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연애바위'로 오세요

2013. 4. 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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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유채꽃과 어우러진 청산도 돌담길. 4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슬로걷기축제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이돈삼

바닷가 돌담길이 정겹다. 돌담 너머 밭에선 노란 유채꽃이 하늘거린다. 청보리와 마늘밭도 바람에 일렁인다. 산자락은 다랑이 논으로 계단을 이루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렸는지 마을도 옛 모습 그대로다.

그 섬으로 간다. 완도 청산도다. 사계절 언제라도 그리운 청산도는 섬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풍광도 한 폭의 수채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눈에 더 아른거려 마음이 먼저 그곳으로 향한다.

청산도로 가는 배가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여행객들로 붐빈다. 배가 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를 지나 금세 청산도 도청항에 데려다준다. 완도항을 떠난 지 50여 분 만이다. 지난 17일이다.

청산도 방문자센터를 겸한 어판장이 부산하다. 돔, 농어, 해삼, 멍게, 전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청산도의 청정바다에서 갓 잡아온 활어도 펄떡인다. 생동감이 넘쳐난다. 해변에 특산물 판매장도 보인다. 청산도 사람들이 산과 들에서 캔 쑥과 달래가 나와 있다. 취나물, 두릅, 고사리도 보인다.

도락리 바다를 배경으로 한 농부가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고 있다. 바닷가 해안에 보이는 둥그런 선이 전통의 고기잡이 방식인 독살이다.

ⓒ 이돈삼

유채꽃 너머로 보이는 읍리마을 풍경. 형형색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아름답다.

ⓒ 이돈삼

여기서 청산도 슬로길이 시작된다. 도청항 쉼터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슬로길 1코스로 접어든다. 포구 끝자락에서 도락리와 만난다. '슬로길'을 알리는 화살표를 따라 들어간 마을길에서 청산도 풍광 사진과 마주한다. 도시의 갤러리와는 다른, 파도소리를 들으며 둘러보는 담벼락 미술관이다.

가뭄 때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동구정(東口井)에서 목을 축이고 해변으로 간다. 곰솔이 줄지어 있다. 오래전 섬사람들이 조성한 방풍림이다. 쉼터로 제격이다. 곰솔 숲 앞바다에 돌무더기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바닷고기를 가두기 위해 만들었던 독살이다. 밀물과 함께 밀려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 잡는 것이다.

섬사람들의 전통 장례풍습의 하나인 초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이돈삼

청산도에서는 지금도 초분이 간간이 행해지고 있다. 4년 전 청산도 구장리에서 행해진 초분장 모습이다.

ⓒ 이돈삼

뒤로는 청보리를 품은 계단식 논이 자리하고 있다. 청산도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땅이다. 길은 계단식 논을 지그재그로 돌아 영화 < 서편제 > 촬영지였던 당리로 이어진다. 그늘이 드리워진 솔밭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도청항에서 꽤 걸어왔다.

밭 언저리에 초분(草墳)이 보인다. 초가로 만든 임시무덤이다. 오래 전 드라마 촬영 때 쓰였던 것을 없애지 않고 그냥 둔 것이다. 초분을 잘 모르는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고 있다. 초분장은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짚으로 가묘(假墓)를 만들었다가 2?3년 지나 본매장을 하는 장례풍습이다. 땅바닥에 돌을 깔아 관을 올리고 그 위에 짚을 엮은 이엉으로 초가를 지어준다. 그리고 큰 돌을 매달아 단단히 고정시킨다. 몇 해 전 이 섬에서 본 초분장례 때 모습이다.

이 초분에는 청산도 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속에 찌든 육신을 땅에 바로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배려도 담겨있다.

유채꽃 활짝 핀 청산도 풍경. 유채꽃밭으로 들어간 관광객들까지도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

ⓒ 이돈삼

청산도 슬로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 드라마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 이돈삼

드라마 < 봄의왈츠 > 세트장으로 가는 길은 황홀하다. 흙길과 돌담이 나란히 이어진다. 돌담 너머는 도락리 바다를 배경으로 한 유채꽃밭이다. 푸른 빛깔은 청보리와 마늘밭이다. 영화 < 서편제 > 의 배경이 됐던 그 길이다. 주인공이 진도아리랑 가락에 실어 애절한 한을 토해냈던 곳이다.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다른 여행객들도 뉘엿뉘엿 걷는다.

돌담길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 봄의 왈츠 > 세트장도 멋스럽다. 돌담과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세트장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도 매혹적이다. 동화 속 풍경 같다. 세트장에서 화랑포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길섶의 숲이 소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로 울창하다. 산새 소리도 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 같다. 뒤돌아서 보니 지나온 길도 절경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봄의왈츠 세트장에서 화랑포로 가는 길. 왼편에 숲을, 오른편에 바다를 두고 걷는 길이다.

ⓒ 이돈삼

청정 바다를 보며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답다. 청산도 슬로길 2코스 사랑길 풍경이다.

ⓒ 이돈삼

슬로길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화랑포(花浪浦) 갯돌밭과 초분 체험관을 지나 2코스 '사랑길'로 연결된다. 옛날 젊은이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까지 와 연애를 했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마을사람들은 '연애바탕길'이라 부른다.

길이 연인과 나란히 걸으면 더 좋을 만큼 좁다. 해안벼랑을 따라 휘어져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숲도 호젓하다.

"슬로길은 옛날 섬사람들이 오가던 길입니다. 그 길을 고스란히 살렸죠. 따로 개설하지 않고요. 끊어진 곳만 연결했어요. 그래서 곳곳에 사연도 많고 전설도 많이 배어있죠. 여기 사랑길도 그런 길이고요."

청산도 문화관광해설사 김미경(50)씨의 말이다.

청산도 사랑길에 주렁주렁 걸린 나무엽서. 연인들의 사랑 고백이 담겨있다.

ⓒ 이돈삼

청산도 슬로길 풍경. 하늘거리며 뉘엿뉘엿 걷기 좋은 길이다.

ⓒ 이돈삼

사랑길 한쪽에 연애바위도 있다. 실제 연인끼리 사랑을 나눠도 될 만큼 넓다. 연애바위 울타리에 매달린 사랑의 나무엽서도 애틋하다. 저마다 수줍은 고백을 담고 있다. 가족의 건강을 비는 사연도 주렁주렁 걸려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걸으면 즐거움이 두 배로 커질 것 같다. 연인과 함께 꼭 한 번 다시 찾고픈 길이다.

청산도 사랑길 풍경. 길이 좁고 험해 연인의 손을 꼭 잡고 걸어야 할 것 같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서광주 나들목에서 영산포를 거쳐 13번 국도를 타고 영암, 성전, 해남, 완도까지 가서 배를 타야 한다. 배는 완도항여객선터미널에서 평일에 오전 6시30분부터 8회, 주말과 휴일엔 오전 6시부터 12회 넘게 운항한다. 시간은 청산농협(552-9388)에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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