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를 모르면, 헤어져도 또 만납니다

2013. 3.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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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건우 기자]

영화 < 연애의 온도 >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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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영화를 볼까요. 제 생각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욕구불만을 영화라는 판타지로 대리충족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현실의 아픔을 영화라는 공감대로 위로받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연애의 온도 > 는 그 후자에 서있는 영화입니다. 연애라는 긴 스펙트럼에서 누구나 꿈꾸는 만남이 아닌, 모두가 외면하고 싶지만 겪어야만 하는 이별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헤어졌다'로 시작해서 '그래서 또 만났다'는 광고처럼 헤어진 이후 '만남'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런 의도 때문에 < 연애의 온도 > 는 인터뷰 방식을 차용합니다. 인터뷰 형식이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 라쇼몽 > 처럼 직접적인 응시를 피합니다. 대신 이동희(이민기 분)와 장영(김민희 분)은 끝까지 누군지 알 수 없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 누군가를 응시하며 대답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답은 조심스레 관객들에게 물음으로 다가옵니다. 이에 관객 역시 우연히 만나 우연히 헤어지는, 혹은 아름답지도 추악하지도 않은, 또는 재밌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자신의 사랑을 대답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 연애의 온도 > 속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헤어진 커플이 재회해 성공할 확률, 3%의 판타지

이별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찌질'해집니다. 애증이라는 양가성이 우리를 구차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럼 점을 콕콕 집어댑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인터뷰를 하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울고, 헤어진 상대에게 애들보다도 유치하게 굽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는 두 사람이 더 애절하게 보입니다.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서로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영화의 어쩔 수 없는 끄덕임에 동의까지 했습니다.

때문에 처음엔 두 사람이 또 다시 만난다는 결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헤어진 커플이 다시 사귈 확률이 82%이고 그중 성공하는 커플이 3%라고 말하면서. 두 번을 헤어진 두 사람이 또 다시 만난다는 3%의 판타지로 끝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 봄날은 간다 > 에서 은수(이영애 분)의 손을 과감히 뿌리친 상우(유지태 분)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문득 어쩌면 상우보다 동희가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희와 영은 고백합니다. 헤어진 건 기억하는데 왜 헤어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영화 역시 헤어지기 전이 아닌, 헤어진 직후부터 시작합니다. 극중 그 누구도, 심지어 보는 관객들도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또 헤어진다'는 속설. 두 사람이 다시 사귀기 시작하는 시점을 접는 선으로, 앞과 뒤가 데칼코마니처럼 대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느낍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던데, 대체 연애는 몇 도에서 끓는 걸까요? 특이하게도 영화 제목이 < 연애의 온도 > 인데 영화는 연애의 온도가 몇 도인지 알려준 적도, 심지어는 '연애의 온도'라는 말마저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연애를 정신없는 롤러코스터에만 비유합니다.

어쩌면 이 말은 그 누구도 연애의 온도가 정확히 몇 도까지인지 모른다는 뜻일 겁니다. 마치 냄비 속 개구리가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의 온도를 감지 못한 채 가만히 있다 죽듯, 그냥 끓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몇 도에서 끓었는지는 중요치 않고 기억조차 못한다는 거겠죠.

그래서 두 사람은 이별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집니다. 정말로 끝이라고 마음먹은 두 사람.

하지만 연애의 온도를 모르는 이상 두 사람은 또 다시 만날 겁니다. 분명 3%의 성공은 판타지겠지만, 결국 연애의 온도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라는 판타지에 목맨다는 점은 너무나 자명한 현실입니다. 때문에 어쩌면 < 연애의 온도 > 의 동희가 < 봄날은 간다 > 의 상우보다 더욱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hoohoots.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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