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기자의 상수동 이야기3상수동서 즐기는 벚꽃엔딩

2013. 4. 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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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벚꽃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4월 이야기'. 1998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마치 봄비처럼 벚꽃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분홍색 빗방울 같다. 영화 스토리도 이젠 가물가물하지만, 벚꽃이 가득한 영상만은 지금도 또렷하다.

영화뿐 아니다. 현실의 4월도 벚꽃과 함께 다가온다. 상수동의 4월도 어김없이 벚꽃이 기다리고 있다. 그 진원지는 바로 당인리발전소.(참고로 사진은 당인리발전소 벚꽃이 아닙니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관계로 참고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필자의 집 앞에 자리 잡은 이 발전소는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로, 서울화력발전소란 딱딱한 이름 대신 옛 명칭인 당인리발전소가 더 친숙하다.

당인리발전소는 사실 상수동에 있어 항상 이슈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골자는 발전소를 이전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와 지하로 옮기겠다는 발전소 측의 의견 차. 최근 발전소 측이 발표한 로드맵을 보면, 세계 최초로 도심 지하에 발전소를 옮기고, 지상에는 시민을 위한 공원과 '영국식' 문화창작발전소라는 걸 설치한다고 한다. 개발과 집값 등등 워낙 민감한 사안이 몰려 있으니, 그저 전셋돈 인상에 노심초사하는 필자 입장에선 그저 제 3자일 뿐.

개인적으론 좋은 점도 있다. 지인이 상수동 인근에서 필자의 집을 찾아 헤맬 때마다, "하늘을 봐. 흰 연기가 보이지? 그 앞이 우리집이야." 상수동 어디에서도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수증기를 볼 수 있으니, 집을 찾아 헤맬 필요는 없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 이건 정말 매력적이다. 당인리발전소는 매년 벚꽃으로 유명하다. 발전소 안에만 벚꽃이 만개한 게 아니라, 그 주변 도로를 따라 매년 4월이 되면 벚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벚꽃은커녕 사람 구경으로 정신없는 여의도와 비교할 바 아니다. 밤엔 은은한 조명까지 더해지니, 누구라도 함께 걷고 싶어지고, 없던 사랑도 샘솟을 듯 싶다. 당인리발전소 안에만 벚꽃이 있는 건 아니다. 정문에서 홍대입구 방면으로 길을 걷다 보면 양편에 역시 벚꽃이 가득하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도 듣는다면, 100미터 남짓한 이 거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겠다.

이 거리는 오밀조밀하면서 특색있는 가게도 밀집해 있다. 역시 가장 유명한 곳은 당인리발전소 휴먼빌 아파트 앞에 있는 앤트러사이트. 커피 마니아 사이에선 이미 유명세를 치른 커피 전문점이다. 독특한 실내 디자인에 커피 뿐 아니라 초콜릿 맛도 일품. 예전엔 동네 가득 커피향을 전해줘 한층 멋들어진 아침을 맞이하게 해줬으나, 이젠 민원 때문에 직접 커피공장을 운영하진 않는다고 한다. 주차공간이 극히 협소하니, 가능한 한 차는 두고 올 것. (제발 동네 주민을 위해서라도). 그 옆에 있는 무대륙도 각종 문화공연이나 때때로 결혼 피로연 등까지 여는, 메뉴도 술에서 음식, 커피까지 총망라된 독특한 콘셉트의 가게이다. 이 역시 주차공간은 협소하다. (제발 좁은 골목길을 차로 막지 말아주세요).

인테리어가 이쁜 커피전문점, 병아리콩을 지나, 거리 끝에 다가가면 숨은 강자, 금가복이 나온다. 중국음식점인데, 점심시간 때면 인근 주민과 직장인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친절한 주인에, 뚝배기 짬뽕은 그야말로 별미. 매운닭밥에 탕수육, 군만두, 라조기 뭐하나 먹고 후회할 만한 메뉴가 없다. 배달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단점.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이 거리 뒷골목에는 당고집도 있다. 이렇게 골목 구석구석까지 돌며 벚꽃 구경과 식도락까지 마치면 훌륭한 봄나들이 완성. 내친김에 당인리발전소 뒤편으로 한강변까지 걸으며 미진한 봄기운을 충전해보자. 2013년은 1월부터 시작하지만, 만물의 시작은 봄부터니까. 2013년은 4월부터 시작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당신의 '4월 이야기'도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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