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베테랑 기자도 당한 '스미싱 사기' 수법이..

2013. 5. 2. 13: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등기 발송" 메시지 클릭했다가 13만원 결제

통신사 "경찰서에 가라"며 제대로 안내 안해

지난달 27일 화창했던 토요일 오후. 딸 아이와 모처럼 집 근처 공원을 돌며 산책하던 중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하루종일 끼고 살다시피하는 스마트폰 창에는 "【법원】등기 발송하였으나 전달불가(부재중) 하였습니다. 간편조회 http://tr.im/42fwx)"라고 쓰여 있었다. '법원에서? 받을 등기가 없는데…'라고 생각 중인데, 몇 분 뒤 다시 같은 문자가 확인을 재촉했다.

'혹시 뭐 중요한 일인가'라는 생각에 링크된 주소를 눌렀다. 하지만, '파일을 찾을 수 없다'는 안내글자만 돌아왔다. 한번 더 링크된 주소를 누르자 역시 같은 창이 떴다. 기자의 직업병일까? 궁금증을 뒤로한 채 한가로운 오후를 보낼 순 없었다. 메시지를 보내온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중이란 신호음만 들렸다. 결국, '월요일 출근해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기자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스마트폰 요금 실시간 확인 어플을 실행했다. 순간, '이런 한심한…, 내가 무슨 기자라고…' 등등의 자괴감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두 차례에 게임머니로 13만8940원이 '모바일 결제'된 것이다.

"앗! 아빠도?"라고 놀란 아내와 딸의 목소리는 비아냥거림으로만 들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말은 역시 주말' 이동통신사와의 통화는 월요일로 미뤄야 했다.

'수치와 분노의 주말'을 보내고 이동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기다렸다는 듯 "다 필요 없고 경찰서에 가셔서 사건사고 접수사실 확인원을 떼어 내시면 소액결제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걱정말라"며 위로까지 했다. 기자는 그러나 "누가 스미싱으로 모바일결제를 했는지 알아야겠다"며 확인을 요청했고, 결제를 중계하는 회사의 이름을 알아내 경찰서를 찾았다.

20년 넘게 사건 사고를 취재하는 경찰출입기자로 일했지만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들어설 때는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담당 경찰관은 "통신사 애들이 무조건 경찰에 사건 해결을 떠넘기고 있다"며 투털댔다. 그는 "경찰서 오시기 전에 통신사 대리점에서 모바일결제 내역을 뽑아와야 사건 접수도 하고 확인원도 발급하는 것"이라고 '보완'을 요구했다.

기자 역시 투덜대며 시내를 돌고 돌아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결제내역서를 출력받았다. 이를 들고 다시 경찰서 문을 두드리자 담당 경찰관은 "사건이 너무 많아 피해자 진정 조서 양식이 있다"며 건네줬다. 양식은 진정서와 진술서. 진술서는 아예 10여 문항의 질문이 인쇄돼 있었고, 기자는 빈칸에 받아쓰기를 하듯 채워나갔다. 이후 통신사가 요구한 서류를 떼 통신사에 팩스로 보냈다.

하루 일과 중 반나절 이상을 10여만원 때문에 이리뛰고 저리 뛴 셈이다. 이런 '노력(?)'으로 사기꾼은 '수익'을 올리진 못했지만, 다짜고짜 '경찰서 찾아가 서류 떼 접수하면 끝'이라는 통신사의 응대는 괘씸하기만 했다. 때문에 다시 통신사에 전화해 "홈쇼핑이나 방문판매 등을 통해 결제할 경우 맘에 들지 않으면 즉시 결제를 취소해주는데, 말 많고 탈 많은 스미싱 피해에 따른 모바일결제는 왜 알려주거나 취소해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친절한 상담원'은 "고객님 속 너무 많이 상하시겠어요~ 저희는 결제대행업체에 통보만 해주면 되니까 이해해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반 상담만 해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담원 목소리가 안 좋아서 죄송합니다'라는 시시콜콜한 문자메시지까지 넣어주는 이통통신사가 스미싱이 활개를 치는 소액결제 시장에선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범죄자들의 사기행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그들이 훔친 돈에서 수수료를 갉아먹는 것은 아닐까? 풀리지 않은 의문을 품은 채 기자는 오늘도 사건 사고 속으로 다시 뛰어든다. 그러나 찜찜함의 여운은 며칠을 괴롭힐 듯 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소액결제 상담건수는 지난해 11월 630건이었으나, 지난 3월 1909건이었고, 지난 4월 한달 만에도 1500여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스미싱(Smishing)'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새로운 스마트폰 해킹 기법이다. 웹사이트 링크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트로이목마 등 악성코드를 주입해 범죄자가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용해 범죄자는 이동통신사에 소액 결제 인증번호 전송 받아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를 결제한다.

<한겨레 인기기사>■ MB가 떠넘긴 빚갚느라 이자 늘어 청계재단 장학금 2년째 줄었다탈북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가능성' 증거 잇따라"박정희 암살 관련문건 전부 공개를" 미 학자, CIA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곤충 눈 처럼…160도 찍는 디카[단독] 대학 입학사정관제 토익 등 '스펙반영 금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