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스토리] 부산대 휘청이게 하는 교내 쇼핑몰

부산 2013. 3. 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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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보증 섰다가 소송 걸린 부산대.. 학생 등록금으로 빚 800억원 갚을 위기

2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앞. 정문을 바라보며 오른쪽에 7층짜리(연면적 5만4000㎡) 효원굿플러스 건물이 바로 붙어 있었다. 부산대가 수익형 민자사업(BTO:Build-Transfer-Operate)으로 만든 교내 쇼핑몰인 이곳에는 작년 3월 입주한 NC백화점 부산대점과 20여 개의 개별 점포가 입점해 영업 중이다.

백화점 정문은 평일이라 한산한 편이긴 했지만 오가는 학생과 시민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고, 각 점포에도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 건물 안의 한 음식점 주인은 "효원굿플러스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잡음 때문에 수익이 초창기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9년 준공 당시 초대형 교내 쇼핑몰을 자랑했던 이 건물이 부산대를 흔들고 있다. 이 건물을 지은 시행사의 대출 보증을 선 부산대가 모두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떠안아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대학 발전을 위해 더 크게…"라며 추진된 '장밋빛 프로젝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부산대에 따르면 최근 부산대는 '효원굿플러스 시행사 효원이앤씨가 갚지 못한 관련 대출 원금 400억원과 이자 39억원을 대신 상환하라'는 내용의 소장(訴狀)을 금융권으로부터 받았다. 2009년 건물 준공 후 상가 분양 저조 등으로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가 이듬해 400억원을 대출받을 때 부산대가 기성회비 등을 담보로 "시행사가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하면 대신 내준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부산대는 이 돈 말고도 학교 측이 이 건물 운영 등 사업을 포기할 경우 건축비 등 1104억원(금융권 대출 400억원 포함) 중 감가상각비 200억원가량을 뺀 800여억원을 시행사 측에 되돌려 주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다. 앞으로도 400억원가량의 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산대는 작년 이 건물 신축을 추진한 김인세 전 총장이 시행사로부터 1억4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돼 망신을 당했다. 이번엔 400억원 소송으로 시달리고 있고 앞으로 나머지 400억원의 시비가 남아 있다. 도깨비 방망이가 될 줄 알았던 '수익사업'이 총장 잡아먹고 학교도 거덜내는 '저주의 건물'이 되고 만 것이다.

'과욕'이 부른 화근인 800억원이 부산대에 주는 상처는 '전 총장 구속' 이상이다. 부산대의 1년 운영 예산은 3000여억원. 국고 1500억원, 기성회비 1500억원가량으로 구성된다. 갚아야 할 돈이 1년 예산의 30%에 육박하는 셈이다. 부산대 정승윤 홍보실장은 "손을 댈 수 없는 국고 예산 외에 기성회비 중 학생·연구시설 투자비, 교수 연구비 등을 줄여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당장 내년부터 상당 기간 학생 교육이나 교수 연구를 위해 쓸 돈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800억원은 부산대 교수 1200여명에게 1000만원 안팎의 1년 연구비를 10년 가까이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이 때문에 부산대 측은 정부의 재정 지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수익형 민자사업은 수익이 생기든 손실이 생기든 모든 책임을 대학이 져야 한다"며 "국고 지원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지방의 국립대가 잘못된 판단, 과욕으로 초래한 과오를 정부가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논리다.

학생과 상인들의 불만과 공격도 만만찮다. 학생회에서는 총학 선거 때마다 '기성회비를 시행사 대출금 상환에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워 이 건물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상인들도 "학교 내에 형성된 나쁜 여론 때문에 장사가 더욱 안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4일 오후 부산대학교와 NC 백화점의 모습. 부산대 정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NC 백화점 등이 입주한'효원굿플러스'건물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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