. 물론 시작은 헤이리 아트밸리다. 이곳에선 지도를 집어넣고 발길이 닿는 대로, 눈길이 머무는 대로 향하는 게 정답이다. 헤이리의 터줏대감인 '갤러리 모아', '북하우스'부터 새롭게 문을 연 도자 갤러리와 브런치 카페까지 남다른 생김새를 뽐내는 건물들과 그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볼거리에 마음이 충만해진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잠시 청정한 바람결에 머리를 비워낸 후 이동한 곳은 파주출판단지다. 출판사마다 하나씩 운영하는 서점과 북카페들은 대부분 평일에만 손님을 받는데, 한적한 봄날의 오후를 만끽하는 데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염없이 창밖을 보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누군가를 생각하고픈 공간들이다. 언제고 훌쩍 다시 찾아올 '다음'이 있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마냥 아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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