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 마곡' 4월은 고요함 속 활기 가득

2013. 4.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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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봄 경치 으뜸 치는공주 마곡사생태체험 등 다양한신록축제 열려휴식형·체험형선택할 수 있는템플스테이태화산 트레킹도 제철

너무 일렀다, 그 싱그럽다는 마곡사 신록에 묻히기엔. 충남 공주시의 대표적인 두 절집 경치를 일러 흔히 '춘 마곡, 추 갑사'(봄 경치는 마곡사, 가을 경치는 갑사)라지만, 봄기운은 또렷하되 산빛은 늦겨울 모습이었다. 그래도 절집을 품은 태화산(416m) 자락 소나무숲길엔, 잎도 없이 무성하게 핀 진달래 무리가 아우성이었고, 꽃나무며 덩굴식물들 가지마다 파릇파릇 새 기운, 새 희망이 내뻗쳐 어지러웠다.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태화산 자락 천년 절집으로, 걷고 물으며 생각에 잠기는 명상 여행을 떠나볼 만하다. 명상·치유 템플스테이로 이름난 마곡사에선 이달 말 신록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봄잔치(마곡사 신록축제)가 펼쳐진다.

백범 김구 선생 자취 따라 걷는 태화산 솔바람길 트레킹

"백제시대 자장 율사가 창건한 절이지만, 마곡사 근현대사에서는 백범을 빼놓을 수 없지요."(이혜영 해설사)

마곡사가 자리잡은 공주시 사곡면 일대는 '난을 피해 숨어살기 좋다'는 이른바 '십승지'의 하나로 꼽혀온 곳. 백범 김구 선생이 청년 시절,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에 분개해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잡혀 갇혔다가 탈옥한 뒤 숨어들어온 곳도 마곡사였다. 백범은 1898년 가을 원종이란 법명으로 출가해 이듬해 봄까지 마곡사에 머문다. 백범이 승려 신분으로 맞이했던 봄의 신록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길이 '태화산 솔바람길'이다.

솔바람길 3개 코스 중 가장 완만한 '백범 명상길'(3㎞) 출발점이 대적광전 옆이다. 광복 뒤 다시 마곡사를 찾은 백범은 대적광전 기둥에 걸린 주련의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글을 다시 보며 감동해, 대적광전 옆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향나무 옆 '백범당'엔 백범이 일행과 찍은 사진, 그가 평소 즐겨 써온 '답설야중거'(서산대사의 선시) 휘호 등이 걸려 있다. 빛바랜 사진 속 대적광전 주련의 글씨들은 선명한 흰색인데, 이젠 실물 주련의 글씨가 빛바랜 모습이다.

백범이 삭발할 때 떨어지는 상투와 함께 눈물도 떨궜다는 '백범 삭발 터'를 지나 마곡천 물길 건너 소나무숲길을 오르며 명상길은 시작된다. 태풍으로 쓰러진 아름드리 소나무들 곁에도, 가지마다 초록 새순을 내민 참나무들 밑에도 따스한 봄햇살이 파고들어와 제비꽃·현호색·양지꽃 들을 앙증맞게 피워올렸다.

멀리서 가까이서 울리는 삐삐삐삐, 딱따그르르 새소리들이 넋 놓고 듣고 싶도록 청아하게 들려오는 길이다. 오를수록 솔바람소리 자욱해지는 숲길을 앞서서 날고 뛰는 것들은, 꿩꿩 제 이름 외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흰 궁둥이 보이며 내빼는 노루들이다. 무더기로 피어난 진달래들이 발길을 멈추게 할 무렵 소나무숲길은 내리막이 되고, 명당 중 명당이라는 군왕터에 이른다.

군왕터는 능선 끝자락에 튀어나온 작은 빈터인데, 주변에서 가장 땅의 기운이 센 곳이라고 한다. 군왕이 나올 만한 자리라 하여, 옛날부터 몰래 무덤을 쓰는 이들이 많아, 조선 말기 암매장된 유골들을 모두 파내고 돌을 채워 넣었다고 한다. 조선 세조도 이곳에 올라 보고 감탄했던 명당이라고 전해온다. 군왕터에서 눈이 부리부리한 한 외지 스님을 만났다. 지세를 가늠해 보던 그는 "전망이 나무에 가려져 아쉽지만, 과연 명당은 명당"이라고 했다. 명당을 뒤로하고, 잘못 내디디면 허당인 가파른 참나무숲길을 한동안 내려오면 다시 마곡사 경내에 이른다. 쉬엄쉬엄 1시간, 어린이도 함께 거닐 수 있는 숲길이다.

솔바람길은 백범이 수도했던 암자 백련암을 거치는 2코스(5㎞·1시간30분)와, 나발봉·활인봉을 거치는 등산로인 3코스(11㎞·3시간30분)도 마련돼 있다.

신록 속에서 체험하는 마곡사 템플스테이와 신록축제

아름다운 절집을 가장 아름답게 누리는 방법은 뭘까. 절에 고요히 머무는 일이다.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동안 세상사 잡생각 다 떨치도록 이끌어주는 일정이 '템플 스테이'다. 무한경쟁 속에 앞서 나가느라 지치고, 뒤처져 따라가느라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쉬고 가라앉히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마곡사 템플스테이는 명상, 스님과의 대화, 108배 등 일정으로 이뤄진 휴식형(일~금요일, 1박2일)과 범종체험·108염주꿰기·발우공양체험 등이 포함된 체험형(토, 1박2일) 2가지가 마련돼 있다. 공통적으로 솔바람숲길 거닐며 명상하기와 밭농사 돕기(울력) 일정이 들어 있다. 곽현준 템플스테이 팀장은 "마곡사 템플스테이는 자연환경 공부와 밭농사 등이 중심이 된 생태체험형 일정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태화산 산줄기가 연초록 파도로 굽이치며 '춘 마곡'의 매력을 한껏 내뿜게 될 4월 말 마곡사에선 신록축제(27~28일)가 열린다. 전통문화와 자연을 두루 체험하는 생태·교육·문화축제로 진행돼 들러볼 만하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맨발로 걷다'이다. 솔바람길의 흙길 산행에 맨발로 참가(예약)해 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종이연꽃 만들기, 염주 만들기, 서각 탁본, 생태건축 시연 등 체험행사가 다채롭다. 1000인분 비빔밥을 만들어 나눠먹는 '화합의 비빔밥 나누기', '인절미·화전 만들어 나눠먹기' 등 먹거리 나눔 행사도 눈길을 끈다. 나눔 중에서도 가장 큰 나눔은 무엇일까. 신록으로 물든 자연이 인간에게 나눠주는 경이로운 경관과 그 섭리일 터다.

창벽산 30분 올라 누리는 금강 물줄기 전망

백제 고도 공주의 숱한 역사유적 답사를 전후해 짬을 내 찾아가볼 만한 전망 좋은 산이 있다. 굽이치며 흘러가는 금강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반포면 마암리(말바위)의 창벽산(청벽산·277m)이다. 금강 물줄기가 만들어낸 깎아지른 절벽 창벽(청벽)을 품은 산인데, 창벽은 공주 10경 중 하나다.

마암리 청벽가든 건너편에서 20~30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산 정상 못미처(흰 밧줄 계단 위) 절벽 꼭대기에 이른다. 공주 시내 쪽으로 흐르는 금강 물줄기와 첩첩 산줄기·다리들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여름이면 물길 위로 떨어지는 해넘이 풍경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마암리에서 50년간 약국을 해온 주민 손태인(81)씨가 말했다. "청벽이 아니구, 원래 창벽이여, 창벽산. 옛날에 산삼이 많았디야. 누군가 산삼인중도 몰르구 캐다간 주욱 늘어놓구 말리는데, 아는 사람이 보니깐 죄 산삼이더랴."

'말아구'(말어구)로도 불리는 마암리엔 금강 물길 쪽으로 말 머리처럼 튀어나온 산 능선이 있다. 이른바 '갈마음수형'(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의 지형이다.

창벽 상류 불티교(빨간색 다리) 쪽은 세종시 지역이다. 잘 가꿔진 금강수목원의 들머리가 불티교다. 충남도 산림박물관도 수목원에 있어 들러볼 만하다.

공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공주에도 한옥마을 있어요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분기점~대전·당진고속도로 대전 방향~공주나들목~공주 시내. 마곡사는 대전·당진고속도로 당진 방향~마곡사나들목.

먹을 곳

마곡사 앞 태화식당(041-841-8020) 산채비빔밥·버섯전골, 금성동 농가식당(041-854-8338) 밤된장찌개·밤국수·밤냉면·밤묵 등 밤 음식, 마암리 창벽산 입구 청벽가든(041-854-7383) 장어구이, 신관동 동해원(041-852-3624) 매운 짬뽕(사진), 금성동 새이학가든(041-854-2030) 국밥.

묵을 곳

마곡사 템플스테이(041-841-6226) 1박2일 휴식형(일~금) 4만원, 체험형(토) 6만원. 웅진동(관광단지길)의 공주한옥마을(041-840-8900) 주중 3만5000원(2인실)~15만원(5인실).

여행 문의

공주시청 관광과 (041)840-2835, 공주 시티투어버스(매주 토요일, 둘째·넷째 주 일요일 운행) (041)856-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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