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자도 쉬어간 그곳

송세진 여행작가 2013. 4. 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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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고성 화진포

광개토대왕,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 화진포에서 안식을 누린 시대의 리더들이다. 나라를 좌지우지 했던 최고 권력자들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진포의 매력 속으로 떠나본다.

◆땅을 도모하고 바다에 잠들다

화진포는 호수 이름이다. 그런데 바다가 생각나는 곳이다. '착한 며느리의 전설'이 있는 화진포는 백조가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기도 하다. 넓은 호수가 있으니 고요하고, 망망대해와 접했으니 속이 뻥 뚫리는 호탕함이 있다. 한편, 시야를 돌려 먼 곳을 보면 힘차게 뻗은 산맥이 금강산을 향하고 있다. 이곳은 호수와 바다와 산이 최적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별장 하나를 짓는다면 여기겠구나 싶다.

화진포 바닷가에서 만난 의외의 장소는 금구도(거북섬)다. 이곳을 광개토대왕릉이라고 추정하는데, 중국에도 왕릉이 있다고 하니 진위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기록을 보면 광개토대왕 3년에 화진포 거북섬에 왕릉 축조를 시작했다고 한다. 광개토대왕 서거 후에는 장수왕이 대왕의 시신을 안장했고, 수비대가 왕릉을 지켰고, 망제를 지냈다는 등의 기록이 있다. 어쨌든 사후에 영혼을 안식할 곳으로 이곳이 낙점을 받았다는 점은 믿을 만하다.

그런데 만주벌판을 달리던 '땅의 정복자'가 바다에서 잠들고자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아직 고증 중에 있다고 하여 오히려 호기심이 나고 뭔가 모를 신비감이 감도는 섬이다. 섬의 모양도 하얀 화강암 머리에 푸른 소나무 등을 덮은 모양새가 그야말로 거북이. 이름 하나 딱 맞춰 잘도 지었다. 분명 백 년을 살아 온 거북이일 것이다. 바다를 향해 얼굴을 쑥 내밀고 있는 것이 당장이라도 바다를 향해 자맥질을 시작할 것만 같다.

◆화진포의 성, 김일성별장

김일성별장은 이곳에 있는 세개의 별장 중 전망이 최고다. 눈을 들면 바다 빛이 깊고 청량한데 소나무 숲이 발 아래를 받치고 있다. 깔끔하게 하얀 모래사장이 화진포 호수와 바다를 가르고, 그 끝에 거북섬과 해금강이 보인다. 눈을 살짝 왼쪽으로 돌리면 산봉우리가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금강산의 끝자락이다. 가만히 서서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여기가 김일성별장으로 더욱 잘 알려진 '화진포의 성'이다.

그런데 집의 모습은 서양식 구조를 이루고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집에 사연이 있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원산의 외국인 휴양촌을 화진포로 강제 이주시켰고, 이 건물은 독일 건축가인 베버(H.Weber)가 1938년 건립해 예배당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해안절벽 위 송림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모습 때문에 '화진포의 성'이라 불렀는데, 역사와 함께 이 성도 용도 변경이 많았다. 1945년 이후 북한이 귀빈 휴양소로 운영했고, 당시 김일성 가족이 하계 휴양지로 사용하면서 '김일성별장'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별장에 오르는 길에 붙어 있는 사진 한 장이다. 바로 그 위치에서 담은 꼬마 다섯 명의 모습인데, 그 중 두번째 앉아 있는 남자 아이가 김정일이다. 기록을 보고도 알쏭달쏭했던 광개토대왕릉과 달리 이곳은 사진으로 확인하니 명쾌하게 와 닿는다.

◆이승만과 이기붕의 별장

이승만별장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1954년 건립돼 이승만 부부가 자주 찾았으나, 이후 폐허로 남았다가 1999년에 군과 고성군에서 복원했다고 한다. 20년 전까지도 아무나 드나들 수 없었던 곳인데, 지금은 재현된 침실·거실·집무실과 함께 유가족이 기증한 침대, 낚시도구, 의복, 안경, 장갑, 여권,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사실 이곳의 최고 볼거리는 아름다운 경관이다. 김일성 별장이 바다를 향해 있다면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 호수와 접해 있다.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로 둘레가 약 16km나 된다.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이 호수는 연어, 숭어, 도미, 전어 등 물고기가 많이 잡혀 지금도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집주인이었던 이승만 또한 낚시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물가에 낚싯대를 놓고 사색에 잠기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호숫가에 나와 보면 저편으로 김일성별장이 보인다. 이승만은 그곳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잠시 공상에 빠진다.

이곳까지 온 김에 한군데를 더 보자. 이승만별장과 김일성별장 사이에 있는 이기붕별장이다. 부드러운 U자형으로 단순하면서도 독특하게 생겼다. 빨간 지붕 단층 돌집을 담쟁이가 덮었고, 지붕 위로 멋지게 자란 해송이 소박한 집에 분위기를 더하는 집이다. 1920년 건축 됐고, 외국인 선교사의 주거공간, 북한군 간부 휴양소 등으로 사용되다가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가 개인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미담을 가진 집은 아니지만 소설 같은 가족사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다. 김일성별장이나 이승만별장처럼 언덕 위에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호수가 펼쳐진 이 또한 최고의 장소에 자리잡은 그림 같은 집이다.

화진포 해변을 걸어본다. 다시 봐도 기묘한 지형이다. 누구나 탐낼 만한 곳이니 그들 또한 놓치지 않았겠지…. 다행인 건, 서슬 퍼렜던 권력의 시대가 가고 우리 모두 이곳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왠지 격이 느껴지는 봄 바다…. 여기가 화진포다.

[여행 정보]

● 화진포 가는 방법

[승용차]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 IC 교차로에서 '속초, 인제, 신남' 방면 - 설악로 - 철정터널, 인제대교, 인제터널 - 한계교차로에서 '간성,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 - 미시령로 - 한계터널, 용대터널 - 미시령로 - 화진포길 진입

[버스]동서울종합터미널 - 대진시외버스터미널 - 초도2리 정류장에서 1-1 버스 탑승 - 죽정1리 정류장 하차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 김일성별장, 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등을 합쳐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 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입장권을 끊으면 이 세 곳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입장료: 어른 2000원 / 청소년·어린이 1500원033-680-3469ㅍ

< 주변 여행지 >

화진포 해양박물관http://www.hwajinpoaquarium.com머리 위를 휘감는 해저터널형 수조가 환상적인 동해안 최대규모의 수족관이다. 각종 조개류,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1500여종 4만여 점을 전시한 패류박물관과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를 전시한 어류전시관이 있다.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관람요금: 어른 5000원 / 청소년·군인 4000원 / 어린이 3000원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 94-1 화진포 관광지구내 219-812 / 033-682-7300

< 음식 >

봉포 머구리집 : '머구리'는 다이버나 잠수부를 일컫는 옛말로, 여기서는 물질하는 남자를 뜻한다. 실제로 이 집에 가면 남자 잠수부의 옷과 장비가 전시돼 있다. 물회가 대표적이며 상차림이 푸짐해 주말이면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성게해삼모듬물회 1만2000원 / 섭죽 1만원 / 성게알밥 / 1만원강원 속초시 영랑동 148-58/ 033-631-2021

백도수산 가리비 직매장 : 가리비 양식장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싱싱한 가리비 구이를 즐길 수 있다.가리비 1kg 1만4000원~ / 숯(2개) 3000원 / 초장 1000원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1-16 / 033-633-9555

만석닭강정 : 튀김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마솥으로 튀겨내는 양념 닭강정으로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이 돼 주말이면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식을수록 맛있다고 하고 전국 택배가 가능하다.http://mansuk.kr한 박스 1만6000원강원 속초시 조양동 1549-2 / 1577-9042

< 숙소 >

화진포 콘도 https://www.welfare.mil.kr/index.jsp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며 현역 군인 및 군무원에게 가격 혜택이 있다. 국군복지포털에서 예약할 수 있다.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 (일반)02-810-6440 (군)984-6440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http://www.kensingtonresort.co.kr봉포 해수욕장에 위치해 화진포·속초로의 이동이 편하고, 객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입지상의 혜택으로 인기가 높다.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40-9 / 033-631-7601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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