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민, '낭만'만 꿈꾸단 '낭패'

2013. 4.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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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스트하우스 이미 포화상태

독특한 문화 적응 또다른 과제

주민과 소통 어려움 겪기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바닷가. 탁 트인 바다와 기암절벽, 조그마한 포구가 어우러진 모습이 지중해의 나폴리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눌러앉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 실제 제주올레길을 걷다가 제주가 좋아 정착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제주 이민'에 낭만만 있는 건 아니다. 빼어난 자연경관에 이끌려 여유로움을 찾아 왔지만, 제주도 엄연한 삶의 터전이기에 생계를 이어야 하고 이웃과 소통해야 한다.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겠다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이주민들도 종종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탓이다. 실제 제주도 내 농어촌 민박(게스트하우스 포함) 등 일반 숙박업소의 경우 2008년 362곳에서 지난해 말 현재 646곳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정착한 지 2년이 조금 넘은 임병도(44·정치시사 블로그 운영)씨는 "이주민들은 게스트하우스, 펜션, 카페 등을 많이 하는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펜션에 5억~6억원을 투자했다가 이자보다 못한 수입을 얻는 경우도 더러 봤다"고 말했다. 육지에서 이뤄지는 귀촌·귀농보다 제주에서의 귀촌·귀농이 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자녀 교육도 문제다. 제주는 중산간 지역와 제주·서귀포 시내권의 생활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들의 초등학교 시기와 중·고교 시기를 구분해 단계별로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제주 주민의 조언이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에 적응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일도 큰 과제다. 조욱관씨는 "제주도의 전통적 주거문화인 안거리밖거리 문화(한 울타리 안에서 장성한 자녀들과 노부모가 따로 살림하고 식사하는 풍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이 많이 정착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이장 김우일(48)씨는 "좋은 외지인도 많지만, 일부는 지역 주민들과 소통이 안 돼 서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활발한 소통은 정착을 돕기도 한다. 제주 정착 1년이 된 윤민상(35·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씨는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일도 하고, 마을문고 활동 등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 청원군 출신으로, 감귤과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제주 나름의 관습과 문화, 공동체적 삶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이웃과 교류가 없으면 문화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기후에 적응하듯,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배워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주/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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