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살 탐방]응봉산에 가면..낮엔 개나리 명소, 밤엔 별자리 명당

윤대헌 기자 2013. 4.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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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응봉동과 금호4가동에 걸쳐 있는 응봉산(해발 94m)은 '꽃동산'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천을 이룬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려 봄소식을 전한다. 도심 복판을 화사하게 장식하는 개나리는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꽃길을 걸어볼 만하다. 정상에 들어앉은 팔각정은 조망이 압권. 발 아래로 한강과 서울 야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지하철 응봉역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응봉산은 모양이 매(鷹)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조선시대 왕이 이곳에서 매 사냥을 즐겨 '매봉'이라 부른 것을 한자로 표기했다고 전해진다.

응봉산은 사실 서울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숨은 명소다. 봄비에 젖은 산에 이즈음 정상 주변을 뒤덮은 개나리가 한줌 봄볕에 하루가 다르게 노란빛을 더하고 있다.

암벽 공원을 지나 산책로로 든다. 산자락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꽃길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가족과 봄나들이하기에 좋은 '서울 봄꽃길 100선' 중 하나다. 산자락을 가득 메운 개나리는 20여만 그루. 개나리 틈새를 비집고 듬성 듬성 뿌리박은 벚꽃과 진달래도 봄색을 더한다. 꽃사태에 질릴 즈음 눈을 돌리면 꽃송이 사이로 들어오는 서울 시내가 그림 같다. 발 아래로 중랑천과 한강이 몸을 섞는 풍광은 생동감이 넘친다.

서울 구로에 사는 장영택씨(62)는 "응봉산은 도심 복판에 있으면서도 사람이 덜 붐비고 주변에 찻길이 없어 조용하다"며 "나 홀로 사색에 빠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고 말했다.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또 다른 풍광이 기다린다. 정상에는 팔각정이 점잖게 앉아 있다. 1988년 이후 25년 만에 개보수 정비를 끝낸 팔각정은 조망 명소다. 금강송을 사용한 8개의 기둥이 듬직하다. 오색단청에선 단청장의 예술혼이 느껴진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응봉산 팔각정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산에 올라 한강과 숲이 어우러진 산수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라고 말했다.

정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 북한산, 용마산, 남산도 시야에 든다. 한강 너머 잠실종합운동장과 롯데월드, 청담대교, 성수대교, 무역센터 등이 한눈에 잡히는 강남지역은 야경이 압권이다.

팔각정에서는 야경과 더불어 아름다운 별빛도 볼 수 있다. 서울시와 아마추어 천문학회가 선정한 '도심 속 별자리 명당 10선'에 속한다. 빛 공해가 적어 별이 쉽게 보인다는 게 성동구 측 설명이다.

응봉동에 사는 정길자씨(56)는 "거의 매일 응봉산에 오르지만 날마다 풍광이 색다르다"며 "도심 복판 자연 속에서 도심을 바라보는 느낌이 묘하다"고 말했다.

응봉산의 또 다른 명소는 1999년 개원한 암벽 공원이다. 채석장으로 사용됐던 응봉산 절개지에 조성된 공원에서 암벽 등반을 즐길 수가 있다. 인공암벽은 대한산악연맹 암벽등반경기위원회의 자문과 검증을 거쳐 꾸며졌다.

공인된 암벽은 기존 평면형 구조에 패널 전면을 이용한 입체 구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암벽등반대회와 등반교실이 열린다. 암벽은 경기용과 보통 암벽, 자연 암벽 등 3가지. 경기용은 스피드 구간과 난이도 구간으로 나뉜다. 이중 난이도 구간은 앞 길이를 최고 9.6m까지 높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3m짜리 보통 암벽은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들의 암벽 등반 교육장으로 사용되고, 폭 15m에 높이 12m인 자연 암벽은 직벽으로 솟아 위세가 당당하다.

성동구에서는 9월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등반 교실을 무료로 진행한다. 서울시 산악연맹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의 정의 및 유래, 등반 장비 및 방법, 기초기술 및 실습 등을 가르친다.

응봉산이 '개나리 동산'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에 열리는 '응봉산 개나리 축제'(12일)도 볼만하다. 아이들은 개나리를 배경으로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구립소년소녀합창단 공연과 거리 아티스트 공연(백파이프와 마술), 피에로 캐릭터 인형과 놀기, 캐리커처 그려주기, 페이스 페인팅, 추억의 뽑기와 먹거리 장터 등 부대 행사가 축제의 흥을 돋워준다.

고재득 구청장은 "이번 축제가 관람객 모두에게 개나리같이 화사한 꿈과 희망을 다짐하는 한마당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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