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통합 우승의 키워드, '도전 정신' 그리고 '한계 극복'

김우석 2013. 3. 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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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춘천 우리은행이 마침내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혁명'을 완성했다. '센세이션'과 '위기'라는 단어와 함께 경험하며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우리은행이 챔피언 결정전을 스윕하면서 챔피언에 올랐다.

2006년 겨울리그 김영옥과 이종애, 그리고 김계령과 김은혜 등 호화 멤버를 앞세워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우리은행은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여러 차례 감독이 바뀌었고, 주력 선수가 이탈하는 등 여러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5년 동안 농구 명가로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 15년 동안 4번의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이었기 때문에 지난 5년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세월이었다.

그리고 2012-13시즌 직전 안산 신한은행을 통합 6연패로 이끌었던 밑거름인 위성우, 전주원 코치를 영입하며 체질 개선에 첫 발을 내딛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을 보좌해 6년 동안 코치와 선수로 손발을 맞췄던 두 코칭 스텝을 영입하며 팀에 우승과 관련한 DNA를 이식하려 했던 것. 초보 감독이라는 위험이 있었지만, 우리은행의 모험수는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정규시즌 첫 게임에서 구리 KDB생명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던 우리은행은 1라운드를 3승 2패라는 호성적과 함께 마무리했고, 1라운드 결과로 패배의식을 벗어버린 우리은행은 최근 별 이슈가 없었던 여자농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 7라운드 위기를 넘어 정규리그 우승과 연을 맺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 바뀐 포스트 시즌 룰로 인해 20일 정도의 공백을 가져야 했던 우리은행은 경기 감각과 경험이라는 약점으로 인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열세가 예상되었다. 상대는 박정은과 이미선이라는 대한민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포진한 용인 삼성생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은행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단기전에 중요한 승패 포인트인 경험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정규시즌 전 예상과 다르지 않게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확실한 강점이었던 체력적인 우위를 경기에 풀어내며 1차전에서 삼성생명에 62-42로 대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고, 우려를 자신감으로 바꿔 2,3차전에도 신바람과 함께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3연승이었고, 통합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와 함께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던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이 통합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도전 정신'과 '한계 극복'이었다. 도전 정신의 첫 발짝은 코칭 스텝 인선이었다. 시즌이 끝나자 마자 위성우 초짜 감독과 전주원 코치라는 '경험'을 무시한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다. 6연패의 밑거름이 되었던 두 코칭 스텝의 실력을 밑고 선수단 운영에 중요한 요소를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시즌 내내 찰떡 궁합을 증명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선수단을 끌어갔고, 여러 고비를 넘겨 취임 첫해 통합우승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박성배 코치까지 합류해 이상적인 삼각 편대를 확실히 가동하며 기적 같은 우승을 만들어낸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전주원 코치를 두고 "남매 같은 느낌이다. 내가 한 살이 많지만 누나스러운 부분이 많다. 정말 어른스럽다. 초보 감독으로 힘이 부칠 때 정말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다. 아주 많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남매 같은 감독과 코치에 훈남 박성배 코치까지 합류해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위 감독은 말한다. 위 감독은 오프 시즌 팀을 바꾸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올 코트 존 프레스라는 혁신적인 수비를 팀에 심었고, 생각하기조차 힘든 훈련량을 선수들에게 적용했다. 위 감독은 "와서보니 신한은행과 너무 달랐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시작해서 모든 부분을 바꿔야 했다"라며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확실히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은행 통합 우승의 두번째 키워드는 '한계 극복'이었다. 오프 시즌 우리은행의 무시무시했던 훈련량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선수들은 "지나가던 개가 부러웠다"라는 표현으로 엄청난 훈련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고, "한 시간 정도 훈련 시간을 오버하는 것은 평상적인 일"라는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의 많은 훈련량에 대해 말하곤 했다.

또, 하도 훈련이 늦게 끝나서 점심과 저녁을 주는 식당 아줌마들까지 불평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위 감독은 훈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식사 시간 한 시간 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체력 훈련 강도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보통 선수들이 실시하는 사계절(코트를 4분해 4번을 왕복하는 달리기 운동)이라는 운동을 5배 이상을 실시했고, 여수 전지 훈련은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지옥 같은 체력 훈련을 경험해야 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FA로 둥지를 옮긴 고아라(삼성생명)를 제외하곤 시즌에 접어들어 누구도 낙오하지 않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라운드부터 상위권에 등극한 우리은행은 시즌 후반 체력 저하로 인해분명히 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상승세의 키워드였던 존 프레스는 아무리 강한 체력을 가졌다고 해도 계속해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따랐던 수비 전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우려였다.

오프 시즌에 만들어진 우리은행 체력은 한계를 넘어서기에 충분할 만큼 대단한 양이었고, 선수들은 끝까지 코칭 스텝이 주문하는 많은 양의 움직임을 소화해내며 무리없이 시즌을 관통했고, 결국 통합우승이라는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내내 인터뷰 실에서 "감독님이 정말 밉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내뱉을 정도로 많은 훈련량에 치를 떨었던 선수들은 '한계 극복'이라는 키워드로 만들어낸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 감독 역시 "나를 미워해도 좋다. 감독을 미워하면 선수들끼리 뭉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선수단을 채찍질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행운의 여신은 늘 우리은행과 여정을 같이 했다. 2012-13 시즌 우리은행은 유독 운이 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이 오프시즌 흘린 땀을 누군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듯이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운이 함께 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팀이 주력 선수들 부상, 조직력 와해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고, 용병 선발에 있어서도 우리은행은 승자였다.

최초 선발했던 루스 라일리가 신상의 문제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위기로 겪는 듯 했다. 하지만 대체 용병으로 입국한 티나 톰슨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우리은행의 유일한 아킬레스 건이었던 경험이라는 부분에 큰 힘,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비상하는 우리은행에 날개를 달아주었던 티나였다. 위 감독과 전주원 코치 역시 '운이 따른다'라는 부분에 동의했다.

우리은행은 2라운드를 넘어서며 타 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바탕이 된 자신감과 잠재력이 터진 박혜진과 이승아, 그리고 꾸준하다는 평가를 벗어버리고 에이스로 성장한 임영희에 티나 톰슨의 경험이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티나의 존재로 안정감이 더해진 우리은행은 3라운드를 지나면서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팀으로 탈바꿈하며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단어와 조우할 것 같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우리은행에 위기가 찾아왔다. 연승을 거듭하던 팀에 매직넘버라는 단어와 가까워지자 선수들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고, 코칭 스텝 역시 경험에 발목을 잡힌 듯 이렇다 할 처방을 내놓지 못한 채 2위 신한은행에 1위 탈환의 꿈을 꾸게 하였다. 그러나 구리 KDB생명의 정규리그 후반 멘붕 상태와 청주 KB스타즈의 카이저 논란에 편승하며 가까스로 승수를 추가하고 정규리그 한 게임을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특히, KDB생명과 경기는 티나 톰슨이 WNBA 올스타전 참가로 인해 결장한 경기에서 대승을 거둬 토종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던 1승이었다.

오프 시즌 내내 어느 구단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다고 알려진 우리은행에 행운의 여신은 정규리그 끝까지 그들과 행보를 함께하며 정규리그 우승의 한 몫을 단단히 해주었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 우리은행은 또 한번의 운을 잡을 수 있었다.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5경기를 거치면서 올라온 삼성생명과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행운과 만나게 된 것이다. 경기 전 양팀 감독은 백중세를 예상했고, 전문가들 역시 삼성생명의 근소한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1차전부터 확연히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젊고 젊은 우리은행 움직임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고, 우리은행은 3연승과 함께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위 감독 역시 "삼성생명이 두 시리즈를 거치면서 예상보다 훨씬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이것 조차 우리에게 행운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프 시즌 동안 극한의 한계와 부딪치며 땀을 흘려온 선수단에게 행운까지 같이하며 통합 우승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었던 우리은행이었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 2차전까지 승리하며 우승을 목전에 둔 선수단의 결의를 다지는 사건이 3차전을 앞두고 발생했다. 선수단에게 어머니와 같았던 전주원 코치의 모친이 춘천에서 2차전 경기 관람 후 심장마비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2차전 승리로 인해 들뜰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날아든 비보는 선수단에게 차분함을 선물하기에 충분함 그 이상이었고, 전주원 코치는 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체육관에 나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전주원 코치의 슬픔을 승리로 보답했고, 전주원 코치는 게임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참들은 자신들을 낮추었다. 지난해까지 적지않은 출장 시간을 가졌던 김은혜와 김은경은 수비 농구를 중시하는 위 감독 체제에서 점점 출전 시간이 줄었었고, 용병 합류 이후에는 거의 코트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남녀 팀을 막론하고 고참들 플레잉 타임이 줄어들면 선수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벤치에서 고참이라기 보다 팀의 일원으로서 승리와 응원에 힘을 보탠 두 선수의 존재는 코트에 나서는 동생들에게도 많은 힘이 되었고, 위 감독은 챔피언 결정 3차전 마지막 두 선수를 코트에 내세우는, 마치 한국 시리즈 마지막 게임에서 아웃 카운트를 에이스에게 맡기는 것과 같은 예우를 통해 두 선수의 힘들었던 이번 시즌에 행보를 치하했다. 위 감독은 "고참으로 벤치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게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식스맨 생활을 오래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에 코트에서 우승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라며 두 선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우리은행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결단력과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승리를 위한 많은 요소들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통합우승이라는 역사를 작성하며 침체되었던 여자농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우리은행이 만들어낸 신선한 바람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2012-13 시즌의 모습은 농구 관계자와 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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