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고구려비' 시기·판독 의문 풀린 게 하나도 없다

최영창기자 2013. 4. 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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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쓴 中학자 초청 토론회

'신발견 지안(集安) 고구려비 종합 검토'를 주제로 한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제131회 정기발표회가 지난 13일 고려대 운초우선교육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2012년 7월 29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시 마셴(麻線)하 서쪽 강변에서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의 조사와 연구를 주도한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 사범학원 고구려연구원장과 쑨런제(孫仁杰) 전 지안시 박물관 연구원 등 중국 학자 2명이 발표자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정기발표회 직전 지안시박물관이 엮어 지린대 출판사에서 발간한 조사보고서인 '지안 고구려비'의 내용이 알려지는 등 열기가 고조되면서 청중들이 230석의 강당을 꽉 채웠으며 한국고대사학회 측이 준비한 발표자료집 200부도 금세 동났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겅 원장과 쑨 전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참여한 것이며 자신들의 발표 내용이 단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0일 장푸유(張福有) 지린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중국문물신식(정보)망에 올린 글에서 지안 고구려비에서 읽어냈다는 '정묘세간석(丁卯歲刊石)'을 근거로 이 비가 정묘년인 427년(장수왕 15)에 건립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겅 원장 등은 이도 장 부원장의 개인적인 연구성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부원장이 고문(古文)에 내공이 있지만 비석의 7행에 나온다는 '정묘'란 글자를 자신들은 보지 못했다고 겅 원장 등은 밝혔다.

최근 배포돼 10일 국내에 전해진 조사보고서 '지안 고구려비'에는 조사 및 연구에 참여한 중국 학자들이 합의한 156자의 판독안이 제시돼 있는데, 7행의 '정묘세간석' 부분은 판독불명 글자로 남겨져 있다. 한국고대사학회 연구이사로 지안 고구려비의 판독에 힘써온 윤용구(인천도시공사 문화재 담당) 박사는 7행의 이 부분을 '호태성왕왈(好太聖王曰)'로 읽고 있다. '정묘'라는 간지(干支)는 위작 논란에 휩싸인 한상봉 한국서예금석문화연구소장이 지난달 중국에서 입수·공개한 탁본에서는 선명하게 확인된다.

지안 고구려비는 오는 5월 1일 개관하는 지안시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윤 박사는 "마모가 매우 심해 원석의 확인만으로 지안 고구려비의 비문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탁공의 탁본을 뜨는 법의 차이나 비면에 가해지는 먹의 농담에 따라 비문의 자획이 판이하게 읽히기도 하는 만큼 광개토왕비처럼 탁본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안 고구려비 건립 연대와 관련, 겅 원장과 쑨 전 연구원, 장 부원장 등 이 비석의 연구 및 평가에 참여했던 중국 학자들은 물론, 국내 연구자들도 '광개토왕대설 대 장수왕대설'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고구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광개토왕대 세워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권인한(국어국문학) 성균관대 교수는 "광개토왕비보다 세련된 문체에다 중국 동진대 시인인 도연명(365?∼427)의 '감사불우부(感士不遇賦)'에 나오는 '고인지강개(古人之慷慨)'란 문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장수왕대 건립됐다고 보고 싶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윤 박사는 "도연명의 '감사불우부' 작성 시기를 일반적으로 415년을 전후한 시기로 보고 있으나 청대 이래 403년에서 417년까지 여러 견해가 분분한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비석의 건립 시기를 장수왕대로 보려면, 이 구절을 도연명의 시구에서 차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겅 원장 발표 논문의 토론자로 나선 김영하(사학)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지안 고구려비 자체의 위작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위작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으로 '제2의 동북공정'이 거론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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