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판사판.. '공단 폐쇄' 배수진 치고 南 몰아붙이기

2013. 4. 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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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차단 6일만에 '잠정 폐쇄' 초강수 둔 배경은

개성공단 사태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 엿새째인 8일 파국으로 치달았다. 북한은 '대남통'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의 전격적인 개성공단 방문을 계기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라는 초강수를 뒀다.

◆예견된 초강수… 대미·대남 '충격요법'

북한의 근로자 전원 철수 통보는 차분하고 신중한 반응으로 일관해온 남한 정부에 대한 '충격요법'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개성공단 출·입경 의사소통 채널인 남북 간 군 통신선을 차단한 데 이어 사흘 뒤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단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남한 내 일부 여론을 문제삼으며 공단 폐쇄를 위협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 인원과 물자의 공단 진입 차단(3일)→북한 근로자 철수 위협(4일)→북한 근로자 철수 발표(8일)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위협 수위를 고조시켜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단 운영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다.

개성공단 사태는 공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한반도 정세 위기를 고조시켜 온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대화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동안 음식재료와 원부자재 차량 진입이 끊기면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한 인원 326명이 귀환했고 조업 중단 업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가 없었어도 북측의 공단 진입 차단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공단 가동은 중단되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다. 공장가동 중단이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근로자 철수 발표를 통해 먼저 선수를 친 측면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시나리오에서 검토됐던 사안'이라고 언급하면서 "남북관계는 긴 호흡에서 봐야 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과 부당한 처사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순간순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런 때일수록 방향성을 갖고 중심 잡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왼쪽 두번째)가 2007년 11월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입국하고 있는 장면.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치밀한 각본 아래 김양건 개성공단 방문 추진

개성공단을 활용한 대남 위협의 압권은 '대남통' 김양건을 개성공단에 내려보낸 점이다. 김양건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특사조문단으로 김기남 당 비서와 함께 남한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했고, 그해 10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비밀회동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제를 논의한 대표적 대남통이다. 과거 북한이 2008년 개성공단 남측 인원의 체류 및 통행 인원을 축소한 이른바 '12·1 조치'를 실시했을 당시에는 김영철 국방위원회 정책실장(현 정찰총국장)을 비롯한 군부 인사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위협적 언사를 퍼부은 바 있다.

북한 매체가 김양건의 개성공단 방문 사실을 공개한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이 김양건의 개성공단 방문을 보도한 시각은 8일 낮 12시48분. 김양건은 오전 11시쯤까지 개성에 머물렀고, 개성∼평양 간 자동차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북한 매체는 김양건이 개성을 방문하고 평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관련 소식을 신속히 내보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남한을 겨냥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양건은 북측 시설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 몇 군데만 둘러봤을 뿐 우리 측 협의 채널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대남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았다. 홍양호 개성공단 관리위원장과는 '가벼운 인사'만 나눴고 작금의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양건은 개성으로 돌아간 이후 몇시간도 안 된 오후 5시17분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 근로자 철수 방침이 담긴 담화를 발표했다. 김양건의 개성공단 방문은 북한 근로자 철수 방침을 발표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했던 셈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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