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고 12시간 근무해도 '최고'임금 4860원

황보람 기자 2013. 5. 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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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경험', '소일거리' 이 따위 말로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노동현장과 저임금을 포장하지 마라"

알바연대 회원 및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알바노동자들도 쉬고싶다는 의미로 명동거리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뉴스1

5월1일 오후2시. 아르바이트생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결성된 '알바연대'가 '노동절'을 맞아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을 불러 모았다. 10대에서 30대 사이 젊은이 150여명이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 서점 앞에 줄을 지어 앉았다.

삼선 슬리퍼를 신은 남학생이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나타났다. 편의점 점원, 패스트푸드점 배달부 복장을 한 이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고 조차 말하지 못했다. 노동법에도 정의되지 않은 존재. 그들은 '아르바이트생'이다.

◇ 피 토하고 12시간 근무해도 '최고'임금 4860원

"사장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교대인원은 못 쓴다고 했어요. 매장 문 열고 닫기까지 꼬박 12시간을 내내 서서 일했어요. 점심도 못 먹고 두유 2개로 밥을 때웠어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죠. 하루는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못 나갈 것 같았는데 사장이 대체할 사람이 없으니 나오라는 거예요. 그 날 아침에 피를 토하고 일을 나갔어요"

김씨(26)는 지난해 휴학을 하고 백화점에서 8개월 정도 일을 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릴 수 없어 나선 아르바이트였다. 김씨는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힘들다는 감정조차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최저 임금 4860원. 이들에게는 '최고' 임금과 같은 말이라고 했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커피한잔, 햄버거 하나 못 사먹는 금액이다. 유통기한이 다된 빵이나 삼각 김밥이 주식이 된지 오래. 그나마 밥이라도 챙겨먹을 시간이 있으면 나은 축이다.

알바 청년들로 구성된 밴드 '그때 걔네'가 노래를 불렀다. "난 불쌍하고 힘이 없고 한없이 작아~". 이들은 "시간은 금이지만 알바생들의 시간은 4860원"이라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집회현장 옆으로 '민주노총'의 거리 행진 행렬이 지나갔다. 퀵서비스노동자, 대형마트야간노동자, 감정노동자 단체였다.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10대 아르바이트는 50대 비정규직으로 '역 대물림' 되고 있었다.

◇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찾기. '알바나카르타' 선언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는 A군은 삶이 팍팍해 노동시간을 줄이려다 되레 12시간 야간 아르바이트 처지로 돌아갔다. 야간수당을 받는 일을 10시간 이상 하지 않으면 월세와 교통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A군은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써 본적이 없다. 부모님 폭력을 피해 가출한 그에게 '부모님 동의서'나 '취직 허가증'은 언감생심이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법적 장치들은 그에게 '규제'와 '억압'이 됐다.

그는 "오늘 밤이 되면 다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된다"며 "주휴수당이라는 게 있는 걸 알지만 열악한 점주 환경을 알기에 미안해서 말도 못 꺼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조언이 싫다고 했다. '천만번 흔들려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에 몸을 떨었다. 위로를 건네느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1215년 영국 왕이 반포한 인권헌장인 '마그나카르타'를 본 따 만든 '알바나카르타'를 발표하며 대회를 마쳤다.

알바나카르타에는 △근로기준법 보호 △최저시급 1만원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 △대기업과 영세점주의 이익배분구조 개선 등 요구사항이 담겨있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알바데이 참여단체들은 이번 집회를 계기로 알바 노동자들의 권리 실현과 최저임금 1만원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국민대 대학생사람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 서울시립대 인문사회과학동아리 연애편지, 진보신당연대회의 청소년위원회, 진보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청년녹생당,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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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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