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서 벗어나 한잔의 여유를 마신다

2013. 5. 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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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서울 핸드 드립 카페 명소

곱게 분쇄한 원두를 여과지 위에 소복이 올린다. 뜨거운 물을 졸졸졸 부으면 원두가 부풀어 오르며 호흡을 시작한다. 물을 내리는 동안 어느새 공간은 커피향으로 가득 찬다. 커피맛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 핸드 드립 커피에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기다림'이 있다. 핸드 드립 커피에는 '사람'도 있다.

에스프레소가 정해진 대로 일정한 맛을 낸다면, 핸드 드립은 바리스타 마음에 따라 자유로운 추출이 가능하다. 핸드 드립 커피에는 바리스타의 손맛도 중요하다. 똑같은 원두와 똑같은 물을 사용해도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 그곳의 커피 맛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핸드 드립 커피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살아있다. 규격화된 현대사회에 숨이 막히는 날이라면, 핸드 드립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잠시 잊고 있던 삶의 쉼표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는 가맹점 커피점 외에도 직접 콩을 볶아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커피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숨어 있는 로스터리 카페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홍익동 '카페 유전(有田)'

이틀에 한번 볶은 콩으로 만든 신선한 커피가 일품이다.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콩이 준비돼 있다.

'카페 유전'의 김지명 대표는 10년 전부터 커피에 매료돼 내로라하는 한국과 일본의 핸드 드립 카페를 모조리 찾아다닌 커피광. 김 대표는 "핸드 드립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드립을 할 때마다 달라지는 예민함과 변화무쌍함"이라며 "물 온도, 콩의 분쇄 굵기, 물을 내리는 속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심지어 다른 조건은 모두 같아도 로스팅하는 사람의 손맛이나 컨디션에 따라서도 맛에 미묘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평소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주인과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김 대표는 "핸드 드립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손님과의 대화가 많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손님의 성격과 취향 등을 알 수 있어서 그에 맞는 맞춤형 커피를 추천해드린다"고 말했다.

카페 유전의 사이드 메뉴는 삶은 고구마. 달콤한 고구마는 커피의 쓴맛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배려한 음료도 있다. 얼린 홍시를 갈아 만든 '홍시 슬러시'와 녹차와 우유 에스프레소를 1:1:1의 비율로 섞은 '그란테프레소'가 대표적인 예. 모든 커피는 리필 가능하며 원두도 판매한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 335. (02)2297-8000

사직동 '커피한잔'의 이형춘 대표는 숯불로 볶은 콩을 사용해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든다.

◆사직동 '커피한잔'

'커피한잔'은 숯불로 커피를 볶는 집이다. 주인이 직접 만든 로스터기(Roasting Machine)로 가스나 전기가 아닌 숯불을 사용해 콩을 볶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 볶은 콩으로 내린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맛도 일품이지만 커피한잔의 가장 큰 매력은 특색있는 인테리어다. 낡은 오디오와 인형, 레코드판까지 작은 가게 안에는 낡고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사람의 손때 묻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편해진다.

메뉴 또한 오래된 스케치북의 뒷면에 손글씨로 적은 것이다. 간략한 종류와 가격만 있을 뿐 맛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커피한잔의 이형춘 대표는 "커피 맛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손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자세한 설명을 적지 않았다"며 "커피뿐 아니라 가게 전체를 사람냄새가 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피뿐 아니라 주인이 직접 만든 쿠키와 빵도 일품이다. 원두도 판매한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1-6. (02)764-6621

위로부터 홍익동 '카페 유전', 합정동 '앤트러사이트', 필동의 '딸깍발이'.

◆합정동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앤트러사이트'는 오래된 신발공장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카페다. 카페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녹슬어 바스러진 철문과 공장의 지저분한 바닥 등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거 공장에서 사용됐던 컨테이너 벨트,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벽, 철재 대문을 가로로 눕혀 놓은 테이블 등도 인상적이다. '낡은 것, 오래됐지만 구조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은 원래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보고 챙겨주고, 청소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카페의 마인드.

앤트러사이트의 단종(single origin) 커피는 볶는 정도를 약하게 해 생두가 가진 맛을 최대한 살렸다. 약간 덜 볶인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로스팅의 단계인 배전도를 낮추어 쓴맛보다는 단맛, 신맛 향미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앤트러사이트의 또 다른 매력은 매장에서 직접 굽는 빵. 갓 나온 신선한 커피의 맛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7-6. (02)322-0009

◆필동 '딸깍발이'

'딸깍발이'는 카페가 위치한 장소에서 유래한 것이다. 조선시대 서울 남산 근처에는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주로 밑창이 닳은 나막신을 신었다. 선비들은 걸을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고, 이 때문에 '딸깍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카페 이름처럼 작고 소박하지만, 딸깍발이는 핸드 드립 커피로 유명한 곳이다. 신선한 콩을 볶아 만든 다양한 핸드 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아울러 콩의 볶음 정도와 볶은 날짜를 표로 정리해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커피뿐 아니라 떡볶이도 유명하다. 전통 떡볶이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빨간 떡볶이, 크림소스 떡볶이, 일본카레 떡볶이, 사천식 짜장 떡볶이 등 4가지가 있다. 서울 중구 필동 3가 10-18. (02)2267-7009

◆대신동 '투 체어스(Two Chairs)'

'투 체어스'는 자매가 운영하는 카페다. 자매가 직접 볶은 신선한 콩으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투 체어스의 강해숙·강숙희 대표는 "콩을 납품받으면 편리하긴 하지만 신선도에 대해서 신뢰가 가지 않아 직접 콩을 사다 볶는다"며 "콩을 직접 볶으면 과정이 재밌을 뿐 아니라 가게 안에 향기도 진동해 좋다"고 말했다.

커피뿐 아니라 다른 음료에도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 있다. 직접 개발한 '야생체리 & 레몬 아이스티'가 대표적인 예. 직접 담근 야생체리와 레몬을 사용했다. 홍시나 블루베리 등 다른 음료에도 직접 간 과일을 사용해 색깔과 맛이 좋다. 여름의 별미로 꼽히는 팥빙수 역시 직접 삶은 팥을 사용한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111-16. (02)363-1188

글·사진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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