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먹거리 Why? 파일] MSG 有無로 착한식당 나쁜식당 심판 이영돈 PD의 MSG쇼, 과연 착할까요?

황교익 2013. 4. 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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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가 '먹거리 X파일'이란 프로그램에서 '착한 음식 판정 놀이'를 하고 있다. 최종 판정 기준은 MSG 사용 여부이다. 건멸치며 간고등어며 MSG 넣은 것 같다는 제보가 있으면 몰카로 잠입한다. 공포영화의 음향이 깔리고 이영돈 PD는 "충격적 비밀이 밝혀집니다"를 외친다. MSG 안 넣었음이 확인된 업체의 사람들도 모자이크로 처리되며 목소리는 변조된다. 정식 인터뷰가 가능함에도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해 그들에게 씌워진 의심을 완전히 거두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 판정 놀이에서 시청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이영돈 PD의 MSG 공포 쇼'를 볼 뿐이다. 그 부록으로 가끔씩 MSG 안 써서 착하다고 판정받은 사람들이 펼치는 '인간극장'을 내보낸다.

MSG가 건강을 해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이영돈 PD의 판정 놀이에 이 같은 허점이 지적되자 말을 슬쩍 바꾸었다. 질 낮은 재료에 MSG를 넣기만 하면 맛있어지니 원가를 줄이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그래서 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리는 있으나 MSG 효과를 여타 조미료의 효과와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왜곡하였다. MSG 안 쓰고도 입맛을 속일 수 있는 조미료는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설탕. MSG 안 쓴다고 자랑하는 식당에서 다디단 나물을 먹을 때면 차라리 MSG를 넣지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음식에 설탕을 넣어도 착하지 않다며 X표를 칠 것인가.

'착하지 않은 음식의 주범'인 MSG 제조사들은 속이 터진다. 최근 MSG 제조회사 연구소를 취재했었는데, 그들은 '착하게도' MSG 제조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글루탐산은 설탕을 뽑고 난 사탕수수 잔여물로 미생물 발효를 하여 얻는다. 글루탐산을 물에 잘 녹게 하기 위해 화학적 조작으로 나트륨을 붙인 것이 글루탐산나트륨, 즉 MSG이다. 화학적 조작은 있으나 위해한 물질은 남지 않는다. 글루탐산나트륨을 음식물에 넣으면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분리된다. 음식물에 든 MSG의 글루탐산은 자연물의 글루탐산과 분자구조가 똑같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지식은 중졸 수준. 이영돈 PD 프로필 보니 박사더라.

천연조미료 업체는 신이 났다. '나도 착하게 살자'며 MSG를 버리고 싶은데 '그놈의 감칠맛'은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중독되어 있는 것은 MSG가 아니라 감칠맛?

일본에서 글루탐산의 맛을 발견하고 여기에 うまみ(우마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일제강점기에 감칠맛으로 번역되었다. 우마미와 감칠맛은 둘 다 '좋은 맛' '당기는 맛'이란 뜻으로 쓰인다. 인간의 혀는 오미(五味), 즉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을 느낀다고 한다.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은 혀에서 느끼는 감각을 표현하는 감각언어인데, 감칠맛은 다르다. '맛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감성언어이다. 글루탐산의 맛에 감성언어가 붙으니 미각에 혼란이 생겼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려면 '감칠맛의 그 무엇'을 첨가해야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졌다. MSG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감칠맛이라는 감성언어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MSG는, 정확하게 글루탐산은,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감각언어로는 '밍밍한 맛'이 맞는다. 닝닝한 맛의 글루탐산이 하는 역할은 짜고 달고 시고 쓴맛들의 뾰족한 부분을 깎고 눌러 융합되게 하는 정도이다. 집착할 맛이 아니다. '착하다'는 말도 감성언어이다. 음식에 붙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착하니 착하지 않으니 따지는 이들이 있으면 이 한마디를 툭 던져주시라. "니나 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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