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100선] (1) 대구 근대문화골목

2013. 3. 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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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으로 걸어서 갔다

'대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3·1만세운동길'에서 만날 수 있는 '3·1운동계단'(일명 90계단)은 대구 근대문화골목의 출발지인 동산 선교사 주택과 아름다운 운치를 자랑하는 계산성당을 이어준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관광은 지난해 외래관광객 1000만 돌파에 이어 올해 외래관광객 유치 1250만명, 관광수입 156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크루즈, 의료, MICE 등 고부가가치 융·복합관광을 집중 육성해 크루즈 관광객 40만명, 의료관광객 20만명, 국제회의 개최 세계 5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외래관광객 유치 노력과 양적 성장에 걸맞게 한국관광은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진작과 우리 국민의 국내여행 일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연중기획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마련한다. 격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국내 관광 활성화와 한국관광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향후 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를 활짝 여는 데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편집자주 >

【 대구=송동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중기획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의 첫 여행지는 대구다. 유명 관광지로 달구벌 대구를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세울만한 자연경관이 부족한 대구는 그동안 '관광 불모지'로까지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구 중구 일대의 '대구 근대골목'이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구 근대골목에선 시대의 추억을 더듬으며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다.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된 근대골목 투어 중에서도 특히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이 인기다. 동산 선교사 주택에서 진골목에 이르는 1.64㎞ 구간의 제2코스는 문화와 역사의 향기에 취해볼 수 있는 시간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대구로 골목길 여행을 떠나보자.

■대구의 몽마르트 '3·1만세운동길'

대구 근대골목 제2코스의 첫걸음은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있는 '동산 선교사 주택'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1910년께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식 건축물로 겉모습이 당시 미국 방갈로풍 주택을 그대로 닮아 있다. 선교사들이 거주지로 사용하던 스윗츠 주택은 현재 선교박물관,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 블래어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정원은 이국적인 운치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3·1만세운동길'은 동산 선교사 주택과 이어져 있다. 이 길은 '대구의 몽마르트'라고 불릴 만큼 연인과 함께 오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제일교회 신관 오른편 3·1운동계단(일명 90계단)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3·1운동 당시 학생들이 일본 경찰을 피해 모여들었던 길목으로 주변의 계성학교, 신명학교, 대구고보 학생들이 3·1운동 집결지로 향하던 곳이다.

3·1운동계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꼽히는 '계산성당'이 있다. 계산성당은 1899년 한옥으로 지어졌으나 1901년 모두 불에 타 없어져 1902년 로베르 주교에 의해 현재의 건축양식으로 새로 지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근대문화골목 투어의 다음 기착지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의 고택이다. 대구 출신인 이상화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하기 직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의 시가 당시 조선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일제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쳐 원고를 모두 압수해 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고택에는 그의 작품과 생애가 잘 정리돼 있어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어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 회복을 꿈꿨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도 꼭 들러보자. 이상화 고택 바로 옆에 자리한 이곳은 서상돈이 구한말 포목상으로 일가를 이룬 거부로, 만민공동회 등에 참여한 민족운동가로, 민립대학 설립을 추진했던 교육가로 살던 집이다. 1850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그는 19세 때부터 보부상을 시작해 당시 대지주가 될 만큼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는 유명한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구한말부터 63세를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오로지 민족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진정한 민족운동가다. 이곳 역시 이상화의 고택과 함께 주변 고층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뜻있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으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뽕나무 골목'과 '예술가 골목'

서상돈 고택을 빠져나오면 '뽕나무 골목'이 나타난다. 이 길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왔다가 귀화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杜思忠)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사충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 지역에 정착하자 임금은 그에게 큰 땅을 하사한다. 그는 이 땅에 뽕나무를 심어 대를 이어갔는데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이 일대는 지금도 뽕나무 골목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이 일대는 근대 시기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시인 이상화를 비롯해 소설가 현진건(1900~1943), 화가 이인성(1912~1950) 등이 모여 살던 곳이어서 '예술가 골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뽕나무 골목 인근에는 미려한 건축양식 때문에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바로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된 '제일교회'다. 이곳은 대구 제일교회의 옛 예배당으로 지난 1997년 새 예배당이 세워지면서 지금은 기념관 용도로 쓰이고 있다. 1898년 세워진 경북 지방 최초의 기독교 교회 남성정이 이 교회의 모태다. 당시에는 기와집을 구입해 예배를 드리다가 성도가 점차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자 1908년 단층교회를 신축, 이후 1933년 벽돌조의 교회당과 1937년 종탑을 세우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약령시 한의학박물관과 종로 진골목

대구를 말할 때 '한방문화'를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안된다. 대구는 조선시대부터 한약재 전문시장으로 전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공급해온 세계적 한약재 유통 거점이기 때문. 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이 바로 '약령시 한의학박물관'이다. 한방차를 시음하거나 건강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는 한방체험관을 비롯해 한방의 유통과정이나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한방역사실, 다양한 약재를 사용한 한방족욕 체험실 등이 마련돼 있어 오감으로 즐기는 웰빙 체험으로 제격이다.

골목길을 따라 구석구석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 새 근대문화골목의 종착지인 '종로 진골목'에 다다른다. 종로는 서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서 종로는 옛 영남제일관에서 포정문까지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을 말한다. '길다'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에서 붙여진 진골목은 종로를 비껴가는 400m 정도의 긴 통로다. 조선시대 지체 높은 양반들이 행차를 하면 평민들은 땅에 엎드려야 했기에 바쁜 상인들이나 평민들은 종로 안쪽의 아주 좁은 이 길(진골목)로 다니곤 했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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