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살뜰한 도시여행의 선택

2013. 4.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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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박물관·공원·사찰 등

4시간 버스 타고 돌아보는

시티투어 프로그램

부산 역사문화탐방 코스

날씨가 변덕스럽고 쌀쌀맞아도 그냥 내버려둬볼 만한 봄날이다. 온동네 나무들 가지마다 물이 오를 대로 올라서, 살랑살랑 봄처녀며 근질근질 봄총각들이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 해도 그냥 내버려둬볼 만한 때다. 갈 데까지 가본 뒤 원점으로 돌아오는 봄나들이 방식이 있으니, 이맘때 주요 도시마다 운행을 시작하는 시티투어 버스가 그것이다. 봄햇살 받으며 버스에 앉아 있기만 하면 가볼 만한 곳들로 데려다 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내려주는 반나절 도심 여행이다. 해설사의 친절하고 꼼꼼한 설명이 곁들여져 봄나들이를 한층 풍요롭게 해준다. 지난 4월5일 부산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부산 역사문화탐방 코스'를 둘러봤다.

"비 쫌 와도 괘않지예?" 부산역 앞 부산시티투어버스 승차장.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역사문화탐방 코스' 버스에 오른 강윤언(69) 문화관광해설사가 "관광객이 없을까 걱정했다"면서 승객들에게 물었다. 30인승 정원 버스에 25명. 예약한 이들이 거의 다 탔다고 한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탄 한 여성은 오히려 "비가 온대서 일부러 시티투어 버스를 예약했다"고 했다. 승객은 초등생부터 대학생, 40~50대 부부, 70대 할아버지, 외국인들까지 다양했다. 서울·경기도에서도 오고 광주에서도 찾아와 한차에 몸을 실었다.

매일 오전 9시20분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부산 역사문화탐방 시티투어 버스(예약 필수)는 복천박물관·금강공원·자연사박물관을 거쳐 범어사를 둘러보고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4시간짜리 시티투어다.

빗속에 버스가 출발하자 부산의 과거와 오늘을 두루 꿰는 해설사의 문답풀이식 해설이 시작됐다. "부산은 세계에서 몇번째 항구? 5번째로 규모가 큰 국제항구도시입니다. 국내 물동량의 75%가 여기를 거쳐가요." 임진왜란 때 부산진성을 지키다 전사한 정발 장군 동상과 다대포진성을 지키며 싸우다 희생된 윤흥신 장군 동상 옆을 차례로 지나면서 강씨의 해설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1000명 군사로 1만8000명이 넘는 왜군을 이길 수 있겠어요? 질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싸우다 숨진 겁니다. 하루 만에 동래성까지 함락되고 불과 20일 만에 서울까지 왜군 손에 들어갔죠."

대형 모니터에선 전투 재현 장면이 방영됐다. 외국인들은 좌석마다 설치된 음성안내기(한·중·일·영어)를 통해 이어폰으로 구간별 볼거리 설명을 들었다. 외국인 질문에 해설사는 유창한 영어로 궁금증을 풀어주곤 했다.

"남문시장 보이죠? 한복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창원·진주에서도 한복 맞추러 오지요." 승객들은 휴지로 김 서린 차창을 닦아가며 차창 밖을 살피고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모습이다.

궂은 날씨에도내외국인들로 버스 빼곡문화관광해설사 설명으로보는 재미에 흥미로움 더해

임란 당시 동래성 부사였던 송상현의 이름을 딴 '송상현 광장'(공사중)과 부산시청 청사를 지나 1960년대까지 연밭·미나리꽝으로 이뤄진 늪지대였다는 연산동과 임란 때 숨진 93인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를 거쳐 첫 정차지인 복천박물관에 도착했다. 금관가야 유적인 복천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 등 1800여점의 고대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복천고분군은 2~6세기의 가야 지배층이 묻힌 무덤군입니다. 1960년대까지 판자촌이었는데 69년 한 집이 증축공사로 땅을 파다 처음 발견됐지요. 무려 191기의 고분에서 금동관을 비롯한 1만2000여점의 가야 유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주요 볼거리는 재현해놓은 무덤 형태들과 금동관, 정교한 토기류와 철기류, 그리고 7개의 청동방울이 달린 '가지방울'이다.

아이들과 젊은층에게 인기를 끈 곳은, 일제강점기까지 부산의 중심지였던 동래구 도심을 거쳐 도착한 금강공원 옆 해양자연사박물관이었다. 50분 동안 일행은 4개 층으로 이뤄진 박물관을 돌아 희귀 해양생물 실물과 박제들을 살펴보며 자연의 신비에 푹 빠졌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여행 온 신디(28·공무원) 등 여성 4명도 거대한 고래뼈, 2m가 넘는 초대형 갈치 박제 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신디는 "낯선 여행지인데도 영어 해설을 들으며 둘러볼 수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며 "한라산으로 유명한 제주도를 구경한 뒤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대규모 개인 정원이었던 금강공원은 시간 문제로 들머리 산책에 그쳐 아쉬웠다. 해설사 강씨는 "일본인이 옮겨다 놓은 옛 동래성 정문 등 문화재·유물들이 많아 따로 들러볼 만한 곳"이라고 했다. 18세기 동래성 증축 때 발굴된 임란 당시 희생자 유골들을 모아 합장한 동래의총도 이곳에 있다.

"무덤은 왕이 묻힌 능, 일반인이 묻힌 묘, 그리고 총으로 분류하지요. 그럼 총은 무엇일까요?" 대답하는 이가 없자 강씨가 설명했다. "묻힌 이를 알 수 없는 무덤을 말합니다. 천마총·장군총·의총 등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투어 버스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금정산 자락의 1300년 고찰 범어사.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3대 사찰로,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호국사찰이다. "금정산 위 커다란 바위 위에 샘이 솟는데 이게 금정입니다. 하늘(범천)에서 금빛 물고기가 내려와 놀았다 해서 금정이죠. 금정산 이름도 범어사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답니다."

부산역으로 돌아온 시각은 1시20분, 꼭 4시간이 걸렸다. 금강공원·범어사 등에서 오래 살펴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4시간 동안 실속 있는 여행을 즐겼다는 생각에 흐뭇해졌다. 처음 시티투어 버스를 탔다는 남보라(25·어린이집 교사)·김하진(25·학생)씨는 "비가 와서 더 여행 분위기가 났다"며 "다른 지역 여행 때도 시티투어 버스를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설사 강씨는 승객들에게, 점심 식사 거리로 부산역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 둘을 추천했다. 돼지국밥과 밀면. 모두 한국전쟁 때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생겨난 음식들이다. 부산역 건너편 초량동의 한 밀면집에서 먹은 시원하고 졸깃한 밀면 한 그릇으로 이날 빗속 버스 여행은 흡족하게 마무리됐다.

부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1만원이면 오케이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가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 주요 도시의 '버스 시티투어'를 추천했다. 월요일은 쉰다.

▣ 부산

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태종대 방향과 해운대 방향을 오가는 순환형 시티투어와 반나절 테마여행인 역사문화탐방 코스, 해동용궁사 코스, 을숙도 자연생태 코스, 야경 코스 등이 마련돼 있다. 테마 여행 코스(1만원)는 예약 필수. (051)464-9898.

▣ 울산

12개 정기 투어로 구성돼 있다. 요일, 차량에 따라 코스, 소요시간, 요금(5000~1만원) 등이 달라 선택 폭이 넓다. 외고산옹기마을·간절곶·명선교를 돌아보는 '간절곶해안 2코스'와 장생포고래박물관·반구대암각화를 둘러보는 '울산 고래사랑 코스'가 대표적. (052)700-0052.

▣ 목포

화~일 하루 1회 목포의 근대유산들과 유달산·갓바위·목포종합수산시장 등을 등을 둘러보는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오전 9시30분 출발. 약 6시간 소요. 예약 필수(5000원). (061)245-3088.

▣ 속초

주중에 하루 2회, 토요일엔 4회, 일요일엔 1회 운행한다. 문화유산코스·자연생태코스·도심순환코스 등이 있다(7000원). 1시간30분~3시간 소요. (033) 639-2690.

▣ 인천

시내 순환형 투어버스(7000원·2시간)를 토·일 하루 4회씩, 시내 테마형 투어버스(1만원·4시간30분)를 매일 1회, 강화 투어버스(1만원·8시간)를 토·일 각 1회 운행한다. (032)77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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