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주야? 빅뱅 후 38만년 지난 우주보니

주영재 기자 2013. 3. 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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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이 작성한 빅뱅 이후 38만년이 지난 시점의 초정밀 우주배경복사 지도가 21일 공개됐다. 천문학자들은 이 지도를 분석한 결과 우주의 나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약 8000만년 더 많으며 물질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럽우주국의 플랑크 우주망원경이 우주 전체를 관측해 만든 이 지도는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38만 살이었을 때의 우주 열 지도이다. 우주배경복사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보여주며 지도상의 얼룩덜룩한 반점들은 훗날 별과 은하를 만든 물질의 씨앗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마치 배경처럼 우주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강도로 들어오는 전파로 우주 탄생 초기 빛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 당시 우주의 온도는 약 2700℃로 상호 작용하는 양자와 전자, 광양자가 가득차 있는 상태였다. 양자와 전자가 결합해 수소원자를 만들면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열이 식어 오늘날 이 빛은 절대온도 2.7K에 상당하는 파장인 우주배경복사로 남았다.

유럽우주국이 21일 공개한 빅뱅(대폭발) 이후 약 38만년이 지난 시점의 우주배경복사지도. 우주 팽창 속도인 허블 상수가 수정되면서 우주의 나이가 기존보다 약 8000만년 많은 138억년으로 추정됐다. 빅뱅이론의 타당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자료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관측 작업을 진행한 과학자들은 이 지도가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빅뱅 모델을 검증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카미온코우스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천문학 교수는 나사가 주최한 원격 기자회견에서 플랑크 망원경이 작성한 지도가 "천문학에서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라며 "현재 우주가 자라난 씨앗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은 성명에서 "플랑크 망원경의 초정밀 우주배경복사지도는 우주 탄생 초기의 순간을 보여주며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알고 있는 것들이 결코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료를 분석해 우주를 팽창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 에너지'와 은하계들을 서로 끌어당기고 있는 '암흑 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암흑 에너지가 우주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알려진 것보다 적은 68.3%이고 원자와 같은 일반 물질은 4.9%, 암흑 물질은 예상보다 많은 27%라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이 가장 놀랍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이전 측정 결과보다 더 느리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존 허블상수 측정치를 바꿔야함을 의미한다. 현대 우주론의 핵심적인 물리량인 허블상수는 우주의 팽창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역수는 우주의 나이에 비례한다. 허블상수만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면 우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유럽우주국이 21일 공개한 자료는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하는 우주망원경의 기술발전을 한눈에 보여준다. 1989년 발사된 서방세계 최초의 우주배경복사 관측 망원경인 COBE(좌측)부터 2001년 발사된 '윌킨슨 초단파 비등방성 탐사선(WMAP)', 2009년 유럽우주국과 미항공우주국의 협력으로 진행된 플랑크의 우주배경복사 관측 영상을 비교하면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AP연합뉴스플랑크 망원경의 관측에 따른 허블상수는 67㎞/s/Mpc로 지상에서 WMAP 자료를 통해 측정한 69㎞/s/Mpc와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새로 측정된 허블상수를 근거로 현재 우주의 나이를 기존 추정치보다 8000만년 더 많은 138억년으로 유추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틴 화이트 UC버클리대 교수는 이 차이가 "상당히 놀랍다"며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 에너지가 천문학자의 생각보다 더 복잡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사실은 우주의 물질 분포가 균일하지 않고 멍울이 진 상태로 지구 북반구에서 보이는 우주의 절반에서 차갑고 뜨거운 반점들이 더 많이 관측됐다는 점이다. 플랑크 우주망원경 이전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했던 나사의 우주망원경 WMAP에서도 이런 패턴이 관찰됐지만 당시에는 분석 오류나 은하수에 의한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불균일성이 우주 생성 초기부터 존재했으며 은하를 물질 분포의 아주 작은 불균일성에서 시작된 진화과정의 산물로 간주하고 있다. 빅뱅이론은 우주 공간에 밀도 차이가 있으며 밀도가 높은 지역은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겨서 밀도가 더욱 높아지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은하를 포함한 오늘날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도는 이같은 이론을 뒷받침한다.

이는 또한 빅뱅 이론의 핵심이라 할 팽창의 존재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빅뱅 이론은 원자보다 작은 크기의 우주가 수천조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순간에 100×1조×1조배로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확장 과정에서 생긴 양자의 파동이 은하들로 발전해가는 비균질적인 얼룩 같은 흔적들을 남겼다. 연구진들은 우주 전체에 보이는 이같은 비균질적인 우주배경복사가 팽창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발사된 플랑크 망원경은 15개월 반에 걸쳐 우주에 희미하게 퍼져있는 전자기파를 관측했다. 절대영도가 아닌 이상 모든 물질은 자신이 가진 열에너지를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한다. 미국 벨연구소 연구진이었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1964년 우주배경복사로 불리는 4080㎒대의 초단파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초단파의 파장은 7㎝ 정도이고, 온도는 약 2.7K으로 섭씨온도로는 약 -270℃이다.

빅뱅 이후 38만년이 지난 즈음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가 약 3000K로 낮아지자 빛의 진행을 막고 있던 전자가 양자에 붙으면서 수소 원자가 형성되었다. 이때서야 빛이 빠져나와 우주 공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 당시 뜨겁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열에너지가 우주 공간에 퍼져 나갔고 그 결과 우주 공간의 온도는 점점 떨어졌다. 이때문에 현재 우주 공간은 온도가 3K인 물체에서 나오는 파와 같은 전파로 가득 차 있는 상태가 됐다. 초단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에서 잡음이 들리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37만년 전의 초단파는 현재 광학 및 전파 망원경의 기술수준으로 관측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빅뱅 직후 1조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형성된 패턴들이 담겨있어 우주 초기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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