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돌사자상과 복제품, 화엄사에 함께 있게 될 까닭

정재숙 2013. 4. 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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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 전 진품 반출하려다 실패일본인이 복제품 만들어서 보내도쿄 영친왕 저택, 대사관에 있다원적지 돌아와 봉인 풀 날 기다려

전남 구례 화엄사의 국보 35호 '사사자 삼층석탑'① 은 네 마리 사자가 탑신부를 받치고 있다. 이 중 서남측 사자 ② 를 1930년대 일제가 복제·반출했다가 진품처럼 일본 도쿄 영친왕 저택 현관에 설치한 뒤 59년 주일 한국 대표부에 반환한 석사자상 ③ 이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사진 문화재청], [프리랜서 오종찬]

국보 35호 화엄사 '사사자(四獅子) 삼층석탑'을 빼다 박은 돌사자상 한 점이 최근 일본에서 돌아왔다. 도쿄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전남 구례 화엄사 경내에 봉인된 석사자상(石獅子像)이다. 화엄사 사자상의 DNA를 100% 물려받은 이 복제품은 80여 년 기구한 운명의 굴레를 벗고 '아버지' 곁으로 귀향했다. 자칫 반출될 뻔했던 국보를 지킨 아들 복제품의 사연이 기구하다.

 이야기는 1959년 9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중의원 의장을 지낸 호시지마 니로(星島二郞)는 한·일 국교 수립을 앞두고 두 나라의 우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소장하고 있던 석사자상과 그 대좌(臺座)를 당시 주일 한국대표부에 반환했다.

 석사자상의 문화재적 가치 조사를 위해 이해 9월 말 일본에 파견된 황수영(1918~2011) 당시 한일회담 전문위원에게 그는 "을사늑약 때 한반도에서 반출된 것이며 반출한 이가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라는 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황 전문위원은 9월 30일 외무부에 이 사자상이 "국보 35호 화엄사 사사자(四獅子) 삼층석탑과 유사한 통일신라시대의 걸작이며 제작 시기는 서기 9세기 초반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고고미술(考古美術)' 61년 2월호에 '재일석사좌상(在日石獅座像)과 그 방형대좌(方形臺座)'란 제목으로 이런 사실을 소개했다.

 그런 황 위원에게 귀신이 곡할 노릇이 닥쳤다. 이 사자상을 1930년 말 직접 제작한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1884~1964)로부터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반출하려다 여의치 않자 한 달간 화엄사에 머물며 자신이 복제해 목포에서 제작한 뒤 일본으로 보냈다"는 증언을 듣기에 이른다.

 결국 황 위원은 '고고미술' 62년 12월호 '정정(訂正)'란에 '주일 한국대표부에 있는 석사자상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모방한 것이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다'는 글을 발표한다.

 하지만 62년 이후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 정원에 전시되면서 역사적 사실은 흐지부지 잊혀졌다. 만천하에 복제품으로 드러난 물건이 진품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런 사정은 2010년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 신축 공사 등으로 사자상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역사의 진실은 2013년 1월 27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정계옥 조사연구실장이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에 보관 중인 석사자상을 정밀 조사한 뒤 밝혀졌다. 이 복제품이 아니었다면 국보가 일본으로 끌려갔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정 실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화엄사 경내 적절한 위치에 설치해 역사의 교훈을 보여주는 등록문화재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구례(전남)=최경호 기자 < johanaljoongang.co.kr >

정재숙.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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