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중 딴짓' 첨단화.. 이런 직장인 꼭 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2013. 4.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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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얌체 쇼핑하고.. 블루투스로 몰래 음악 듣고..

# 직장생활 2년차에 접어든 김모(25)씨는 업무시간에 쇼핑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업무 중 인터넷 창을 띄워놓고 힐끗힐끗 바라보다 재빠르게 'ALT+F4'을 활용해 쇼핑창을 닫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원하지 않아도 인터넷 창 우측에 뜨는 광고 창에서 내가 살펴 본 물건의 가격을 시시때때로 알려줘 한결 편해졌다. 스마트폰도 김씨가 활용하는 아이템이다. 모바일 쇼핑몰을 어찌나 잘 꾸며 놓았는지, 키보드 옆에 스마트폰을 두고 '스윽' 문질러 가며 옷을 구경하는 건 아마 옆자리에 앉은 정 대리도 모를 거다.

# '만년과장' 박모(36)씨는 영업을 하느라 블루투스를 귀에 꼽고 생활하는 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블루투스에 이어폰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루투스를 귀에 꽂고 옆머리로 살짝 가리자 음악 감상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완성됐다. 더구나 요즘 음원 사이트에는 최신 아이돌 노래에서부터 올드 팝까지 없는 곡이 없다. 그런데 싸이가 문제였다. '젠틀맨'이 흘러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마더 파더 젠틀맨"을 흥얼거렸다. 아뿔싸!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는데 순간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망했다!'

직장인들의 딴짓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첨단 딴짓'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쇼핑, 뉴스 보기, 메신저 등 대표적인 딴 짓에서 모바일 쇼핑, 블루투스 음악 감상, 패드로 웹툰 감상 등 점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딴짓이 대세다.

몰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더블모니터'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성실한 화면과 놀이용 화면을 설정해 두면 간단한 단축키로 화면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뒤통수 조심해' 프로그램은 실행중인 창을 작업표시줄에서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 직장인이 '딴짓'을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지난 7일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 한영'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한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인 생산성 인식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하루 업무시간인 9시간30분(점심시간 1시간 포함) 중 22.4%에 달하는 1시간 54분을 딴짓으로 소비했다. 딴짓의 유형도 동료와의 잡담, 메신저 대화, 인터넷 검색, 사적인 외출, 흡연 등으로 다양했다.

은행에 다니는 윤모(41) 차장은 "하루 종일 업무에 집중하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나치게 딴짓을 하는 직원들을 볼 때는 화가 난다. 야단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지적할 수도 없지 않은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 차장은 "직원들의 표정만 봐도 딴짓을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눈을 밑으로 내려 깔고 있거나 웃음을 참는 표정을 지으면 '얘 또 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 그 직원을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대개 딴짓을 하는 이유로 '일이 몰리는 시간이 지나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점심을 먹고 나서 졸음을 쫓기 위해'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에서 인터넷이 더 빠르니까' 등을 꼽았다.

직장인들의 딴짓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도 나왔다. 최근 영국 세인트앤드류대학 연구팀은 직장인의 근무생활을 감시하는 '디프 디스플레이스(Diff Display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웹캠을 달고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사용자의 눈동자 위치를 인식해 '딴짓' 여부를 판명해준다. 사용자의 눈동자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벗어나면 모니터 속 영상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거나 흑백 화면이 나온다.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든 황모(29)씨는 "딴짓을 하다가 진짜 업무를 망쳐버린다면 정말 큰일이다. 하지만 딴짓이 직장생활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숨구멍'이 되기도 한다. 정도를 지켜서 눈치 있게, 예의 있게, 융통성 있게 딴짓을 하는 경우엔 애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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